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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11. 2019

굿바이 썸머

- 잘 생각해봐, 이 여름 끝에 무엇이 남을지

  ‘현재’(정제원)는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고3 학생이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는 도리어 태연하다. 절친한 친구 지훈에게 아픈 걸 비밀로 했다는 것 때문에 절교 선언을 듣고, 썸을 타던 사이인 ‘수민’(김보라)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다. 그럼에도 그는 맑은 얼굴로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살아간다. 수민과 지훈은 아픈 현재를 걱정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머리를 맞대 보지만 수민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지훈은 친구와 썸을 타던 수민을 자신도 좋아한다는 사실이 자꾸 신경 쓰인다. 그런 세 명 사이로 요상한 발음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전학생 ‘병재’(이도하)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자꾸 엉뚱한 이야기들을 세 사람에게 던진다. 

  병재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잘 생각해봐” 그 말 뒤로는 천국의 천사와 지옥의 악마에 대한 그만의 풀리지 않는 질문이 따른다. 그 질문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중간 중간 ‘잘 생각해봐’를 넣어 말하는 병재. 현재를 두고서 머리를 답이 안 나오는 문제를 풀고 잇는 수민과 지훈 그리고 자신의 죽음의 무게를 초월한 듯한 현재에게 ‘잘 생각해보라’는 말은 그들이 흘려듣기에는 너무 소중하다. 

  인물들 중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말하는 수민만이 끝내 현재의 죽음 그리고 그가 한 고백에 대해 돌려 말한다. 현재 앞에서 ‘썸 타고 사귀는 게 뭐가 중요해’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야’ ‘조금만 더 해봐, 열심히 한 게 아깝잖아’라고 말하는 수민은 아직 그녀에게 남은 현재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말은 현재에게 닿지 못한다. 현재는 자신이 없어진다는 사실만을 알 뿐 없어진 그 자리에 무엇이 남을 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렇기에 수민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현재에게 던진 ‘이기적’이었던 말과 다시 조금만 더 해보라고, 살아보든 사랑을 해보든 아까운 삶 안에서 뭔가를 해보라는 말은 끝내 닿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는 현재가 없는 자리에 무엇이 남을지 보여준다. “저는 한수민을 좋아합니다” 라며 웃는 현재의 모습. 그 모습이 그들이 십 대의 마지막 여름에 남을 가장 아프고 소중한 기억이라는 것을.      


- 제 20회 전주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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