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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Oct 09. 2017

4등

반짝이며 나아가는 일

 수영에 재능을 보이지만 대회에 나갔다 하면 만년 4등에 머무는 열두 살 준호. 그런 준호를 보는 엄마는 준호의 미래를 생각하면 매번 4등을 달고 돌아오는 준호를 보면 애가 닳습니다. 엄마는 어떻게든 초를 줄여 메달을 따게 하기 위해 물어물어 용하다는 코치 광수를 찾아 준호를 맡기는데요. 수영장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조건을 내건 코치 광수, 엄마는 준호의 메달을 위해서 어렵게 그의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준호의 첫 수업. 광수는 수영장이 아닌 PC방으로 불러 수영이 아닌 게임을 함께 합니다. 그렇게 PC방에서 몇 번의 수업이 계속되자 준호는 도대체 훈련은 언제 하냐며 광수에게 물어 따지고, 엄마 잔소리 무서워서 수영하는 것 아니냐는 광수의 대답에 일단 하는 걸 보기나 하라며 준호는 광수를 수영장으로 이끕니다. 준호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서 광수는 준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준호를 본격적으로 코치하기 시작하며 영화 <4등>은 만년 4등인 준호와 준호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한 엄마와 코치 광수의 이야기로 뛰어듭니다. 



- 반짝이며 나아가는 일

 드디어 시작된 준호의 첫 훈련. 엄하게 그리고 무섭게 준호를 몰아세운 광수의 훈련은 모진 매질로 끝나게 되는데요. 등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맞은 준호는 광수의 무의미한 작은 손짓 하나에도 깜짝 놀랍니다. 그런 준호에게 광수는 힘들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그랬기에 더욱 간절하게 수영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미워서가 아니라 답답해서 때렸다고 말합니다. 

 준호의 몸과 마음에 멍이 하나 둘 씩 늘어갈 때쯤. 형의 멍을 발견한 동생의 순수한 제보로 엄마도 준호가 매 맞으며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하지만 현실에서 좋은 대학 나와 제대로 된 사람 구실하며 사는 일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겪어온 엄마는 말없이 잠든 준호의 등을 들춰볼 따름입니다. 

 영화는 IMF시절 박세리의 우승으로 전 국민의 시름을 달래던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그 시절의 광수를 비롯한 지금의 어른들은 ‘하나의 성공’을 위해 달리는 말에 매를 더하는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매질을 당하며 쫓기듯 살아왔습니다. 그런 전쟁 같은 삶에 상처받으며 살아남은 어른들은 여전한 현실 앞에 아이들을 정신없이 절벽 끝으로 줄 세우는데요. 1등은 계단을 타고 오르고 나머지는 추락하는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준호가 선 수영장의 출발점은 점점 줄어들며 준호를 물로 내몰게 됩니다. 

 그저 물속에서 자유롭게 반짝거리는 빛을 보며 수영하는 일이 좋았던 준호도 한 대 두 대 몸과 마음에 매질이 쌓이자 준호를 둘러싼 물이 무겁게만 느껴지는데요. 끝내 준호는 수영을 그만 두겠다고 선언하게 됩니다. 그러자 엄마는 “내가 너보다 열심히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그만 두냐”며 준호에게 소리치는데요. 그런 정애의 처절한 외침은 자식의 성공이 어느새 자신의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의 삶의 서글픈 단면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수영을 잊지 못한 준호가 수영을 계속하기 위해 1등이 되고자 마음먹으면서, ‘준호의 홀로서기’를 담으며 해피엔딩을 향해 갑니다. 마지막 준호의 경기에서 영화는 오롯이 준호의 시선으로 경기를 보여주는데요. 물에서 물로 이어지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준호의 모습에서 물속에서 가장 행복한 준호를 담습니다. 반짝이는 빛이 어린 푸른 물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준호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혼자의 힘으로 해 나가는 떳떳하고 올곧은 성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영화 <4등>은 성공에 대한 세대 간의 시선차를 그리며 성공과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데요. 성공은 단순히 한 순간의 반짝임이 아니라 마음이 부르는 소리에 따라 온 몸을 던져 빠져들었을 때 그리고 그 푸른 물속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 나갔을 때에야 반짝거리며 나아가는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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