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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ul 03. 2017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특별하게 왔다가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는



 츠네오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박장에는 소문이 있다.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가 있다는 것. 그 유모차 안에 보물이 들었다, 조폭의 운송책이다 등 소문만 무성하제고 있는 가운데, 가게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츠네오는 그를 향해 달려오는 유모차를 발견한다. 가까스로 피한 유모차,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작은 앉은뱅이 여성이었다. 그렇게 츠네오에게도 죠제에게도 서로는 특별하게 한 순간 다가왔다.      



- 조개 껍질 속으로 

 츠네오는 할머니와 죠제의 집에서 밥 한 끼를 먹은 후로 ‘식구’로 불쑥 그들의 관계 속에 들어온다. 앉은뱅이 죠제의 삶은 츠네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시작한다. 

 한 끼 한 끼 밥을 같이 먹고 친해지면서 죠제의 영역인 부엌에 들어온 츠네오. 부엌은 밖에서는 앉은뱅이 죠제와 츠네오가 자신의 키에서 눈을 맞출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안에서의 부엌은 츠네오에게 가장 맛있는 밥을 해줄 수 있는 죠제의 절대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 츠네오가 들어와 이름을 묻는다. 쿠미코가 아닌 ‘죠제’ 라고 그가 불러주자 죠제는 만들던 음식을 건넨다. 이를 시작으로 죠제의 세계에 츠네오가 들어오게 된다. 둘 만의 무모한 낮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죠제의 집 개조를 돕는 등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조개껍질 안의 세계에 카나에가 끼어들며 죠제에게 사랑 그리고 그로 발생한 질투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완벽한 그의 세계에 대해 느낀 간극 때문인지 죠제는 다시 츠네오에 대한 마음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훗날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해 동거를 결심하며 사랑에 대해 확신이 선후에는 연적이었던 카나에가 “당신의 무기가 부러워” 라고 하는 모욕적인 말에 뺨을 두 대나 갈길 만큼 자신의 세계 속의 사랑에 강한 확신을 가진다.      



- 조개와 물고기의 운명

 평범한 사랑을 이어가던 둘은 1년 후 츠네오가 가족제사에서 죠제를 소개하고자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인들은 이 둘의 여행에 자랑스럽다, 결혼이라도 할 셈이냐 등의 걱정과 응원 말들을 남긴다. 이를 뒤로한 채 시작한 둘 만의 여행은 설렘만 가득하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수족관이 문을 닫자 죠제는 어린 아이처럼 “물고기는 헤엄쳐 오면 되잖아!”라고 울먹이며 떼를 쓴다. 그런 그녀를 업은 츠네오는 점점 지쳐간다. 결국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바다로 발을 돌린 둘은 해변을 산책한 후 바다 컨셉의 러브호텔에서 잠을 청한다. 그곳에서 죠제는 츠네오에게 그를 만나기 전까지 해저에 있었던 것 같으며, 언젠가 헤어지면 외로움조차 없는 공허 속을 뒹구는 조개껍데기가 될 것이라며 독백한다. 

 아마 죠제는 유모차 없이 하루를 보냈던 그 날, 둘이 하나가 되는 마지막 모습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츠네오의 사랑은 죠제를 뭍의 풍경까지 볼 수 있도록 도와줬지만, 20대의 어린 사랑은 죠제의 어둠의 깊이를 버티기에는 한 없이 가냘팠을 것이다. 하지만 발이 젖어버리는 데도 반짝이는 조개를 주우러 그녀를 업고 바다에 뛰어드는 무모함 그리고 그 순수한 사랑은 죠제에 있어서는 느리고 흔들리는 조개의 한 걸음을 디딜 수 있는 추억이 그리고 츠네오에게는 다신 만날 수 없는 순수함의 기억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느 사랑들처럼 성장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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