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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pr 03. 2017

컨택트

타자라는 무기

- 외계인-타자에 대하여

 외계인이 등장하는 SF는 대부분 인간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외형의 외계인과 인간의 전투가 주를 이룬다. 외계인의 기형적인 모습과 무자비한 공격성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경계와 가장 본능적인 반응인 폭력을 정당화 한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대체로 미국인인)영화의 주인공의 승리를 응원하며 정당한 폭력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외계와의 교감은 ET인데, 그 이후로 SF 속 외계인은 문명이 원시를 접했던 과정과도 같이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화했다. 파트너쉽, 인류애적 교감, 다양성의 총체로서 사용되었다. 영화 <컨택트>에서 많은 이야기 중에서 ‘타자’의 이해와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의 스토리처럼 외계를 통해서 우리에게 타자의 의미를 묻고 일깨워 준다.      



- 타자라는 무기

 영화 속에서 외계인은 어느 SF 영화에서처럼, 등장만으로도 지구에게 큰 파장을 준다. 내 눈앞의 존재가 허상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대상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처음은 바로 ‘만지는 것’이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외계에서 온 비행체를 처음 본 루이스가 비행체를 장갑 낀 손끝으로 만져본다. 무언가 호기심이 들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먼저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우린 그걸 만져본다. 보통의 SF는 이 순간 비극이 찾아오며 호기심이 폭력의 불을 붙이지만, 영화는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대화’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지적인 소통, 언어를 통한 타인의 이해를 위한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언어에 대해서 언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자 문화의 반영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외계인과 서로의 언어를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언어로 퇴색되었던 소통을 닦아 창, 어쩌면 그마저도 없는 타인의 온전한 이해와 동일시의 가능성을 언어를 통해서 보여준다.

 햅타포드는 끝까지 ‘무기’라는 말을 정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류에게 언어라는 무기를 전해주었다. 영화에서는 무기라는 단어로 인해 큰 위기가 찾아온다. 단어의 함의, 그리고 무기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했을 때, 무기라는 단어는 단순히 공격을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수호의 이미지 또한 가질 수 있는 것이 무기다. 무기라는 단어에 세계가 동요한 것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언어를 축적된 관계와 문화 없이 목적의 수단으로 인식했을 때 나오는 언어의 꺼풀,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언어는 나와 타자가 관계를 맺는 중요한 수단이며, 언어라는 무기를 통해서 타자 또한 나에게 공격 또는 수호 어쩌면 그 중간의 다양한 의미들도 다가온다. 따라서 언어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타자와의 관계의 가능성들을 보여준다. 외계와의 대화라는 가장 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작고 일상적인 부분에 대한 깨달음도 주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호기심, 상상 혹은 폭력들이 지배했던 SF의 영역에 가장 지적이면서 인간적인 접근을 한 지혜로운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통해서 나를 둘러싼 관계들의 대화는 어떤지, 그 속에서 내가 쌓아올린 문화는 무엇이며 언어가 구성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할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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