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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Dec 15. 2017

강철비

분단국가의 터럭까지 그려낸 거대한 전쟁 시나리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JSA를 넘어 남쪽으로 달리는 북한 병사를 향한 총격이 있었다. 휴전협정을 깬 격발에 남북한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날 선 전쟁의 위험에 긴장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분단이라는 현실은 언제고 우리를 전쟁이라는 큰 폭력 앞에 내던질 수 있다. 영화 <강철비>는 북한의 쿠데타로 인한 북측 1호와 북측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이 넘어오며 벌어지는 남북의 가장 큰 폭력사태인 핵전쟁 시나리오에 대해 다룬다.

 조연까지 배태랑 배우들로 채워 배우군단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강철비>는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속에 액션, 유머 등의 쉼표들을 적당히 배치에 핵전쟁시나리오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끌어나간다.     



 

- 분단국가의 터럭까지 그려낸 거대한 전쟁 시나리오

 북한의 쿠데타와 동시에 북측 1호 그리고 엄철우가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한국을 둘러싼 중국, 일본, 미국의 정세는 비상사태로 들어간다. 게다가 남한은 대선을 마치고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시시각각 북한의 핵 위협이 다가오고 각국의 이익을 위한 목소리들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한의 외교한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은 우연 같은 운명으로 엄철우를 만난다.

 두 철우의 만남은 한, 중, 일, 미국을 오가는 국가적 움직임에 개인적 움직임을 넣는다. 그곳에는 곽철우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있고, GD의 노래를 통한 문화적 화합, 그리고 지킬 가족이 있는 아버지로서의 동질감이 있다. 이런 면면을 쌓아 둘은 ‘철우’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한 민족이 된다. 철우들을 따라가는 이야기에는 엄철우와 최명록(조우진)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신도 따라온다. 매끈하게 빠진 액션신 그리고 누구보다 무섭게 철우들을 조여 오는 최명록의 연기가 인상 깊다. 또 고공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무거운 국가 간의 폭력의 시점을 개인으로 옮겨 전쟁이 가져오는 폭력을 보다 살에 닿게 느끼게도 한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분단국이 품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폭력의 씨앗에 대해 이야기 한다.

 분단이 해소될 ‘한 방’을 바라보는 영화 속 개인들의 시선은 제각기 다르다. 그 속에서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라는 말은 수많은 현실적 이유 중에 일부일 뿐이다. 이 영화의 매력적인 지점이 이 부분이다. 개인 대 개인과는 다른 국가 간의 차가운 현실적 계산들을 영화로나마 목도할 수 있다. 2인 체제로 이뤄진 남북 공작요원들의 인간적인 영화와는 다른 최소한의 소비, 최소한의 손실, 최소한의 인명피해를 놓고 벌이는 국가 간 계산들은 분단이라는 현실이 하나의 체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영화는 극적 결말로 평화를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친 현실적 사안들은 분단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남의 손으로 찢어진 우리는 어떻게 이 수많은 이익관계 사이에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분단이라는 체제를 부수고 통일은 이루어지게 될 것인가. 강철비 속의 철우일 수밖에 없는 영화를 보는 개인들은 통일이라는 과제 앞에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영화로 드러난 대한민국이 품고 있는 폭력을 마주한 순간 많은 질문들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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