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즈옹 Aug 15. 2017

사이비

지독한 믿음의 이분법

사이비(似而非) :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根本的)으로는 아주 다른 것.    


 ‘사이비’의 사전적 정의이다. 영화 <사이비>는 종교의 탈을 쓴 사이비 종교가 수몰 예정지로 지정된 한 마을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는 현장을 담는다. 그 속에서 마을의 ‘나쁜 놈’ 민철은 유일하게 진실을 처절하게 울부짖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진실보다 더 큰 믿음의 이분법이 자리하고 있다. 수몰당할 무기력한 삶에 대한 구원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고정된 믿음이 그것이다.



    

- 지독한 믿음의 이분법

 수몰 예정지로 지정된 한 시골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사람들은 이미 물 밑에 잠긴 것처럼 다가올 비극 앞에 무력하게 하루를 소모하고 있다. 그들 앞에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건져 올려줄 ‘반석 교회’가 들어선다. 수몰되면 기도원을 세워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이주하고, 그 믿음은 천국으로 갈 인명부에 올라갈 것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목사와 장로의 말을 맹신한다. 그렇게 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현장에 민철이 들어선다. 

 민철은 가정 폭력을 일삼으며 서울로 대학 갈 딸의 등록금을 훔쳐 도박을 하는 마을의 소문난 ‘나쁜 놈’이다. 민철이 교회가 마을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믿음의 단면들이 날카롭게 부딪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믿음이 순수하면 할수록 불신 또한 명확해진다. 

 교회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구원’에 대한 믿음이 간절할수록 ‘악귀’에 대한 불신은 강렬해진다. ‘진실’을 믿는 민철은 ‘거짓’을 불신하며, 자신이 저지른 ‘나쁜 놈’으로서의 삶에 대해 진실을 통해 구원받으려는 듯 처절하게 진실을 울부짖는다. 영화 <사이비>는 이렇게 ‘믿음’이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고 만들어 내는 믿음의 단면들로 마을 사람들, 교회, 민철이 서로를 찌르게 만든다. ‘믿음’으로 벼려진 날은 진실이나 거짓, 그 사실보다 더 날카롭다. 이 지독한 믿음의 이분법 안에서 사람들은 하나뿐인 믿음이 진실에 수몰될 때 무너져 내린다. 

 영화의 마지막, 민철은 딸을 잃고 부인과 함께 늙어간다. 그는 마지막에 토굴 속에서 방언을 외듯, 누군가를 향해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진실을 추구했던 민철이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은 충격이자 여운으로 남는다. 어쩌면 그의 믿음은 영화 속에서 존재하는 ‘믿음’ 중에서 가장 순수한 의미의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가 진실로서 보상받으려 했던 ‘나쁜 놈’의 삶을 절실하게 구원을 구하는 참회의 믿음. 모든 진실, 심지어 ‘믿음의 진실’마저 목도한 그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한 사람의 간절한 참회의 믿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티브 잡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