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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Feb 05. 2018

12솔져스

엉켜버린 그들만의 영웅담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12솔져스>는 9.11 테러로 시작한 탈레반을 향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미치(크리스헴스워스)를 포함한 12명의 최정예요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내부 세력 중 하나인 도스툼(네이비드 네가반)과 협력하여 탈레반이 점령 중인 요지를 탈환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미국이 테러를 상대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영화 <12솔져스> 또한 12명의 개인들의 신화로 시작했지만 평화유지에 힘쓰는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후광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애국이라는 대의에서 개인 그리고 아프가니스칸 내부의 평화라는 현실적인 사안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현대전의 양상 또한 스크린으로나마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안타까운 점은 그 과정에서 냉-온의 리듬이 묘하게 어긋난다는 점이다.      


- 엉켜버린 그들만의 영웅담     

 영화의 줄거리를 함축하기는 어렵지 않다. “12명의 군인이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하여 살아남을 확률 0%에 수렴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그렇게 영화를 시작하고 보면 12명의 인물을 구분하기도 전에 영화는 또 다른 주요 인물들과의 이해관계를 쏟아낸다. 생소한 지명과 분단된 내부 세력 중 한 세력과의 협력이라는 점을 이해하기까지 영화 전반 대부분이 소요된다. 

 모든 영화들이 그렇겠지만 전쟁을 다룬 영화는 유난히 냉-온의 온도 차이가 극명하다. 쏟아지는 총알이 뜨겁다면 쓰러진 사람들은 차갑다. 그리고 총알을 쏟는 사람들의 냉철한 마음과 쓰러진 이들을 감싼 마음은 눈과 귀로 쏟아지는 전쟁의 소음보다도 뜨겁다. 하지만 12명의 군인들의 평화를 향한 행보에서는 그런 전쟁의 마찰은 전쟁 자체가 아닌 그들 내부에 있다. 

 서로를 의심하고 협력하는 동안 현대전의 무심한 포격은 탈레반이 점령한 마을 위로 쏟아진다. 중반을 넘어 폐허가 된 마을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비추지만, 그들이 평화를 위해 감수해내야 하는 전쟁의 무게에 비하면 피해자나 12명의 군인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공간은 너무나도 말끔하다. 

 영화는 소년병을 통해 전쟁을 하는 두 집단을 비교한다. 탈레반에게도, 그리고 12명의 군인에게도 소년병이 함께한다. 12명의 군인은 그들 곁을 지킨 전쟁에 휘말린 무고한 소년병을 구해내지만, 탈레반의 소년병은 포화 속의 시신으로 비춰진다. 두 소년의 대비로 미군의 생명을 향한 의의는 묘하게 격상되지만, 돌이켜보면 두 소년 모두 그들이 쏜 포화 속에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빠르게 임무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인물들에겐 이를 숙고할 시간은 넉넉지 못하다. 

 전쟁을 다루는 데 있어서 이해관계 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느라 포화가 남기는 깊은 감정의 골은 찾기 힘들지만, 실화에 기반 해 옮긴 현대전의 모습은 흥미롭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치밀한 계산과 그를 뒤따라 떨어지는 정밀포격, 본부와 임무에 투입된 자들의 긴밀한 움직임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현대전에서 보기 힘든 총을 든 기마전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천지가 개벽하거나, 외계 행성에서만 이루어졌던 하이브리드한 신-구의 조화를 목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모든 포화가 쏟아지는 이 장면마저도 최근 히어로들이 맞이하고 있는 예견된 절체절명의 위기보다 매끄럽고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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