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즈옹 Mar 13. 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

연약하게 빛나는 반사광

 꿈과 환상의 세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옆에는 ‘매직캐슬’, ‘퓨쳐랜드’ 등 디즈니월드의 테마들의 이름을 딴 모텔들이 늘어서 있다. 그 곳에는 주 단위로 모텔에 주거하는 사람들이 ‘임시적’인 삶을 이어간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모텔 ‘매직캐슬’ 방 한 칸에 엄마와 단 둘이 사는 6살 꼬마 무니의 반짝이는 하루들과 그 속에서 천천히 드리워지는 임시적 삶의 그림자를 그려낸다. 



    

- 연악하게 빛나는 반사광

 미술시간에 소묘를 배우다 보면 알게 되는 빛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반사광’이다. 쏟아지는 빛이 바닥이나 벽에 닿았을 때, 그림자를 뚫고 정물에 다시 비치는 빛이다. 이성을 따라 그림자를 채우다보면 놓치는 일상의 빛인 반사광이 비치는 곳은, 가장 짙을 것 같은 그림자 속에서도 엷은 빛을 띤다.

 지금의 ‘디즈니’는 그들이 그렸던 꿈과 동심 외에 미국의 많은 것을 대변한다. 영화 속 디즈니월드는 플로리다의 가장 밝은 빛이자, 그 곁에 가장 짙은 그림자를 둔 곳이다. 모텔 매직캐슬의 무니와 친구들의 천진함으로 가득한 일상은 디즈니월드가 드리운 그림자의 반사광과 같다. 방울처럼 공기를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곁에는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그들 부모의 불안정한 상황이 그림자처럼 엷게 드리워져 있다. “나는 어른이 울려고 하면 바로 알아.”라는 무니의 말은 아이가 보고 자란 모텔 매직캐슬의 어른들의 얼굴에 스민 표정들을 대변한다. 

 무니와 아이들의 보금자리이자 놀이터인 모텔 매직캐슬은 영화가 흐르면서 디즈니월드의 동명의 성과 관광객들이 머물고 가는 호텔과 대비되며 낭만적인 분홍빛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비참함을 뭍으로 끌어올린다. 

 신혼여행으로 디즈니월드의 매직캐슬을 찾으려던 남미 부부가 예약이 잘못 되어 모텔 매직캐슬을 찾아온다. 그날 밤 무니는 첫날밤의 환상이 깨져버린 신부의 눈에서 ‘울 것 같은 어른의 눈’을 본다. 그 눈은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장소의 붙일 수 없는 간극에서 온 충격에서 온 눈이다. 꿈과 환상으로만 가득 찬 매직캐슬과 그것이 발조차 붙이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모텔 매직캐슬의 현실이 그것이다. 

 모텔에서 1주일 씩 장기투숙을 하는 모텔 매직캐슬의 사람들에게 모텔이라는 공간은 이미 그들의 보금자리이자 터전이다. 본래의 임시적 기능을 상실한 모텔이라는 곳은 무니와 핼리가 관광객을 상대로 도매로 뗀 향수를 팔던 호텔이라는 공간과 대비된다. 일주일짜리 일상을 매일 붙여가는 모녀는 영화 후반부에 그들을 쫓아낸 호텔에 들어와 조식을 먹는다. 방 번호를 확인하는 직원에게 자신의 모텔 방 번호를 불러주는 핼리의 한 마디에서도 같은 시스템 아래서 같은 번호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두 공간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자본이 낳은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울음을 참고 살아가고 있다면, 무니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유년에 점점이 피어나는 곰팡이 같은 현실을 인식해가고 있다. 비 갠 하늘 위로 드리운 무지개 끝에 다다가고 싶은 꿈을 꾸다가도, 자신의 손에 들린 낡은 무지개 링이 아쉽다.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엄마의 상태가 쓰러져 있다는 걸 아는지 무니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쓰러져도 계속 자라난 고목이다. 이렇게 무니와 무니 곁에 있는 아이들은 희망을 침식해가는 현실 한 가운데 서있다. 현실의 짙은 그림자는 유년을 지나마자 그들을 덮쳐올 듯하다. 

 그래서 젠시는 무니를 데리고 모텔 밖으로 달려 나간다. 그녀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 디즈니 월드의 매직캐슬로. 어른들에게는 그 자체로 넘을 수 없는 자본의 성이지만 디즈니의 매직캐슬은 젠시와 무니를 어떠한 제지도 없이 받아들여준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마련한 아이들의 도피처는 무니가 속절없이 맞이한 엄마와의 이별과 부딪히며 가슴 아프게 빛난다. 

작가의 이전글 싱 스트리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