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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y 23. 2019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비록 꿈이 당신을 배신할지라도

  ‘토니’(아담 드라이버)는 잘 나가는 CF 감독이다. 하지만 ‘냄새부터 땀까지 진짜 스페인을 원한다’며 스페인에서 돈키호테를 주제로 광고를 찍지만, 영감은 저 멀리만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동네의 집시가 자신의 졸업 작품을 파는 것을 보고 홀린 듯 산다. 그리고 혼자 남은 방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다가 잠이 든다. 그 날, 돈키호테에 대한 꿈을 꾼 토니는 그가 졸업 작품을 찍었던 ‘아름다운 꿈’이라는 이름의 스페인 마을이 근처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영감을 위해 그곳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토니의 영화에서 돈키호테 역을 맡고 난 후 줄곧 본인이 ‘돈키호테’라고 믿는 구두공 ‘하비에르’(조나단 프라이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토니를 다시 본 그는 토니를 ‘산초’라고 부르며 그의 여행에 동행시킨다. 그 사이 현실로 복귀하기 힘든 복잡한 사연을 안게 된 토니는 어쩔 수 없이 ‘돈키호테’를 따라 나선다. 이렇게 산전수전을 겪으며 엎어지기를 반복해 25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이 걸린 감독 테리 길리엄의 돈키호테와 산초의 이야기가 드디어 스크린에 펼쳐진다. 

  토니는 영화를 꿈꿨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광고를 찍으며 살고 있다. 스페인에서 돈키호테를 테마로 광고를 찍고 있던 그는 아마 최초의 열정을 찾으러 왔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 광고는 서로 목적이 다른 영상물이다. 제아무리 스타 광고 감독이라 할지라도 광고는 상업성의 최전선에 있는 영상물이다. 얼마 되지 않는 길이에 영상에 돈키호테를 통해 ‘스페인의 정수’를 담으려 해도 현실적인 압박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찍고 싶어 하는 스페인의 정수 ‘돈키호테’는 여정 그 자체이다. 현실에서 그가 스페인의 정수를 다시 담아낼 방법은 없다. 자신이 찍은 돈키호테의 열정은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우연히 자신이 심어놓은 꿈으로 인해 ‘돈키호테’라고 믿는 하비에르를 만났을 때 그는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반가웠을까. 그가 만든 ‘돈키호테’라는 신화는 현실의 수많은 곡절들 사이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으니. 

  반면, ‘안젤리카’(조아나 리베이로)는 토니가 심어준 배우라는 꿈으로 인해 좌절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토니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의 총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안젤리카가 그의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것처럼 토니도 그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게 된다. ‘돈키호테’는 이 악독한 성주에게서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성으로 함께 들어간다. 물론 그는 그저 돈키호테로서 성주의 환대에 맞이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사도적인 행보가 매번 그의 뜻대로 이뤄졌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주변의 상황들이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운명처럼 맞아 들어가면서 토니와 안젤리카를 위해 그는 기사로서 숭고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토니는 끝내 자신의 돈키호테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현실이 그의 꿈을 망쳐놓다 못해 이제는 자기 손으로 자신의 꿈을 죽이게 만드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현실 속에서 계속해서 꿈을 꾸며 좇았던 그가 이제는 환영 때문에 꿈을 죽이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현실에 압력에 밀려 꿈을 살해한 그의 마지막 선택은 바로 자신이 ‘꿈’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 토니는 자신을 ‘돈키호테’라고 부른다. 그리고 원래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산초’와 함께 석양을 향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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