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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Jan 03. 2018

원더

평범하지 않은 모두에게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27번의 수술을 거쳐 보고, 듣고, 말할 수 있게 된 아이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어렵게 세상에 발을 디딘 어기는 스타워즈를 좋아하며 우주에 가기를 꿈꾸는 평범한 10살 아이다. 하지만 어기의 얼굴에 남은 수술의 흔적은 ‘안면기형아’라는 또 다른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그렇게 어기는 세상 밖이 아닌 헬멧 속으로 숨었다. 

 27번의 수술보다 따가운 세상의 시선을 피해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였지만,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과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는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선물해주고자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10살 어기는 자신이 발 디딘 행성에서 다른 우주로 이륙한다. 발사되는 모든 것이 그렇듯 다시 땅에 발이 닿는 그 순간까지 온몸으로 새로운 순간들을 맞서고 해쳐나가면서.   



   

- 평범하지 않은 모두에게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헬멧을 쓰고 학교 앞에 선 어기. 헬멧 밖에는 어기가 보지 못했던 총천연색의 세상이 있지만, 그가 헬멧을 벗자 시선이 쌓이며 세상은 도리어 좁고 삭막하고 외로운 곳이 된다. 움직이는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 어기가 과학 시간에 배운 논리는 학교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들의 괴롭힘이 시작된 것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어기의 하루가 흔들리면서 가족들의 관심은 언제나처럼 어기에게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곁에서 항상 어기를 응원해주던 누나 ‘비아’의 새 학기도 평탄하지는 않았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 단짝친구인 미란다가 그녀에게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외로운 새 학기를 보내는 것은 비아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항상 어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터놓고 위로를 기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화는 각기 다른 중력으로 서로를 당기면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행성들처럼 캐릭터마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관계들을 한 장, 한 장 섬세하게 다루어낸다. 어기를 중심으로 흐르는 단일한 영웅적인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마다 장을 나누어 각자의 홀로서기를 다루며 영화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안녕하지만 안녕하지 않은 하루들에 인사를 던진다. 

 어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긍정의 힘은 차갑기만 했던 주변 시선들을 바꾸어 나가며 관객들에게 ‘다름’의 탈 안에 숨겨진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그 ‘다름’과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자신을 만난다. 우리는 어기처럼 남과 다른 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상처받기도 하고, 어기의 친구들처럼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하기도 한다. 또 비아처럼 달라진 관계로 인해 달라진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매일을 예상치 못한 관계들 속으로 남과 다른 나를 던져 넣는 하루를 보내는 평범하지 않은 모두에게 <원더>는 자신을 사랑할 용기를 준다.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그 작은 용기가 어떻게 개인을, 관계를 변화시키는지를 그리며 “달라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을 사랑하는 용기는 결코 개인이 혼자서 구축해낼 수 없다는 부분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용기를 심어주는 가족과 학교의 틀 안에서 그 작은 한 걸음이 싹이 튼다.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는 용기와 다름에 대한 이해 이전에 있는 서로를 향한 작은 관심, 그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영화 <원더>가 말하는 작지만 큰 기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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