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치볼드 미술 공모전의 작품들에 대해서.
1921년에 시작된 Archibald Prize(이하 아치볼드 공모전)는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공모전이다. JF 아치볼드라는 불레틴(Bulletin) 신문 창간자가 젊은 화가들의 홍보를 위해 1919년에 사망하면서 재단을 만들었는데, 이 재단은 미술 공모전이었으며 1921년 호주에서 아치볼드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이 공모전으로 인해 호주 미술계에 젊은 신인 작가들이 진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살아생전에도 아치볼드는 젊은 화가들을 돕기 위해 본인 신문사에 젊은 삽화가들을 주로 고용했다고 한다. 아치볼드는 말년에 호주 시드니의 NSW 미술관(이하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젊은 예술가의 작품을 홍보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아치볼드 공모전은 초상화 공모전인데, 그 이유는 아치볼드의 주요 목표는 예술가를 지원하고 호주에서 위대한 삶을 산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 때문이었다.
그의 초상화는 그의 죽음 이후에 그려졌고, 그는 평소 유명해지기를 원치 않았기에 생전에 사진 촬영을 회피했다고 전해진다.
2019년 아치볼드 공모전에는 총 그림 919점의 출품작 중에서 51점이 최종적으로 전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2019년 우승작인 토니 코스타(Tony Costa)의 작품부터 소개하자면 토니 코스타는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미대 출신의 예술가이다. 토니 코스타는 원래 풍경화 화가이다. 평소 그의 작업은 붓을 쓰지 않고, 의료 장갑을 끼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독특하게 작품을 창조해내고는 했다. 사진 속 그의 뒷 배경의 그림이 이러한 방법으로 그가 그린 그림이다.
토니 코스타는 원래 법학을 공부하던 사람이었고, 지방 법원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공부하던 도중, 그의 성적은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고 그의 어머니는 "Follow your heart 네 마음을 따라가렴"이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Follow your art 너의 예술을 따르렴"이라고 받아들였기에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예술가로서의 그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이런 영광스러운 결과를 그가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토니 코스타는 아치볼드 공모전을 위하여 동료 예술가이자 선불교인인 린디 리의 초상화를 그렸다. 린디 리는 호주에서 꽤 명성 있는 중국계 여성 예술가인데, 주로 그녀의 작품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중심으로 선불교를 통해 그녀의 뿌리인 중국을 탐구한다. 또한, 중국계 호주 예술가로서 이민자로서의 디아스포라 경험을 시각화하는 그녀의 작품은 타지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고 있다.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린디 리는 그림 속에서도 선불교에 심취해서 명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토니 코스타는 린디 리와 내면세계를 공유한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아치볼드 공모전을 위한 모델로 선택했다. 이 작품은 2018년 하반기에 완성이 되었고, 스케치 없이 작품의 크기 때문에 병원 침대를 이젤 삼아서 유화 물감으로 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아치볼드 공모전에서는 작가와 모델이 적절한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왜냐면 이 공모전은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아치볼드의 모델들은 우리와 함께 현시대를 살아가는 호주의 영웅적인 인물들이다.
그림 속에 린디 리가 선불교에 심취되어서 명상하는 모습이 마치 몸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실제로 린디 리가 쿠션에 앉은 모습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색이 단조롭고, 시각적으로 굉장히 심플하지만 편안해 보인다. 그림 속에는 침묵이 느껴지고, 조용하다.
4번의 도전 끝에 결국 2019년 최종 우승자가 된 토니 코스타는 뉴사우스웨일즈 아트 갤러리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에 분명 본인의 그림에 무언가 문제가 생겨서 그들이 전화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마침 또 전화가 끊어졌고, 그는 분명 그림이 손상되었거나 벽에서 떨어졌을 거라는 소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화는 당신의 그림이 우승했다!라는 소식을 가진 전화였다.
시각적인 정확성이 아니라 감정을 전하는 그의 그림이 아치볼드 공모전에서 최종 우승한 것이다.
존 비어드(John Beard)의 그림은 뉴사우스웨일즈 아트 갤러리에서 자체적으로 좀 의미 있는 그림이다. 화가 존 비어드는 2019년 3월에 사망한 뉴사우스웨일즈 아트 갤러리의 전 관장인 에드몬드 카폰(Edmund Capon)을 모델 삼아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에드몬드 카폰 관장의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 그의 멋진 외모,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 열정적인 성격을 그림에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드몬드 카폰 관장은 33년 동안 뉴사우스웨일즈 아트 갤러리에서 근무했다. 고향인 영국으로 휴가를 떠났는데, 영국에서 피부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는 호주 시드니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고, 영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에드몬드 카폰 관장은 예술가를 동등하게 사랑했으며, 또 많은 예술가들의 친구로서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 그림 속의 장면은 존 비어드가 에드몬드 관장의 집을 방문했을 때, 빌 헨슨(Bill Henson)이라는 작가의 사진 작품 앞에 서있는 에드몬드 관장님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림 속 에드몬드 관장의 뒤에 걸려있는 여자 사진이 바로 빌 헨슨이라는 호주에서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그림 제목 속의 +Bill이 바로 이 빌 헨슨이다.
사실 빌 헨슨은 호주 예술계에서 문제가 좀 있었던 사진작가이다. 그가 찍은 사진 작품들은 성적인 문제로 논란이 꽤 많았으며, 2013년~2014년 정도에 그가 본인의 사진 작품으로 개인전을 했었는데,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들이 와서 그의 작품들을 범죄로 취급을 했던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에드몬드 카폰 관장은 빌 핸슨을 두둔했고, 그 방법 중의 하나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의 사진 작품들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림 속 에드몬드 카폰 관장의 뒤에 있는 이 작품이 바로 그 작품 중의 하나이고, 그림을 그린 존 비어드는 이러한 에드몬드 관장의 행동과 마음에 크게 감명받지 않았나 싶다. 존 비어드는 에드몬드 카폰 관장과 빌의 우정과 예술가의 존중의 상징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마치 선들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특이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양초의 왁스를 녹여서 유화물감과 함께 섞어서 그림을 쌓아 올린 입체적인 기법의 그림이다.
데이비드 그릭스(David Griggs)라는 필리핀계 원주민 작가의 작품이다.
서울의 갤러리에서도 큐레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출신인 시드니 아트 스페이스(Artspace Sydney)의 큐레이터 알렉시 글레스 칸토르(Alexie Glass-Kantor)를 그린 작품이다. 이 큐레이터는 본인의 일을 하며, 우울증을 앓던 호주의 예술가들을 서포트해주던 사람이다. 이 그림의 작가 데이비드가 병에 걸려 몇 달을 쉬어야 했을 때 알렉시는 직원을 통해서 항상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그가 재기해서 좋은 환경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고 한다. 데이비드 그릭스는 어려운 시간에 그를 돌보아주었더 알렉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데이비드와 알렉시, 그 두 사람의 자유로운 창의적 교류이다.
그림 오른쪽 밑의 빨간 계란은 알렉시의 유태인 모계혈통을 상징하고 있으며, 이 그림에는 유태인 성경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림 속에는 작가의 삶의 애환을 나타내고 있고, 덧그림을 계속 바르다가 보니 속 그림이 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은 What, How, Why 작가의 의도가 중요한데, 데이비드 그릭스의 증조할머니가 1800년도에 이민 와서 지나간 과거에 묻힌 것 같이 자기 그림도 묻히게 일부로 저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준첸(Jun Chen)이라는 작가의 그림이다. 현재 퀸즐랜드에서 발레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리쿤신(Li Cunxin)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준첸은 처음 그의 자서전인 '마오의 마지막 무용수'라는 책을 읽고 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리쿤신은 중국의 마오쩌둥 시절에 중국에서 발레리노를 했던 사람으로 중국 국립 발레단의 단장으로 활동하다가 호주로 망명한 사람이다. 리쿤신은 현재 호주의 퀸즐랜드 지역에서 젊은 발레 무용수들을 지도하는데 삶을 보내고 있다. 준첸은 이러한 발레에 대한 리쿤신의 열정과 헌신을 높이 사서 이 그림을 그린 게 아닌가 싶다.
그림을 보면 준첸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을 사용하였다. 그건 작가가 이 그림 속 모델인 리쿤신의 어려웠던 시절의 감정을 어두운 배경을 통해서 나타낸 것이다. 그림 속 배경은 발레 스튜디오이고, 다른 캐릭터들도 백그라운드로 반영하였다.
거울의 반사 효과를 이용해서 작가는 배경을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으로 만들 수 있었으며, 그림 속 리쿤신의 몸짓은 역동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주기도 했다.
이 그림은 오일 페인팅인데, 특이하게도 오일 페인트+아마씨 오일+호두 오일을 썼다고 한다. 이 두 오일들은 마르는 속도가 서로 상극으로 다른데, 늦게 마르고 빠르게 마르는 오일들을 섞어서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그림에 특이한 질감이 생기게 만들어졌다.
미라 웨일(Mirra Wale)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림 속 모델은 호주 방속국 ABC 아나운서인 리 세일즈(Leigh Sales)이다.
리 세일즈는 책을 쓴 적이 있는데, 책 내용은 그녀가 방송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어느 날에 청천벽력과 같은 재난과 수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낸 책이다. 작가는 그녀의 책을 읽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비극과 재앙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리 세일즈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매우 똑똑한 아나운서이자 언론인이지만 개인적 아픔이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임신 8개월 때에 생긴 자궁파열로 인해 둘째 아기가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정상적이지 못한 아기를 데리고 투쟁을 하며 살아갔어야만 했다. 그러한 생활에 지쳐서 남편이 가족을 떠났고, 그녀의 큰 아이마저도 큰 병에 걸리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에게는 아픈 두 아이만 남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불행에 주저앉지 않았다. 호주의 유명한 공인인 그녀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며, 도전하고 용감하게 권력들을 심문한다.
작가가 파란색을 그림에 사용한 이유는 파란색은 고요하고 차분하지만 눈에 띄고 직접적이라서 아마 그녀를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색이기에 선택했다고 한다. 영어 속담에 또한 아웃 오브 블루(Out of Blue)라는 별안간에 생기는 일이라는 뜻이 있는데, 작가의 의도는 겉으로 화려한 유명인에 대한 그들의 인식에 대해 관객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미라 웨일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화려함 뒤에 있는 그녀의 아픔을 볼 수 있으며, 리 세일즈의 솔직함과 진실성과 삶에 대한 용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관객들은 그림 속의 리 세일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 삶에 대해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관객들에게 묻고 싶다.
트세링 한나포드(Tsering Hannaford)는 호주에서 활동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그녀의 그림 속 모델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민 온 미세스 씽(Mrs Singh)이다. 미세스 씽은 1931년 말레이시아에서 10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대가족에게 태어났는데, 그녀는 5살 때부터 부엌에서 일을 했어야만 했다. 6살에 어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웠고, 이러한 계기들로 그녀는 음식에 대해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19살에 남편을 따라 호주로 이민 왔고, 아들레이드에 자스민이라는 말레이시아 레스토랑을 열어서 운영했다. 그녀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며, 1996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아들레이드의 힌드마쉬 스퀘어(Hindmarsh Square)에서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88세이시지만 미세스 씽은 여전히 주방을 감독하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레스토랑을 꼭 방문한다고 한다.
미세스 씽의 관대한 마음이 작가를 감동시켰고, 이 그림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이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 일들을 사람들의 삶에서 교훈으로 삼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여담으로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아버지가 화가임에도 자식이 화가가 되는걸 원치 않으셔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미세스 씽도 정식적인 요리 교육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호주 사회 속에서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결국은 요리와 미술을 통해 각자 사람들에게 이리 아름다운 마음들을 전하고 있다.
그림 속 미세스 씽의 의상을 보면 그녀는 말레이시아 전통 의상을 입고, 오른쪽 가슴 위쪽에는 영광스러운 메달을 걸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미세스 씽의 삶에 보내는 찬사이다.
이 작품은 2019년 아치볼드 공모전에서 사람들의 선택과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다.
데이비드 다르시(David Darcy)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림 속의 데이지 트주판타리 와라쿠나(Daisy Tjuparntarri Warakurna) 할머니는 호주의 울룰루에서 350km 더 떨어져 있는 와라쿠나라는 곳의 숲 속에서 삶을 살고 있는 원주민이다. 그녀는 ‘슈퍼 투파’라고 불리며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서 호주에서 최초로 공식적인 통역관이 된 사람이기도 하다.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편견에 막히고, 호주 정부에서 돈을 받고 살아가기에 일할 필요가 없는 호주의 원주민들은 일을 하지 않고 마약에 찌들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폭력에 관한 범죄와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원주민들 간의 성폭력 문제도 상당히 심각했다. 교육의 중요성을 몰랐던 원주민들에게 데이지 할머니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을 하며, 원주민의 삶과 인권을 위해 계몽을 한 사람이다.
할머니는 원주민 그림 전시회를 다니면서 원주민을 위한 아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었는데, 원주민 작가들이 종종 이분의 스튜디오에 와서 재료를 구입한다고 한다. 작가 또한 재료 구입을 위해 스튜디오에 갔다가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고, 곧 그는 그가 굉장히 특별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는 데이비드 다르시의 스튜디오에 찾아와서 본인의 초상화를 그려보라고 먼저 권했다고 한다.
그림 속 할머니의 옷에 있는 선들은 원주민의 노래를 상징하며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붉은 그림은 자연스럽고 강한 색감을 위해 전통적인 붉은 황토 대신 레드 옥사이드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림 속 할머니의 눈을 보면 사람들이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데이지 할머니가 원주민의 패턴, 사람의 생활과 인생을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할머니의 꼭 다문 입은 할머니의 자신감과 진중한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녀의 강직함을 나타낸다.
테사 맥카이(Tessa MacKay)의 작품이다. 뉴사우스웨일즈 아트 갤러리에서 일하며 이 아치볼드의 그림들을 패킹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뽑은 그림이다. 작품의 모델은 데이비드 웬함(David Wenham)이라는 호주의 배우이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호주 퍼스 지역 출신의 여성 작가이고, 남편은 영화 제작자이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통해서 이 배우를 알게 되었고, 시드니 뉴타운에 살고 있는 배우와 작품 구상을 위해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앉아있는 그를 사진 찍게 되었는데, 그때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배우의 모습이 자신의 동네인 뉴타운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의 평소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배우는 대중적인 인물이기에 대중이 사는 거리에 그를 배치해놨다고 한다. 유리창 뒤의 카페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을 사진기의 여러 가지 필터를 이용해서 카페에 앉아있는 사진을 찍은 후, 그녀는 그림 작업을 시작하며 배우의 얼굴, 손, 발, 셔츠를 연구하고 그의 환경과 그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배우의 얼굴 주름까지도 섬세하게 그려진 초사실주의 작품인데, 두 개의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벽에 배우의 사진을 쏴서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드로잉을 했다고 한다. 드라이한 페인트와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사용했고,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것을 그림에서 볼 수 있다. 그녀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1년 반이 걸렸으며, 그림을 그리면서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나타샤 월쉬(Natasha Walsh)라는 작가 본인의 자화상이다.
그림을 보는 순간, 그녀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녀는 20대 후반의 젊은 작가이며, 그림은 특이하게도 동판에 그려졌다. 동판에 그린 그림은 시간에 따라서 부식이 돼서 그림이 점점 달라지는데, 작가는 그것을 본인이 변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림의 배경을 보면 날씨가 우중충하고 우울하다. 마치 곧 큰 회오리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림을 보면 분명 인물은 앉아있는데.. 의자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고, 작가 자신이 그림 속에서 허공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 이것은 전환이 되는 순간의 공간이라고 한다. 즉, 작가 본인 자신은 지금 여기 이 공간에 있는데 옮겨가지 못하고 그대로 둥둥 떠있는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작가 본인에게 물질적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심리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과거의 상처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작가의 현재 심리 상태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보인다. 머리와 눈은 동판에 의해 부식되고 여전히 색이 변하고 있다. 그녀의 다리에 보시면 거뭇거뭇한 멍들도 보이는데, 이는 온전치 못한 힘든 삶을 나타샤가 살아왔음을 관객들에게 느끼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보면 그림은 유리 속에 넣어져 있는데, 그 의미는 나타샤 작가 본인은 대중과의 관계가 너무 어려워서 관람객과 거리를 둔 것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톰 카먼트(Tom Carment)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제임스 스칼런(James Scanlon)이라는 작가이자 음악가, 정원사를 그렸다. 작가와 모델은 밴드에서 연주할 때에 시드니에서 처음 만났으며, 서로 깊은 우정을 갖고 있다. 이 그림은 시드니의 카툼바(Katoomba, 블루마운틴)에서 그려졌으며, 그림을 그리는데 총 3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백인들은 오래전, 블루마운틴에 있는 원주민 터전에 레이싱카 트랙을 만들어서 원주민을 내쫓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그림 속 인물인 제임스 스칼런은 버려진 레이싱카 트랙을 복구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원주민들이 이제는 이 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동물들이라도 이곳에 와서 다시 삶의 터전을 찾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제임스의 마음과 봉사, 그러한 수고들에 감명을 받아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Wet on Wet 기법을 쓴 것을 볼 수 있다. 마르지 않은 젖은 물감 위에 다시 젖은 물감을 올리는 기법인데, 이 기법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이고 사고적인 색을 나타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 그림 속에서는 우연적인 색감을 볼 수 있다.
Anh Do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호주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예술가인 조지 기토스(George Gittoes)를 그렸다. 조지 기토스는 그림을 그릴 때에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는 작가인데, 그는 인간이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를 그린다.
조지 기토스는 50년여 동안 르완다, 소말리아,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본인의 작품들에 그러한 비극들과 인간의 고통, 희망과 회복력을 담아냈다.
안도는 조지 기토스를 진심으로 존경했고, 조지 기토스가 해준 전쟁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아치볼드 공모전을 위해 그림에 그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그림은 붓으로 그려지지 않았고, 화가용 나이프로 툭툭 색을 올려가며 그려졌는데, 이것은 작가 본인이 자신의 정서를 파묻는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며,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고.. 정서와 감정을 쌓아간다..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얼굴 곳곳에 있는 작은 풍경들은 지구 온난화의 비극, 전쟁의 비극, 인간 존재의 참혹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그림 속 인물의 눈은 관객을 쳐다보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를 뜻한다. 백그라운드는 색을 칠하지 않고 남겨놓았고, 전쟁 폐허의 공허함을 표현했고.. 인내성과 감정을 표현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모델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반영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종종 이 곳에 내 주변 호주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이야기, 작품과 전시회에 대해서 앞으로 나눠보고 싶다.
이 글은 2019년,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갤러리의 여러 큐레이터, 아티스트, 도슨트 선생님들께 듣고 배운 내용들과 여러 자료들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첫 글일지라도.. 부족한 사람이려니 생각하시고 부디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