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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Nov 01. 2017

리빙보이 인 뉴욕

뉴욕의 골목에서 모퉁이를 만났을 때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은 꿈을 따라 언제나 새롭게 빛나는 도시 뉴욕을 찾는다. 총천연색의 꿈이 모인 그곳에서 토마스는 권태 속을 살아간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작가가 될 기회는 쉽게 손에 닿지 않는다. 그리그 무엇보다 짝사랑하는 미미와의 관계는 언제나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한다. 이렇게 그의 뉴욕에서의 생활은 어딘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이웃 제랄드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와 낯선 여자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면서 토마스의 반복된 권태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이 우연히 포착된 일상의 균열들이 그를 전혀 다른 인생으로 이끈다.     



   


- 뉴욕의 골목에서 모퉁이를 만났을 때     


 수상한 이웃 제랄드는 첫 만남부터 미미를 짝사랑하는 토마스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막혀있던 일상의 맥을 짚어준다. 그는 곧 토마스의 답답한 인생을 상담해주는 조언자로 발전하게 된다. 제랄드는 토마스에게 계속해서 이야기 한다. ‘인생은 예상 불가능한 것이며 너의 삶 또한 예외는 아니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스의 인생에 예상 불가능한 사건이 펼쳐진다. 아버지와 미모의 여성이 함께 한 외도 현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날부터 토마스는 아버지의 불륜 상대인 조한나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그녀를 미행한다. 하지만 미행을 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 조한나가 토마스에게 말을 걸면서 그의 인생은 또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간다. 토마스는 무료한 인생에서 짜릿함을 원하고 있었고, 원숙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유혹적인 조한나는 그의 무의식적 욕망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토마스가 조한나에게 빠져들고 조한나 또한 그에게 빠지며 뉴욕의 모퉁이에서 뜻밖의 새로운 로맨스가 피어난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곁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와는 정반대로 조한나를 향해 흐르는 그의 순수한 욕망이 이뤄낸 끝을 알 수 없이 꼬인 일상은 수상한 이웃이었던 제랄드의 손에 의해 『리빙보이 인 뉴욕』 이라는 책으로 짜여진다. 자신을 책으로 써내려가는 제랄드가 점점 궁금해지는 토마스. 그러던 중 미미는 그에게 고백을, 조한나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토마스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관계들 속에서 당황하고 욕망하고 사랑하다 부딪히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연이으며 인생의 모퉁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 속에서 토마스의 방은 딱 한 번 등장한다. 그 곳은 비행기 모빌이 달린 소년스러운 푸른 빛의 방이다. 토마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그 첫 모퉁이 앞에 선 소년이다. 한 걸음 떼지 않고 서서 권태를 말하던 그는 ‘툭’하고 떠밀려 들어간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속해서 모퉁이들을 만난다. 그는 그 앞을 모를 캄캄한 모퉁이들을 걸어 나갈 때 제랄드의 조언을 듣기도, 자신의 욕망에 맞기기도 하면서 관계 속을 허우적거린다. 

 영화가 펼쳐 놓는 계속되는 새로운 국면들이 마무리 되어 갈 즈음, 조울증을 앓는 가족의 아픈 손가락 같은 엄마가 토마스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빠져나가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부딪치는 것”이라고. 영화가 토마스를 어른의 세계에 던져놓고 이리 저리 굴리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인생에서 모퉁이를 만났을 때, 그 예측 불가능함에 몸을 맞기고 한 걸음을 내딛어 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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