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피플을 돕는 현실적인 방법

by 해니

만약 당신이 뉴욕의 길거리에서 도움이 필요한 홈리스 피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홈리스가 되면 복합적인 문제들을 한꺼번에 짊어지게 된다. Homelessness라는 단어가 지닌 단순히 ‘머물 공간이 없는 상태’는 그들의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 혹은 결과일 뿐이다. 건강, 직업, 신분, 안전, 중독 등 대부분 홈리스 들은 이 중 몇 가지 혹은 전부의 문제를 동시에 지고 살아간다. 대부분 잠깐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성적인 이슈들. 길에서 우연히 만난 홈리스를 돕고 싶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음식과 생필품 등 당장 필요한 것들 제공하기

둘째, 홈리스 케어 서비스에 직접 연결하기


첫째 방법은 간단하다. 대부분의 홈리스들은 현금을 원하겠지만 현금을 장려하지는 않는다. 의도하지 않는 곳에 쓰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신 음식을 살 수 있는 기프트카드(서브웨이, 타코벨 등)를 주거나, 음식을 직접 사다 줄 수 있다. 간단한 빵과 씹기 좋은 과일, 물 등도 아주 좋다. 위생 물품도 괜찮다. 물티슈, 소독제, 칫솔과 치약 등이다. 여성 홈리스라면 생리대도 도움이 된다. 양말, 속옷, 티셔츠, 내의 등 간단한 옷가지들도 인기 많은 품목이다. 우리의 활동도 주로 이 방법을 취해 왔다. 이런 방식이 비록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당장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이 또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충분히 의미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보다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론 더 장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뉴욕에는 다양한 홈리스 프로그램과 단체들이 있다. 머물 곳이 필요한 사람, 의료 지원이 필요한 사람, ID 되찾기 같은 법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처음으로 거치게 되는 단계는 주로 뉴욕주에서 제공하는 임시 보호시설(DHS intake)이나 홈리스 비영리 단체들이다. 개인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앞서 말한 시설이나 단체들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먼저 홈리스 개인이 이들 시스템에 등록되면 임시적으로 머물 장소를 제공받고, 그 안에서 케이스 매니저를 할당받을 수 있다. 케이스 매니저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알맞은 프로그램에 그들을 연결시키고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 서비스에 연결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NYC311 앱으로 신고하는 것. NYC311 앱을 통해 위치, 간단한 설명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홈리스를 리포트하면 수시간 내로 아웃리치팀이 해당 위치에 파견된다. 그 후 상황을 진단하고 당장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의료 지원 등)되거나 임시 보호시설을 공급하는 단체에 연결된다. 이후의 순서는 위의 설명과 같다.


혹은 해당 구역의 홈리스 아웃리치 담당 단체에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뉴욕 맨해튼 지역에는 Manhattan Outreach Consortium(MOC)라는 아웃리치 연합이 있다. 여러 홈리스 비영리 단체들이 담당 구역을 나누어 관리하는데 이들은 24/7 아웃리치 스태프들을 파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NYC311을 통해 들어오는 건들도 MOC의 아웃리치 팀이 일부 담당한다.


맨해튼 내 구역별 담당 MOC 단체들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 Goddard Riverside: 23rd Street and Below, 212-785-6690

- Breaking Ground: 23rd Street to 59th Street, 800-871-8910

- Goddard Riverside: 59th Street to East 96th Street & to West 110th Street, 212-222-5490

- CUCS: East 96th Street and above & West 110th Street and above, 212-801-3300


맨해튼 가장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아우르니 해당 홈리스를 발견한 구역에 따라 연락하면 간단하다. 각 단체에 직접 연락하는 것이 NYC311을 통하는 것보다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NYC311은 리포트 후 수시간 내에 파견되지만 경험상 파견까지 꽤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고, 그 사이에 해당 홈리스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구역에 해당하는 단체들에 직접 연락하면 아웃리치 팀이 즉각적으로 리포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정리해 보니 홈리스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런데 왜 그 많은 홈리스 피플이 매년 비슷한 위치에 머물며 늘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까? 현실적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신고를 통해 아웃리치팀이 파견돼도 이미 Intake(뉴욕 제공 임시거처)나 Safe Havens라고 불리는 임시 숙소들에서 안 좋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은 차라리 길에서 지내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임시 숙소를 베이스로 하는 케이스 매니징을 받을 수 없기에 장기적인 개선이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아웃리치팀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온 홈리스들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안되면 다른 팀을 보내서 설득하기도 한다. 임시 숙소 제공을 끝내 거절하는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의료지원 등을 계속한다. 중요한 건 이미 알게 된 홈리스 한 명 한 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케어한다는 것이다. 이 일의 방점은 결국엔 지속성에 있다.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이 어찌 쉽고 빠를 수 있으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기분이 들더라도 그냥 '존버'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한 명의 홈리스가 케이스 매니저를 할당받고 임시 숙소에서 permanent housing(영구 주택)으로 옮겨 가고, 의료 지원이나 일자리 훈련 등을 통해 온전히 홀로 서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더딘 속도에도 불구하고 매년 뉴욕시 전체에서 1000-2000명이, 맨해튼 미드타운만 담당하는 한 단체에서만도 500명가량이 transitional housing(전환 주택) 혹은 permanent housing(영구 주택)을 제공받고 있다. 하루하루가 더디게 느껴져도 1년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덥고 추운 길바닥에서 몸 누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는 건 꽤 희망적인 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케어가 존재했다.


이 활동을 계속하면서 길에서 종종 다양한 아웃리치 팀을 마주친다. 홈리스 피플을 상대하고 도움을 받도록 설득하는 일은 우리에게나 그들에게나 쉽지 않기에 그럴 때마다 그저 서로 고생한다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조금만 천천히 걸어도 무자비하게 어깨를 치이곤 하는 바쁜 뉴욕에서 여전히 소외된 이들을 기억하고 케어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건 일종의 동지애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 마음이 뜨끈뜨끈해진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느끼듯, 홈리스 그들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길거리가 차갑고 험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앞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컴컴한 미래인지, 나아갈 길이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미래인지는 큰 차이일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저 작게나마 빛의 길을 터줄 수 있길 희망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삶일지라도 조금씩 밑을 메우고 물을 채우다 보면 언젠가 차오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하루하루가 될 수 있기를.

keyword
이전 07화홈리스의 신발을 신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