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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Feb 18. 2018

싱 스트리트

쏘아진 소년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당시 흔들렸던 아일랜드의 경제는 TV 뉴스를 넘어 끝내 ‘코너’(페리다 윌시-필로)의 집안으로까지 스몄다. 아버지가 실직당하며 가계가 휘청거리게 된 가족은 교육비에서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코너는 보다 저렴한 학비의 ‘크리스찬 브라더스’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곳은 ‘남자답게 행동하라’라는 구호 아래 독단적이며 폭력적인 학풍을 가진 곳이었고, 그곳의 일방적이고 일관적인 가르침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이리저리 삐져나온 가지처럼 거칠었다. 코너가 새로운 학교로 가기 위해 ‘싱 스트리트’에 들어서면서 벽 너머 어렴풋이 세상의 소리를 듣던 소년의 인생은 방아쇠를 당긴 듯 청춘을 향해 쏘아진다.    



  

- 쏘아진 소년

 코너가 크리스찬 브라더스에 전학하고 나서부터, 코너를 둘러싼 세상이 그를 향해 달려온다. 아주 단단한 벽이 되어서. 독단적인 학교에서는 검은색 신발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에게 모진 취급을 당하고, 그 아래에서 몇 해를 보낸 ‘배리’(이안 케넌)에게는 말도 안되는 협박과 폭력을 당한다. 또 집 안에서는 금이 가 있던 가족이 붕괴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실직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외도와 이혼으로 이어지는 코너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무너지는 현실들을 마주한다. 이렇게 소년의 삶을 연약한 내부에서 거친 외부로 밀어내는 힘은 소년 혼자의 힘으로 거스를 수 없이 학교에서 학생으로, 체제에서 가정으로 틈 없이 거대한 흐름으로 몰아친다. 

 그런 상황에서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볼 빨간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주위의 실재하는 것이 무너질 때 연약한 몸을 가진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형의 공간으로 도망칠 곳을 찾는 것 정도. 딱 그 정도이다. 코너도 피할 수 없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도피처를 찾는다. 코너의 형 ‘브렌든’(젝 레이든)이 뿌려놓은 음악이라는 기름과 그 위로 불을 붙인 ‘라피나’(루시 보인턴)라는 소녀다. 

 라피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시작한 음악은, 형의 사사 아래 그리고 뮤직 비디오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라피나의 모습에서 코너에게 꿈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현실의 사건들을 형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아버지가 실직하자 바람이 난 엄마는 여행이라는 꿈을 접고 오후의 담배 한 대로 하루를 위로 하는 한 사람의 여자였고, 그런 엄마와의 갈등으로 대학을 관둔 백수 형은 무너져가는 가족을 보고 겪으며 코너와 여동생 사이에서 완충제 같은 역할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은 현실에 치여 외부로 튕겨져 나가는 소년의 방향키를 잡아준다. 

 현실을 온 몸으로 맞고 있지만 아직은 어리기에, 남자가 되지 못했기에 그 압력에 눌린 코너는 이제 목소리로 꿈을 질러낸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을 부르는 강당에서 코너의 머릿속에서 펼쳐진, 가족, 학교, 사랑 그가 상처 받고 잃어버린 것들이 대 화합을 이루는 화려한 상상과 눈을 떴을 때 펼쳐진 차가운 현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삼켜낸 그 날, 그는 라피나와 함께 영국을 향해 작은 보트를 몰아 떠나간다. 형의 환호를 받으며. 

 소년과 소녀 앞에는 비바람이 치고, 보트를 삼킬 듯 파도가 일지만, 꿈을 향해 정조준 해 쏘아진 그들은 그저 그들이 가진 전속력을 다해 나아갈 뿐이다.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쏘아진 소년은 끝에 닿아야 멈출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닿았을 때, 그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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