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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Mar 08. 2018

로건 럭키

징크스 형제의 달팽이 도둑질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후기입니다. 또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싱 경기장의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지미 로건’(체닝 테이텀)은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한다. 럭비선수 시절에 다쳤던 다리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한 쪽 다리로 인한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윗선에서 ‘미리’ 그를 자른 것이다. 실업자가 된 지미는 이라크 파병에서 한쪽 팔을 잃고 바텐더로 일하는 동생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를 찾아가 “콜리플라워” 라고 말한다. 두 형제가 일을 벌일 때 쓰는 두 사람만의 암호이다. 이렇게 둘은 미국에서 가장 큰 한 판이 벌어지는 레이싱 경기의 돈을 훔치기 위해 움직인다. 그들만의 속도로. 



     

- 징크스 형제의 달팽이 도둑질

 영화는 이 느리고 어눌한,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하는 두 형제가 어떻게 ‘샬럿 모터 스피드웨이’의 코카콜라 600 경기를 터는지 느슨한 속도로 그려낸다. 케이퍼 무비의 긴박감이나 화려한 액션 대신 자리 잡은 건 무뚝뚝한 두 형제와 능청맞은 조 뱅 형제 사이에서 나오는 유머이다. “돌 굴러가유 ~”로 시작되는 충청도 유머 같은 영화의 유머코드는 영화 속 곳곳에 스며있다. 

 레이싱 경기의 돈을 빼내자는 형의 계획을 들은 동생 클라이드는 자신들에게는 ‘로건 징크스’가 있다고 머뭇거린다. 여동생을 제외한 로건 가족에게는 대대손손 결정적 시점에 불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은 다리를 절고, 자신은 팔을 잃은 것이라고. 

 로건 형제에게 코카콜라 600 경기를 터는 것은 돈을 훔쳐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의 징크스를 깨는 일이다. 보험료가 많이 든다고 미리 해고된 지미나 이라크 파병에서 팔을 잃은 클라이드는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미국의 계층의 사다리에서 돈 혹은 유용성을 기준으로  그 사다리 위에서 내쳐진 인물들이다. 돈도 인력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도 확보 받지 못한 그들은 가장 눈 먼 돈, 자본주의의 허영이 고이는 곳인 레이싱 경기를 노린다. 

 영화 속에서 자본 혹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허세를 쫓는다. 로건 형제의 여동생인 멜리에게 “이 정돈 타줘야 되지 않겠냐”며 으스대는 자동차 외판사업을 하는 형부, 수감자들이 반란을 일으켰음에도 자신의 교도소는 절대로 문제가 없는 곳이라며 외부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 교도소장, 레이싱 선수를 돈으로 압박하는 광고주와 로건 형제가 뛰어든 큰 판을 벌인 레이싱 경기 주최 측까지. 돈과 권력이 만들어 내는 허황된 승리를 쫓는 그들의 허세를 지미는 꿰뚫는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욕심 없이’ 가진 자들의 허세가 감당할 만큼의 돈을 훔쳐낸다.

 로건 형제는 속도를 더해가는 레이싱 경기와 그 속도에 속도를 더해 쌓여가는 부 사이를 느리게 걷는다. 느리고 어딘가 빈 틈 많아 보이는 도둑질은 지미가 오랫동안 그린 빅 픽쳐와 가진 자들의 허영 사이에서 완벽한 범죄를 이뤄낸다. 그들의 완벽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가진 자들에게 먹인 한 방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묘한 승리감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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