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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ug 08. 2017

스티브 잡스

무대 뒤 그에 대해서

 1984년 애플 매킨토시, 1988년 넥스트의 블랙큐브, 1998년 애플의 아이맥. 우리에게 3번의 혁신을 선사한 ‘스티브 잡스’. 영화 <스티브 잡스>는 그 세 번의 무대 뒤 그의 모습을 담는다. 그의 프레젠테이션 무대 40분 전, 무대에 오를 시간은 분을 다투며 다가오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잔뜩 날카로워지고 냉철해진 그에게 그의 인생 속의 주요 인물들이 그에게 말을 건다. 하지만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 그는 인생을 함께 해온 그들과 마찰을 일으키며 관객에게 무대 뒤 스티브 잡스의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또 한편으로는 세파에 흔들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 무대 뒤 그에 대해서 

 1984년 애플 매킨토시 발표회, 영화 속 잡스는 그와 가장 오랫동안 업을 같이 해온 앤디 허츠벨트와 마찰을 일으킨다. 잡스는 그들이 선보일 컴퓨터 맥이 ‘안녕’이라는 말을 하길 원했지만 단 시간에 음성데모를 고치는 일은 기적과도 가깝다며 허츠벨트는 현실적인 부분을 어필한다. 워즈는 그의 신제품 발표에 그동안 애플을 이끈 제품인 ‘애플 2‘를 만든 자신의 팀을 언급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잡스는 그 한 치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이 때부터 완벽주의를 향한 잡스의 명언들과 함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도 상처를 입히는 냉철한 언사들이 시작된다. 이런 그에게 마케팅을 맡고 있는 조안나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소원하게 굴면 ‘안녕’이라고 말할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조안나는 지나친 완벽주의로 ‘현실 왜곡필터’를 가진 스티브를 가정에게, 친구들에게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그와 이사회를 연결해주고 있는 자리의 존 스컬리는 유일하게 그를 이해하는 듯하다. 마치 조안나가 회사 안에서의 아내 역할이었다면 스컬리는 회사 안에서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1984년의 그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려는 욕망에 이글거리는 잡스를 응원하는 조력자였다. 잡스도 그런 그에게만은 부정해온 가정사를 증명하는 ‘리사’의 매킨토시로 그린 첫 그림을 설레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며 무대에 오른다. 

 다음 무대는 그의 맥킨토시가 지속적인 부진으로 그가 해고 되고난 후, NeXT의 블랙큐브로 재기하려는 시점으로 넘어간다. 망망대해 속에서 삶의 구원을 외치는 제리코의 그림 <메두사의 뗏목>을 배경으로 한 ‘NeXT’라는 자막은 애플에서 내쳐진 그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에서 회사를 세우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이어진 ‘1988년‘이라는 자막 뒤에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성 베르나르 대협곡을 넘은 제1집정관 보나파르트>는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며 최고에 오른 그의 자의식과 함께 앞으로 NeXT와 그가 걷게 될 길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번에도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 그를 내쳤던 애플의 동료들이 그를 응원하고자 그를 찾는다. 워즈는 잡스를 깎아 내리는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워즈가 보기에 PC사상 가장 망작이 될 블랙큐브에 대한 걱정에 잡스를 찾는다. 둘은 여기서 자신의 공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워즈가 계속해서 증명받고 싶어했던 것 또한, PC를 가정에 보급하는 그 위대한 역사에 자신의 역할이다. 하지만 워즈가 맥을 만든 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잡스에게 품었던 비판을 이야기하자, 잡스는 자신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영화는 스티브 잡스의 무대 뒤 냉정하고 비인간적일 정도로 완벽주의인 난폭한 열정을 주변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잡스의 말, 그리고 그를 이끄는 조안나의 조언들을 통해 변호하며 무게중심을 맞춘다. 

 반면 앤디는 그의 딸 리사를 걱정하며 그에게 말을 건넨다. 리사는 엄마 크리산에게 모진 취급을 당하며 아버지로서의 잡스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잡스는 리사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하는데, 후에 그 역할을 앤디가 대신한다. 

 1988년도의 리사는 아버지를 동경하며 그의 곁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과 똑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 말하는 잡스와 묘한 동질감을 가진 그의 딸은 여전히 마음에 박힌 가시처럼 아프다. 1984년, ‘리사’라는 컴퓨터의 이름이 우연이었다며 차갑게 아버지의 역할에서 멀어진 그는 다시금 그와 닮은 모습으로 자라나는 리사를 보면서 마음이 점점 더 기운다. 잡스가 리사에게 지금 무슨 곡을 듣고 있는지 묻자 리사는 ‘지금 양면을 보고 있어요’라는 곡을 두 버전을 번갈아 가며 듣고 있다고 말한다. 구름, 사랑, 인생의 양면들을 보면서 인생은 전혀 모를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음악이다. 그들이 대화의 주제로 삼고 있는 ‘지금 양면을 보고 있어요’ 는 제목이나 그 내용으로도 영화가 세상을 떠난 잡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존 스컬리를 만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애플에서 잘려나왔던 악몽같은 날이 번갈아 비춰진다. 스컬리는 이사회와 잡스 사이에서 고전하던 중 잡스와 자신 둘 중에서 한 명이 해고당할 것이라는 통보를 듣고 회의장에서 잡스를 몰아세운다. 단 한 판도 질 수 없는 잡스와 파산을 면하려는 스컬리, 둘을 두고서 이사회는 잡스를 해고한 것이다. “협박메일을 받고 있네.”라는 존의 말과 해고의 기로에 섰던 그날의 잡스가 비춰진 것은 그 순간이 둘에게 얼마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애플 안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아버지 같은 동업자가 자신의 등을 찌르자, 잡스는 NeXT와 블랙큐브, 그리고 그만의 전략을 통해 불완전에서 다시 완전으로 나아간다. 

 마지막 무대는 1998년 아이맥이 세상에 나온 날이다. 보다 유머러스해지고, 여유가 넘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대 위의 잡스를 무대 뒤에서도 잠시 볼 수 있다. 그가 세파를 해치며 거친 부분이 연마되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통해, "Hello (again)"이라고 ‘다시’라는 이 기간 동안 그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무대에서 갈등의 첫 발단은 리사를 걱정하는 조안나이다. 그녀는 리사와 사이가 틀어진 그에게 그 관계를 되돌릴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한다. 20년 동안 아빠로서의 그를 지켜봐왔던 그녀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이 지점에서 앤디가 등장한다. 앤디는 잡스가 몰라서 내지 못했던 리사의 대학 등록금을 대신 내주었다. 잡스는 이때 그 어느 때보다 분개하는데, 자신에게서 가장 인간적인 면이었던, 유일한 역할인 아빠의 역할을 앤디가 빼앗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욕감을 느낀 그는 “누군가는 아빠 노릇을 했었어야”한다는 그의 말에 이성을 잃고 그를 다시 몰아세웠고, 그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진다. 

 이어서 워즈 또한 실적 부진으로 해고될 상황에 놓인 애플2 팀의 공헌을 마지막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처음 그 자리에서도 그랬듯이 잡스는 이를 거부한다. 그렇게 “재능과 좋은 인성은 공존할 수 있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워즈와도 결별하게 된다. 언제나 그랬듯 뒤이어 존이 등장한다. 그는 처음 그 자리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입양아 잡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그의 아버지를 만났느냐고 묻는다. 잡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곧이어 리사와의 관계와 연결되며 틀어졌던 리사와의 관계를 그가 혁신을 만들어냈던 기계들과 연관 시키며 회복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영화 <스티브 잡스>는 애플, 아이맥, 아이폰, 혁신 등 상징으로서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스티브 잡스를 ‘무대 뒤’라는 공간에서 보여준다. 무대 뒤에 정해진 주요인물들이 하나하나 비춰지며 그와 갈등을 만드는 모습은 마치 구두쇠 스크루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스크루지가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본 후 자신의 죽음을 보고 변화했다면, 영화 속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과 갈등을 빚었던 고집스러운 완벽주의가 루시에 대한 부성으로 모든 갈등이 모여지고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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