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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Dec 02. 2017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세 살,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은 처음 만났다. 그때의 칠월은 자신과 안생의 운명은 숙명이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으면 평생 함께 한데.” 순수했던 만큼 안생과 칠월은 서로에게 전부가 되었다. 열일곱 살, 직업학교를 가며 빠르게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안생과 명문고에 입학해 안정된 일상을 살아가는 칠월. 둘 사이에 칠월의 첫 사랑 가명(이정빈)이 등장하며 처음으로 둘은 다른 방향을 보고 선다. 그리고 서로를 붙잡을 수 없게 점점 더 다른 곳을 향해 걸어 나간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열세 살부터 스물일곱 살까지 서로에게 전부였던 칠월과 안생의 우정을 그려낸다. 우정을 넘어서 서로를 깊게 사랑했던 둘, 영화 속 안생은 칠월이 썼다는 인터넷 소설을 읽으며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를 되짚는다. 어반 자카파의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는 깊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되돌아보며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누구보다도 서로를 그리워했던 칠월과 안생의 모습이 묘하게 노래 위로 겹쳐진다. 그때의 안생과 칠월이 함께 보았던 것은 무엇이고,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보다 자유롭게 떠돌며 젊음을 태우고 싶었던 안생은 연인이었던 기타리스트를 따라 고향을 떠난다. 처음으로 가장 긴 이별을 앞둔 칠월과 안생. 기차를 타고 손을 흔드는 안생의 목에서 가명의 목걸이가 떨어진 순간, 둘은 이 이별이 단순한 시공간의 단절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공유했던 둘이었던 만큼, 나누지 않았던 한 마디 말은 둘 사이에 깊은 균열을 만든다. 칠월과 안생은 떨어져 있는 동안 계속해서 엽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안생이 엽서 끝에 남기는 “가명에게 안부 전해줘”라는 말은 가명의 곁을 지키는 칠월에게는 무거운 앙금으로 남는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어 방랑하는 안생과 떠나는 것이 두려워 안정된 삶을 살며 기다리는 칠월. 둘은 정반대의 삶을 살며 서로를 그리워한다. 자신과 모든 순간을 공유했던 사람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가진 반짝이는 사람으로서 칠월과 안생은 끊어지지 않는 우정으로 묶여있다. 하지만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서로를 향한 열등감은 서로를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 사이를 좀먹는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를 다시 만났을 때, 애틋했던 기다림의 시간을 뚫고서 서로를 향한 날 선 말이 솟아난다. 긴 시간 묻어둔 서운함과 그 속에 핀 열등감이 그들이 ‘소울메이트’라는 이름으로 쉽게 매겨버린 표피를 뚫고 나온 것이다. 그때의 칠월과 안생은 “소홀함과 편안함 속에서 부서질 듯 아파한다.” 말은 말 자체보다 말하는 화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의미의 경중이 달라진다. 둘이 서로의 말 한 마디에 무너지고 아파했던 것은 그 말을 던진 사람이 칠월이고, 안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가까웠다고 믿은 한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던진 상처는 비단 그 사람의 흠만이 아니다. 상대를 보살피지 못하고 관계를 지켜내지 못한 나에게도 무거운 후회와 자신에게 던지는 비난이 시간을 돌아 찾아온다. 두 사람은 순간 던진 모난 말들 속에서 그 누구보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자신을 놓쳐버렸다.

 영영 보지 않을 줄 알았던 둘은 27살에 다시 만난다. 안생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신이 정한 인생의 마지막 해. 칠월은 파혼한 후 가명의 아이를 가진 채 안생을 찾아온다. 이제는 방랑하는 삶을 접고서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고 있는 안생 그리고 이젠 ‘안정된 삶’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칠월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정반대 지점에 서서 서로를 이해한다. 고등학교 때처럼 한 침대에 누워 서로의 곁을 지키겠다고 이야기 하는 둘. 긴 곡절을 지나서야 다시 회복한 둘의 우정은 영화가 준비한 두 번의 마지막 장면을 향해가면서 더욱 짙어지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안생이 끝내 감춘 칠월의 마지막 모습은 칠월이 안생에게서 그리움을 배웠듯이, 안생이 칠월을 통해 그녀와의 우정을 그리는 과정이자 방법일 것이다. 안생이 그린 칠월의 마지막 모습에서 “난 그때의 우리가 너와 내가 이 세상 전부였던 그때가 그리울 뿐” 이라고 전하는 안생의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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