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인 Jul 09. 2024

2024년, 요즘 나의 일상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요즘 시드니의 날씨는 하루종일 흐리거나 비가 온다. 모처럼 오늘은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서 글도 써보고, 그동안 밀린 서류 작업들을 한다. 

비 오는 날에 커피를 마시니 좋구먼. 현재 내 인생에 대한 판타지는 단 하나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낭만적이다. 


2023년에는 정말 드라마 같은 극단적인 일들이 있었다. 언젠가 내 마음 속에서 다시 풀어볼 날이 오겠지.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바뀌었고, 몸이 많이 아팠었다. 응급실로 몇번을 실려가기도 했고.. 온갖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도 좀 믿지 못할 일들도 겪었고! 


2024년에는 어쨌든.. 괜찮다. 설날이 지나자마자 몸은 거짓말처럼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멀쩡해졌고,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더 엄마와 돈독해졌다. 

엄마는 내가 아팠을 때에 너무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응급실에 갈 때에 엄마에게 알리지 않기도 했다. 

혼자 응급실에서 의사를 기다리던 그 상황을 잊지 못할 듯. 


가족이 하나 뿐인데, 만약 내가 아플 때에 엄마도 옆에 없었다면 어떡했겠냐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를 엄마는 무척이나 걱정해주기도 했다. 맞아, 나도 이 일을 계기로 결혼관에 대해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서 올해 데이트도 제법 했고, 그중에서 정말 잘되어간다 싶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나쁜 점 하나는 머리 속에 너무 많은 계산이 들어가고, 삶의 경험들이 예전보다는 많아서인지 이젠 다 눈에 보인다는 것. 

솔직히 나만 눈 감고 넘어가면 우린 안 헤어졌을텐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닌건 아닌거니까. 


그리고 친구들의 인생에서 현재 일어나는 드라마들도 내 결정에 한몫했다.

이래서 결혼은 어릴 때에 뭘 모를 때에 해야한다는게 맞는가보다. 역시 난 이제 틀린건가. 


너무 아니다 싶어서 내가 먼저 돌아선 연애의 후폭풍은 거의 없었지만 사실 가끔 마음이 좀 울쩍했다. 

아, 진짜 너무너무너무 잘생겼었는데......... 내 인생에 다시 이런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들. 


그렇게 울쩍한 마음들을 엄마에게만 하나 둘 털어놓았고.. 종종 엄마랑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먹는게 올해 내 기쁨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진 속에 있는 왼쪽 접시의 브리오슈 번 새우롤은 정말 최고였다. 또 먹고 싶어서 다음 주에 갔을 때는 메뉴에서 없어져서 울 뻔 했다. 





대신, 새로운 메뉴인 떡볶이 프렌치 토스트를 먹어보았는데.. 

고소한 프렌치 토스트랑 매콤한 떡볶이가 꽤나 잘 어울렸던 메뉴. 


새로운 시도.. 이런거 좋다. 낯설지만 좋은 조합이었다. 





나는 호주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데, 최근 내가 큐레이팅한 전시회가 끝났다. 

그래서 갤러리 오너 겸 다이렉터 더못이 자신이 좋아하는 중국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나에게 밥을 사주었다. 


작품들도 많이 팔렸고.. 수익도 꽤 내었고, 좋은 피드백들도 많이 받았기에 더못이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더못이 좋아하는 튀기고 느끼한 음식에는 맥주가 최고지만.. 나는 운전을 해야하기에 맥주는 마시지 않았다. 


내가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호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섭외해서 작품들을 모으면, 더못과 함께 설치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해서 진행하였다. 


더못과는 일을 할 때에 서로 정말 안 맞았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안 맞을거다. 

하지만 그런 부딪침과 배려, 양보 속에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서는 서로 아, 이 부분은 네가 옳았구나.. 이번에 새롭게 많이 배웠다.. 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재능을 존중해주고 (한 80%정도?), 내가 호주에서 동양인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이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기에 감사하다. 


이 전시회가 끝나고, 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더못에게 말했다. 

나에게 호주에서 삼촌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이번 전시회에 유일했던 한국 작가분인 숙 선생님(나의 애칭)이 저녁을 사주셨다. 

원래 다른 한국 작가분을 섭외했는데, 그분이 마음이 바뀌셔서 같이 일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좀 곤란했었고, 마음이 많이 상했었는데.. 다행히 숙 선생님께서 기존 작품으로 흔쾌히 합류해주셔서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12명의 호주 작가와 1명의 한국 작가였지만.. 다행히 한국분들에게 조금 알려져서 한국 교민분들께서 꽤 많이 갤러리에 방문해주셨었다. 

기존에 그림만 걸었던 갤러리 전시회와 달리 다채롭고, 전문적이고 흥미롭다며 칭찬도 해주셨다. 


더못도 숙 선생님 덕분에 한국 사람들이 갤러리에 많이 방문했다며 좋아해주었다. 예전에 한국 작가랑 일한 적 있는데, 작가가 개인의 이유로 오프닝 이벤트 참여도 하지 않고.. 전시회가 끝나도 몇개월 넘도록 작품을 찾아가지 않아서 더못에게 눈치 보이고, 서로 상당히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작가는 이게 별거 아니라고 쉽게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신 것 같은데.. 사실 갤러리 입장에서는 절대 별거 아닌게 아니었다. 당시에 이 작가님 때문에 더못이 나에게 엄청 핀잔을 줘서 내가 홧김에 말대꾸를 해서 서로 감정이 상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숙 선생님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제대로 심어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숙 선생님께서 전시회에서 애써줘서 고맙다며 저녁에 고기를 사주셨다! 

함께 일했던 한국 작가분이 이렇게 나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 처음이라서.. 나도 너무 감사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시간도 늦게 도착했고.. 길 찾는데에 애먹었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던 날. 





최근에 나의 은사님이었던 데이비드의 도자기 수업들을 돕게 되었다. 

데이비드의 지난 학생 중에 내가 제일 잘했으니까? 라는 자뻑을 혼자 해본다. 


병아리 같은 학생들이 생각지도 않게 나에게 힐링을 주는 요즘. 


얘네랑 있으면 너무 웃겨가지고 계속 웃게 된다. 나중에는 배가 아플 정도....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니?????????? 





데이비드가 말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지 않니? 너도 꼭 저랬단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건 때로는 거울치료 같아."


때로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통찰력을 얻게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사람의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반영하여 적응하고 성장하고. 모두 100%는 아니지만 때로는 이 과정에서 서로 깊은 유대감과 연결 고리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여전히 나를 가르쳤던 은사님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런 상호 반영은 더 깊은 연결, 공감, 공유된 성장을 촉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은.. 양측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온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런 과정들 속에 서있고..

이 경험들로 인해서 상처 받았던 마음들이 치유가 되고, 또 힘을 얻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항상 먹는 시저 샐러드. 

학생들에게 기가 빨렸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요즘 이 시저 샐러드에 꽂혔다. 

소스가 명란젓과 마요네즈 소스인데, 아주 기가 막힌다. 


그래, 인생 뭐 있나. 

오늘도 내일도 충실히 살고.. 내 입에 건강하고 맛있는거 먹고 (호화스럽지 않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 받으면서 살아가다보면.. 또 다 괜찮아지고.. 감사한거지 뭐. 






작가의 이전글 커스틴 코엘료 : 더 리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