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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옹 Aug 30. 2018

올 모스트 페이머스

로큰롤 베이비


  차 안에 두 사람, 윌리엄의 누나 ‘애니타’(주이 디샤넬)와 엄마 ‘엘레인’(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윌리엄’(패트릭 후짓)을 두고 언쟁을 벌인다. 이젠 윌리엄에게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애니타. 두 모녀가 윌리엄에게 숨겼던 진실은 바로 윌리엄이 또래보다 두 살 먼저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두고 누나 애니타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이 아이의 사춘기를 강탈한 거예요.”

 어딘가 콩가루 냄새가 솔솔 나는 이 가족. 누나는 로큰롤 음악을 ‘마약과 난교의 시’라며 경계하고, 자녀들의 삶을 통제하려하는 엄마에게서 벗어나며 윌리엄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언젠가 넌 멋진 사람이 될 거야. 침대 밑을 보렴, 자유를 찾게 될 거야.” 그리고 누나의 침대 밑에서 발견한 로큰롤 LP판들. 촛불을 켜고 ‘토미’의 노래를 트는 순간 윌리엄의 귀에, 인생에 ‘자유’라는 이름으로 로큰롤이 찾아든다.   


   

- 로큰롤 베이비     


  누나의 말처럼 윌리엄은 어린 나이에 음악잡지에 글을 기고할 만큼 빠르게 자라난다. 그리고 윌리엄은 우연한 기회로 록 비평가 ‘레스터 뱅스’(필립 셰이모어 호프만)을 만나게 되고, 그와의 만남으로 ‘듣기만 하던’ 로큰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얻게 된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백 스테이지에서 ‘블랙 사바스’를 취재하러 간 그곳에서 윌리엄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밴드 ‘스틸 워터’와 자신을 밴드 에이드라고 소개하는 소녀 ‘페니 레인’(케이트 허드슨)을 만난다. 윌리엄을 로큰롤의 뒤편으로 초대한 그들의 모습은 그를 로큰롤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마침 그의 글을 본 음악저널 롤릴스톤에서 그에게 스틸워터의 투어를 따라다니며 취재할 것을 요청한다. 그는 엄마의 “마약은 절대 안 돼.”라는 말을 뒤로 한 채 그들의 팬이자, 적으로 투어 버스에 함께 오르며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음악이 뒤섞인 좌충우돌 로큰롤 투어가 시작된다.

  윌리엄은 스틸워터로 대변되는 1970년대 로큰롤을 바라보는 가장 순수한 눈이다. 그렇기에 스틸워터는 그를 ‘적’으로 경계하는 한 편, 좋은 말만 써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그들이 도취된 자유는 참 빛 좋다. 우연히 타고 오른 유명세에 그들 곁에는 그들을 숭배하는 팬이 있고, 취할 수 있는 술과 마약이 있으며, 사랑과 음악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태워버릴 ‘젊음’과 그걸 지켜보는 ‘자유’도 있다. 윌리엄은 그들이 위험할 정도로 도취된 그 자유 앞에 놓인 순수한 아이이다. 영화는 중요한 순간마다 그의 곁에 비슷한 젊음을 지난 어른들을 멘토로 두어 성장과 일탈이라는 갈림길에 선 윌리엄을 성장으로 이끈다. 로큰롤 밖에서는 ‘엄마’가, 로큰롤 안에서는 ‘레스터 뱅스’가 그리고 둘 사이에 걸친 사람으로는 ‘누나’가 윌리엄을 로큰롤의 자유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페니 레인은 자신이 꿈꾸는 자유가 있는 인물이다. ‘모로코’로 떠나는 것. 그것부터 그녀의 자유는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는 스틸워터 곁에서 그녀의 것이 아닌 자유를 느끼고 있다. 밴드의 유명세와 함께 따라오는 명성과 꿈을 그녀는 자신의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도 페니는 알고 있다. 언젠가 자신이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윌리엄은 어른들의 도움 덕분에, 그리고 자신이 위치한 평론가라는 위치 때문에 스틸워터로 대표되는 로큰롤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자유와 음악이라는 허풍에 도취된 이들에게는 도리어 윌리엄의 객관적인 순수함이 바늘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밴드의 리더인 ‘러셀’(빌리 크루덥)은 그의 인터뷰를 내내 피한다.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이 인기 또한 언젠가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였는지 그는 극 중에서 가장 일탈적인 동시에 밴드 안에서 가장 사색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밴드의 ‘좌충우돌 투어’라는 말 안에는 자유보단 질투와 암투, 허풍과 거짓, 철없는 패기 같은 것이 가득했다. 윌리엄은 그 안에서 상처만 안은 채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거의 유명한’ 밴드의 투어는 그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굳이 남은 것이 있다면 로큰롤의 내부를 살펴보고 든 자유라는 이름의 허망함 정도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누나 애니타는 그에게 말한다. ‘너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영화의 마지막 페니의 도움으로 윌리엄은 그의 집에 찾아온 러셀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러셀은 먼저 현실에 나간 페니의 도움으로 윌리엄에게 저지른 과오에 용서를 구하며 음악적으로 소통할 친구로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게 된 인터뷰. ‘음악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라는 윌리엄의 질문에 러셀은 ‘일단 음악은 전부야’라고 답한다. 유명세에 따라붙는 멋진 간판들 그리고 그 간판 밑에 있던 자신들도 부끄럽게 생각했던 치부들까지. 음악은 위대한 자유에서부터 가장 옹졸한 감정까지 모든 것이 흡수된 복합적 혼돈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 찬란한 혼돈에 매료되고 찬사를 보내는 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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