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즈옹 Nov 13. 2017

침묵

두 번의 침묵 하나의 진심

 대기업 태산그룹의 총수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와 결혼을 약속한 ‘임태산’. 재력과 사랑을 모두를 가진 그의 인생은 한강을 가로 지르는 그의 보트의 이름처럼 호화로운 축제(La fête)와도 같았다. 그 날이 있기 전까지는. 태산의 딸인 ‘미라’와 유나가 만났던 그날 밤, 유나가 살해당하고 미라가 용의자로 지목되며 거칠 것 없이 순항하던 태산의 삶은 전복된다. 

 태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이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자 그녀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그가 믿는 ‘돈의 순리’에 따라 사건을 파헤친다. 그러는 동시에 미라의 무죄를 전적으로 믿고 변호할 젊은 변호사 ‘최희정’을 선임한다. 

 유나 사건의 담당 검사 ‘동성식’은 돈으로 주변 인물들을 매수해 진실을 만들어 낸 전력이 있는 태산을 경계하며 희정와 미라 그리고 태산을 몰아붙인다. 돈과 진실의 싸움, 이렇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법정 공방은 날 선 시간을 이어가며 치열하게 진행된다. 

 그러던 중 모두가 찾지 못했던 사건 당일의 CCTV 영상을 가지고 있는 유나의 팬 ‘김동명’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침묵>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과 그들이 믿는 진실을 따라 입체적으로 사건을 풀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침묵, 하나의 진심을 보여준다.



- 두 번의 침묵 하나의 진심      

 영화에 등장하는 첫 번째 침묵은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찾아온다. 동명의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어 버린 사건과 그로 인해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 태산. 사건의 진실에 닿고자 하는 검찰과 변호인의 열망이 모여 태산을 증인석에 세운 순간 영화는 긴 사건의 소음 끝에 정적을 가져온다. 

 정의가 돈에게 승리하는 것을 소망하는 사람들로 들어 찬 법정에 쏟아지는 빛과 증인석에 앉아 창으로 쏟아지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등에 진 태산의 그림자진 얼굴은 침묵 속에서 끊어질 듯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긴장 속의 침묵은 소리 한 점 없지만, 들끓는 마음들로 소란하게 채워져 있다. 

 첫 번째 침묵이 영화에서 소리가 없는 시간을 두는 물리적 침묵이었다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두 번째 침묵은 태산이라는 인물이 함구하고 있는 사실 그 자체이다. 반전으로 제시되는 두 번째 침묵은 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소 장황하게 정성들여 ‘설명’하는 두 번째 침묵은 우리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온 마음이 무너진 한 남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그 폐허 속에서 지키려했던 단 하나의 진심이 영화 내내 이어진 이 긴 침묵 속에 서려있다. 

 영화의 마지막, 태산의 이마로 빛이 스쳐지나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진심을 온 힘으로 지켜낸 그에게 드리워진 빛은 더 이상 무겁지 않다. 그는 사건이 시작된 이후 분투했던 그 긴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 무거운 죄책감을 씻어내었다. 빛은 그런 그의 이마를 스치며 사랑을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벗어던진 한 남자를 따뜻하게 위로하듯 비춘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빙보이 인 뉴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