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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pr 27. 2017

트롤

행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영화 <트롤>은 드림웍스의 최초의 뮤지컬 영화로, 귀엽고 코믹한 트롤들이 귀에 익은 팝 명곡들을 익살스럽게 부르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띈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리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전주만 들어도 후렴이 떠오르는 옛 노래들과 캐릭터들의 코믹한 장면들은 성인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춤, 노래, 포옹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트롤과, 트롤을 먹어야지만 행복한 버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트롤들은 버겐에게서 도망쳐 20년간 행복한 삶을 살지만, 넘치는 흥으로 벌인 파티 때문에 트롤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행복’에 대한 의미들을 전한다. 



     

- ‘행복’에 대한 행복한 이야기

 영화 속 버겐은 ‘트롤을 먹어야만’ 행복한 것으로 나온다. 트롤이 없는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구석은 찾을 수 없다. 그들에게 행복은 집어서 입으로 넣는, 외부에서 안으로만 넣음으로서 획득할 수 있는 수동적 감정이다. 

 트롤을 잃은 버겐들의 노래 가사 중에 “미래가 다가올 거야.” 라는 가사가 있다. 불행을 노래하는 일 중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다는 점인데, 이는 트롤 중에서 가장 불행한 브랜치의 태도와 같다. 브랜치는 버겐들이 쳐들어올 것을 걱정하며 춤, 노래, 파티들을 거부하며 벙커 밑에서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한다. 버겐과 브랜치는 불행의 씨앗은 철저히 외부에 집중한 자신, 그리고 그것이 꼬리를 물고 전하는 불안과 걱정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불행들을 타파할 키를 행복한 트롤 공주이자 주인공인 파피가 가지고 있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춤추고 노래할 시간이 부족해 포옹하는 시간까지 정해두고 사는 트롤들이지만, 그들의 행복도 왕국 밖으로 나오면서 의문과 한계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취했던 무분별한 긍정이라는 행복의 자세도 수동적인 자세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행복은 정해진 방식에 의해서 획득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부적인 감정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 안에 있는 행복을 관계를 통해서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주는 행복에 대한 답을, 어른이 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의미가 지속적인 외부의 간섭으로 혹은 내부의 불신으로 퇴색되어질 뿐이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 영화는 행복이 가진 엄청난 에너지로 내가 상처받고 지쳐 놓아 버린 관계의 가치를 제시한다. 그렇게 되면, 영화가 끝나고 살짝 기분이 업된 나는 다시 한 번 믿어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유치해도, 통할 것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통한다. 



     

- 행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영화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코믹하고 빠른 진행으로 텐션 높은 캐릭터들이 노래까지 부르면서 가볍게 휘리릭 행복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던 중에도, 감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다. 

 <인사이드 아웃>은 여러 감정들을 다루는 영화였기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심도 있게 다루었던 반면, <트롤>은 행복만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좌절,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은 행복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끝내는 밀어내는 걸로 결말을 맺는다. 

 비교하자면 이 부분은 아쉽고 한계겠지만 ‘행복’만을 위한 영화라고 온몸으로 보여주는 영화였다는 점, 그리고 행복을 극대화시켜 스크린에 쉴 틈 없이 쏟아냈다는 점에서는 목표한 바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폭주기관차는 빠르게 달리면서 목표 외의 것들을 놓치기 쉽지만, 달려 나가는 속도와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당하다. 행복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영화 트롤은 행복한 에너지를 1시간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아낌없이 뿜어낸다. 



    

- 드림웍스가 뽐냈던 시도들

 개인적으로 드림웍스의 영화에서 아쉬웠던 부분 들 중 하나가 ‘재질감’이었다. 못하는 것 같진 않았고 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가죽, 강철 외의 재질감이었다. 머리카락, 모직과 같은 부드러운 재질감들을 그 동안의 영화상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트롤>을 통해서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의 활용에 있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외적인 부분에서 튀어나와 웃음을 주는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또 뮤지컬 장르의 시도에서도, 뮤지컬 애니메이션 강자인 디즈니가 보여주는 한 편의 완벽하게 창작해낸 뮤지컬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크박스 뮤지컬 양식 취한다. 코믹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영화에 아는 곡들이 삽입됨으로써 명곡과 캐릭터들의 행동의 간극이 웃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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