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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Oct 15. 2017

아이 엠 히스레저

영원한 청춘으로 남을 그의 궤적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웃음 한 번, 눈빛 하나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으레 순수한 사람이라 살면서 쌓아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그가 품은 삶에 대한 자세가 여과 없는 웃음과 눈빛으로 쏟아져 나온다. 아마 히스 레저는 전 세계인들에게 그런 배우였지 않았을까. 그가 작품마다 보였던 순수하게 무너지는 웃음과 깊은 눈빛은 영화를 본 모두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영화 <아이엠히스레저>는 강렬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 별인 배우 히스 레저를 추억하는 목소리들을 모았다. 그를 그리워하는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히스 레저의 삶과 그가 조각조각 담아낸 삶의 파편들은 영원한 청춘을 살다간 그의 삶을 다시금 깊이 추억하게 한다.    



  

- 영원한 청춘으로 남을 그의 궤적

 영화는 히스 레저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진첩을 넘기듯 차근차근히 담아낸다. 자신의 방에 붙은 야광별을 보며 스타의 꿈을 키웠던 어린 소년은 17살 학교를 자퇴하고 세계여행을 떠날 만큼 거칠고 자유로운 청년으로 성장해갔다. 그의 어머니는 당시의 그를 보며 야생마와 같다고 말한다.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은 결코 붙잡아 둘 수 없는 그가 가는 길을 응원할 따름이었다. 인생에서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반짝이며 채워갔던 그는 거침없이 할리우드의 영화판으로 뛰어들었다.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1999)로 데뷔한 그는 그 후로 쏟아지는 유사한 하이틴 장르의 영화 배역에 대해 “NO"라고 말한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그저 ‘재미있어서’ 하곤 했다는 그는 그렇게 점점 더 다양한 연기와 새로운 도전으로 발을 뻗어나갔다.

 히스 레저는 집으로 예술가들을 불러들이고 자신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찍어 만들어내었다. 그가 조각조각 쌓아올린 연기 연습, 혹은 연출 연습의 시도들은 스크린을 통해서 스크린 너머의 그를 영사한다. 또한 그가 연기를 대하는 데 있어서 연기를 넘어선 연출의 영역까지 시선을 확장해간 배우였다는 점을 그의 수많은 셀프 카메라 영상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신이 찍은 혹은 자신을 찍는 영상에서 그는 자유롭게 화면에 담기는 대상들 그리고 그 대상으로서의 자신을 탐구했다.

 명성이 쌓일수록 자신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 히스 레저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도전적인 작품들에 참여하게 된다. <몬스터볼>(2001)로 시작된 그의 연기 실험은 영화 속에서 만나는 그의 눈빛을 점점 더 깊고 영글게 만든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마운틴>(2005)에서 히스레저는 그의 눈빛 하나만으로 장면 전체를 장악한다. 거친 카우보이들의 여린 사랑을 대사가 아닌 상대를 향한 수많은 말을 담은 깊은 눈빛으로 표현해낸다. 이안 감독은 히스 레저를 추억하면서 계속 화면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 하던 배우라고 말한다. 보통 배우들은 모니터링 이후에 화면을 의식해 더 어색해지기 마련이지만, 히스 레저는 점점 더 ‘화면에 비친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는 화가처럼 화면에 보이는 것을 구상하는 동시에 배우로서 캐릭터에 심리까지 더해 내었다. 그는 카메라 앵글 안으로 담기는 배우이길 넘어서 앵글이 담는 화면까지 연기를 통해 연출하는 예술가였다.

 그가 걸어온 예술적 행보는 ‘더 메시스’라는 회사를 차리며 연출의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간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가수의 앨범작업 전반을 도맡기도 했던 그의 예술 영역의 확장은 집착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하고, 에너지와 창의력이 넘쳤던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행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히스 레저가 자신의 수명을 아는 것처럼 매 순간을 불태우며 살아갔다고 회고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아내 미셸과 딸 마틸다와 함께 가족을 꾸렸던 찰나 같은 시간을 지나, 영화는 그에게 최고의 명성을 안겨준 영화 <다크나이트>(2008)로 향해 간다. 히스레저는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6주 간 홀로 연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가 모든 조커 캐릭터 어쩌면 모든 악역들을 넘어선 소름끼치는 조커를 만들어 내었을 때, 배우로서 처음으로 모든 장면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런 그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며 조커를 넘어선 히스레저, 그가 짚어낸 캐릭터에 스민 혼란과 공포의 모습을 보며 경탄했다.

 히스레저의 빈자리를 되짚는 영화는 이제 예고된 결말을 향해 다다른다. 우리는 그가 떠난 자리를 쓰다듬으며 그로 시작해 그로 끝나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누구보다 환하게 빛났던 별인 히스레저는 별이 지는 그 자리를 가늠할 수 없듯이 그렇게 궤적 끝에서 머문 자리만 남겨둔 채 스러졌다. 하지만 그가 배우로서 예술가로서 온몸을 불태워 그렸던 궤적은 영원한 청춘의 궤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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