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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Sep 11. 2017

아이 캔 스피크

옥분이 전하는 우리의 목소리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할 구를 옮겨 구청 민원실에 갓 자리를 잡은 절차와 원칙을 중요시하는 9급 공무원 ‘민재’. 민재의 구청에는 온 동네를 휘저으며 민원을 찾아 넣는 도깨비 할머니 ‘옥분’이 있다. 민원실 기피대상 1호인 옥분과 절차 안에서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민재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던 옥분이 우연히 민재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고 그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기를 부탁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창구 너머로 소통하게 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가슴께 오는 민원실의 창구 턱, 어쩌면 그보다 높은 우리 사회 속 개인들이 쌓아올린 벽들을 중도의 웃음과 예정된 감동을 그리며 순탄하게 그려나간다.      



- 옥분이 전하는 우리의 목소리     

 민원담당 공무원과 민원인은 서로 대립적인 상대로 쉽게 생각된다. 공동체 속에서의 마찰을 두고 이야기하는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가 추구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요구의 해결이 아니라 공동체 문제의 해결이다. 영화 속 민재와 옥분은 서로의 위치에서 원칙과 절차를 지키며 대립처럼 보이는 공동작업을 해나간다. 그렇게 서로의 철저하며 강직한 신념을 알기에 민재는 옥분에게, 옥분은 민재에게 사제이자 친구관계 일 수 있었다. 

 민재가 옥분을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에서 영화는 도시 속 개인들의 외로움을 정통으로 가로지른다. 마주앉아 밥 한 끼 먹어주지 못하는 민재의 어린 동생에게 옥분의 따뜻한 집 밥 한 그릇은 민재가 동생에게 채워주지 못한 따뜻한 가족의 시간을 대신 채워준다. 사람이 없어 외로운 일은 사람으로 밖에 채워지지 않는다. 가족을 잃고 도시 속 외딴 개인으로 버티고 살아가는 민재와 옥분은 목소리만으로도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며 위로한다. 이렇게 민재와 옥분은 도시 속 개인, 분화된 세대 간의 화합을 이야기 한다. 

 여기에 영화는 개인의 목소리에서 국민의 목소리까지 나아간다. 자신의 지난 삶을 숨기고 살았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옥분은 그녀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친구 정심이 몸져눕자 옥분이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그 동안 외면당했던 지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한국인의 상처’라는 큰 범주에서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사회 속 개인의 고독에서부터 사라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역사적이며 인권적인 메시지까지 한꺼번에 나열한다. 하지만 주제들의 무게감은 민재와 옥분 둘의 케미스트리와 함께 웃음과 감동의 중도를 달리면서 무겁지 않게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차근차근 전달한다. 어쩌면 메시지들을 빠르게 훑어 넘기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 속 조각난 부분들이 한 영화 속에서 맞춰지는 광경은 영화관을 나오는 마음에 훈훈한 감정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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