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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11. 2019

파도를 걷는 소년

바다가 안은 소년

  ‘수’(곽민규)는 친구 ‘필성’(김현목)과 함께 조선족 갑보의 인력사무소에서 불법체류외국인들의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폭력사건으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한 서핑클럽을 찾아간다. 그가 할 일은 서핑클럽 앞 바다의 쓰레기를 두 포대 채워 서핑클럽 사장님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다. 쓰레기를 줍다 막걸리를 먹으며 쉬던 수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어느 밤 주운 부러진 서핑보드를 스티로폼을 청테이프로 덧붙여 고친 다음, 바다에 뛰어든다. 갑보의 심부름이나 사회봉사 명령 같이 남이 시키는 일만 하던 그가 자기 스스로 뛰어든 일이 서핑이다. 

  수는 이주노동자 2세로 엄마는 그를 두고 고향인 하이난으로 떠났다. 조선족인 갑보는 그와 필성에게 “우리끼리 뭉쳐야 한다”고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지점에서 그는 수에게 너는 한국 사람과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일침을 놓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던 그이지만, 한국 땅은 그에게 편안한 공간은 아니다. 영화는 이주노동자 2세인 주인공에게 불법 체류자들의 일을 알선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겨 최근 난민 문제로 다민족 문제를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제주, 그리고 한국의 국민들에게 관련 이슈들을 응집시켜놓았다. 그런 수에게 설 자리란 없다. 섬에서도 내몰리는 판에 뭍으로 가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하이난으로 가자니, 자신의 삶의 대부분은 제주에서 보냈다. 결국 그에게는 고향이 없고, 그래서 향해야 하는 길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수는 바다로 뛰어든다. 그를 안아주고 길을 내주는 것은 바다 밖에 없다. 바다 안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물에 떠서 파도를 기다리는 자유로운 한 사람이다. 

  서핑을 시작하고서 그의 삶에서 갑보를 중심으로 한 불법적인 일들은 대부분 사라져간다. 대신 그 자리에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파도타기가 자리한다. 물론 갑보가 유혹하는 돈에 그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갑보가 돈을 빌미로 쥐고 있는 그와 필성의 삶의 일부분을 끊어내는 일은 그가 서핑의 자유로움을 맛보지 못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서핑을 하면서 그는 엄마가 있는 하이난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엄마한테로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던 일이었다. 훗날 그는 하이난의 바다에서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제주와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게 오고 가는 그곳의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서핑 보드와 함께 파도를 걷기 위해서.  

    

- 제 20회 전주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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