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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Jun 27. 2021

Ceramics and Emotions 도자기와 감정

호주 시드니에서 첫번째 단독 큐레이팅 전시회를 시작하다.

2021년 7월 14일부터 31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첫 번째 단독 큐레이팅 전시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전시회에서 '도자기'를 선택했다. 큐레이터 본인의 백그라운드이기도 하고, 가장 잘 아는 분야이기에 도자기를 첫 전시회의 주제로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작가들과 소통이 원활할 수 있었다.


전시회 타이틀은 Ceramics and Emotions. 도자기와 감정.


시드니는 코로나로 다시 락다운 체제에 들어갔다. 덕분에 전시회 오프닝 파티의 가능 여부는 알 수 없고, 어쩌면 날짜도 미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큐레이터로서 생애 첫 번째 큐레이팅 전시회라서 엄청 설렌다. 코로나야, 적당히 좀 하자. 진짜 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었는데, 내 슈퍼바이저가 그러더라.

엘레인, 좀 실수해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여전히 그건 그거대로 멋질 거거든.


그 말 들은 후부터 좀 편해졌다고나 할까. 부담감이 덜어졌다.

필자가 뭘 하든,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오든 온갖 긍정적 말들과 함께 멋지다며 물개 박수를 쳐주던 그녀...

이름처럼 생긴 것도 오드리 헵번처럼 생긴 그녀. 이번에 필자에게 가장 크게 의지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



https://www.arc.unsw.edu.au/art-design/kudos-gallery/kudos-offsite/ceramics-and-emotions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고, 9명의 호주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 9명 모두, 지금까지 별 다른 문제 없이 믿고 잘 따라와 줘서 이 전시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은 시간 동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감사합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한 작가들의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를 바탕으로 각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써보았다. 약간의 개인적 경험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글을 토대로 썼다. 큐레이터도 작가들의 작품 설명과 소통 없이는 작품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큐레이터는 전시회에 관련된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해야하기에.. 다시 한번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써보았다.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이번 전시회에서 큐레이터와 작가는 인간은 감정을 공유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보이지 않는 감정과 질감을 시각적으로 재치 있게 전시회와 작품에 표현했다.

'도자기와 감정'이라는 제목을 가진  전시회에서는 작가들 모두 '점토'라는 공통의 재료를 사용했지만 작품의  의미는 다르다. 작가들은 흙과 유약의 특성을 연구하며  작가만의 독특한 질감을 발견했다. 현대적인 색채와 원시적 질감을 통해 일상생활의 소재, 관심사, 사람의 신체, 삶의 열정 등을 표현했다.

 전시회는 청중의 참여와 함께 풍부하고 광범위한 시각  촉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그들의 삶의 깊이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회는 재료 과정의 한계와 경계를 허물고,  경계를 넘어서서  작가의 자아와 질감에 대한 탐구로 연결한다. 전시회를 통해 관객은 흙을 통한 표현주의 예술을 함께 경험하고, 느낄  있다. - Curator, Elaine Kim

Dreamy Moon 2019, Elaine Kim

엘레인(Elaine Kim) 본인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큐레이터이자 아티스트이다. 엘레인은 한국과 호주 두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녀는 삶에서 경험하고 느낀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그녀만의 시각적인 세상과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새로운 삶의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 더 넓은 범위로 제공한다. 그녀의 첫 번째 단독 큐레이팅 프로젝트의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미적 열망을 표현했다.


그녀의 미적 열망이란.. 하고 싶은데 그녀는 절대 못 하는 부러운 남의 작품들로 전시회를 꽉 채웠다.

본인 소개를 직접 할려니 매우 쑥스럽다. 사진 속의 작품은 전시회에 포함되지 않지만.. (큐레이터가 본인 작품을 본인 전시회에 넣으면 이상하다고 미리 필자에게 갤러리에서 못 박았다. 필자는 이번에는 아티스트가 아닌 기획자이자 큐레이터) 필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표현해주는 작품이라 갤러리에서 필자 소개할 때의 사진으로 썼다더라.  



Manic fugue 2019-2020, Kirsty Collins

커스티 콜린스(Kirsty Collins)는 호주의 조각가, 화가 및 디지털 예술가이다. 5년 전에 그녀는 청각 장애인이 된 후, 치료의 한 부분으로 도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매닉 퓨구(Manic Fugue)이다. 조증(비정상적으로 너무 지나치게 많이 느끼는 기쁨)이라는 뜻의 매닉과 퓨구라는 단어를 조합했는데, 퓨구는 개인의 방황, 잃어버린 정체성, 집이나 직장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한다. 혼란스러운 커스티의 상태를 아주 잘 보여주는 타이틀이다.


그녀는 작품에서 낙관주의와 희망의 몸짓으로 색상과 질감의 뉘앙스를 반복한다. 장애인 예술가로서 자신의 몸이 공간과 소리를 통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감각과 촉각을 통해 화려하고 환상적인 풍경을 표현한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를 위해 커스티는 주로 손으로 만드는 공예를 통한 예술 과정을 사용한다. 특히 복잡한  도자기 형태로 중력, 색상 및 질감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을 즐기고는 한다.


커스티는 재료의 관능미를 강조하여 작품을 하나의 '풍경'으로 창조하며, 그녀의 삶 속에 '길'이 된  작품 속의 철학과 의미, 아름다움을 조사한다. 그녀가 만든 작품의 형태는 중력을 무시하고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장난기 넘치는 에너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도자기는 자신의 조증에 대한 가시적 표현, 그녀가 현재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표현한 그녀의 몸의 촉각, 그녀가 시각적으로 보는 움직이는 풍경을 느끼게 하는 표면의 관능미를 작품에 표현한다. 커스티는 저렇게 독특한 질감과 화려한 색감들로 '산'을 표현한다. 커스티에게 산이란.. 인생에서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단계'이다. 커스티가 만든 산의 표면에는 안개와 진흙, 구름이 화석화된 증기처럼 솟아오르며 시선이 조각 주위를 계속해서 변화하는 이야기로 움직이도록 관객들의 눈길을 이끈다.


커스티는 필자가 알게 된 지 꽤 오래된 친구인데, 신기하게도 아직까지도 서로 종종 안부 전하며 연락하는 사이로 남았었다. 듬직하고, 침착한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삶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작품을 통해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치유하며 열정을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에 있는 스크래치들, 유약이 눈물처럼 흐르다가 굳어진 것을 볼 때면 마치 커스티의 아픔과 상처의 시간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과 상처들을 쌓아 올려서 그 높은 산의 높이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입혀서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커스티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좋다. 필자가 항상 진심으로 아끼고 애정 하며 지켜보는 아티스트 중의 하나이다.


커스티, 우리 다 산을 넘고 넘어야만 하는 고난이 있는 인생이지만.. 살아가기 위해 이왕 넘어가야만 하는 산..  이왕이면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산을 넘자.



Embediment, 2021, terracotta and framed photographic print, Harry Copas

해리 코파스(Harry Copas)는 원래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미술로 방향을 전환했다. 필자의 전시회에 가장 늦게 합류한 작가이며, 직접 필자에게 먼저 연락을 주었다. 그날이 사실 갤러리에 모든 자료를 넘겨만 줘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해리는 내 전시회 콘셉트가 자신의 작품과 맞다고 생각했고,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사실 처음 필자는 해리의 작품이 탐탁지 않았는데, 몇몇 필자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해리의 작품이더라. 그 후로 남은 하루 동안 해리의 작품들과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해리 특유의 다듬어지고 있는 과정의 철학과 느낌이 좋았다.


큐브 모양의 작품을 보면 여러 흔적들을 관객들은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해리는 절충적 수단을 통해 간과되거나 무시된 것을 조사하고, 역사(개인적인 역사 혹은 집단적인 역사)를 통해 그의 작업에서 대부분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장소와 사물의 중요성과 역사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엠베디먼트(힌디어로 삽입이라는 뜻, Embediment)는 인간과 도시의 표면에 대한 저항의 증거를 문서화한다. 즉, 해리는 자신의 작품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삽입'했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도시에 남긴 반영구적인 흔적과 도시 전체의 역사에 대해 드러난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이 흔적은 마치 젖은 콘크리트 위에 장난스럽게 긁힌 자국처럼 진부할 수 있지만 폭동의 가혹한 진압에서 벽에 있는 총알구멍만큼 강력할 수도 있다. 즉, 겉보기에 사소한 질감이나 행동은 한때 광범위한 역사적 맥락에서 고려했을 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건물의 벽에 남겨진 오래된 낙서, 갈라진 흔적들이다.

이 전시회에서 해리는 관객들이 자신의 큐브 모양의 조각을 다루도록 권장하며, 전시회에서 그들의 새로운 감각의 발견을 활성화한다.



Untitled 2021, Remy Faint

레미 페인트(Remy Faint)는 시드니의 가디갈(호주 원주민들의 전통 땅이 있는 지역, Gadigal)이라는 지역에서 추상적인 것을 탐구하는 예술가이다. 전통적 매체와 비 관습적 매체를 모두 실험함으로써 레미의 남들과는 다른 레미만의 예술에 대한 탐구를 하며, 작품 제작 내에서 예술적 과정을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종 물질적 지면을 작품의 몸짓 장치로 사용하고, 의도적이거나 우연한 것 사이의 불일치를 구현하여 보는 사람을 추상적으로 구체화한다. 스튜디오 내에서 여러 소재와 표면을 동시에 작업함으로써 레미의 작업은 여러 가지 요소를 조립, 용도 변경 및 다시 결합하는 행위가 되어 재구성된 객체로 절정에 이른다.


위의 사진 속 작품은 추상화, 개인 및 예술 역사적 모티프, 글로벌 회화 방법론을 둘러싼 내 실천의 지속적인 주제에 반응한다. 작품 내에서 중국의 병풍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작품은 도자기와 회화 대상을 교차시켜 디스플레이 장치이자 구현된 형태의 역할을 한다. 표면과 제스처 과정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공하며, 각 세라믹 조각은 개별적으로 라쿠(Raku)라는 기법과 사가(Saggar Firing)이라는 자연적에 가까운 기법으로 불에 직접 구워서 유약에 대한 대체 마감을 만들고 색상을 마치 불에 그을린 듯하게 단순화한다. 레미의 할머니가 중국인이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레미는 동양적인 것들을 작품에 포함시키고는 한다. 도자기 실루엣의 추상적인 표현을 만드는데 그는 손으로 흙을 쌓아서 한 땀 한 땀 만드는 코일링 기술을 활용한다. 까만색 도자기 조각은 매체의 자연주의적인 기법을 강화하여 물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레미가 경험한 의식적 경험을 존중한다.


여담으로 해리 코파스에게 레미가 필자의 전시회에 대해서 말하고 연락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레미.. 다 좋은데, 다음에는 내 연락처를 너의 모델 친구들에게 주렴. 참고로 기럭지 좋고 훈훈하게 잘생긴 레미는 호주에서 모델로 활동 중이다.



Untitled 2021, Savanna Hopkinson

사바나 홉킨슨(Savanna Hopkinson)은 주로 점토, 유리 및 천연 섬유로 작업하면서 현대 미술의 개념을 조사하는 작가이다. 필자가 레미를 만나러 스튜디오에 찾아갔을 때, 그 시간에 레미는 스튜디오에 없었다. 대신, 레미의 스튜디오 옆에서 어떤 여자가 세라믹으로 만든 막대 조각들을 저렇게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어서 그녀에게 이 작품이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렇게 필자와 사바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바나 특유의 감성이 담긴 작품들이 필자는 너무 좋았다.


창조와 갱신 사이, 시작과 복귀, 연속성과 불연속성, 이곳과 저곳, 과거와 미래
카렌 바레드


between creation and renewal, beginning and returning, continuity and discontinuity, here and there, past and future - Kren Barad


사바나의 현재 작업은 점토와 유리를 사용해서 점토와 유사한 분자 화합물로 이루어진 물질을 복합해서 함께 연결하는 것이다. 즉, 사바나는 도자기 조각과 유리, 그 둘 사이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재료를 통해 사바나는 작품에서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운 변형에 대한 아이디어와 '존재'의 개념을 관련시킨다. 전체적으로 작품은 조직적이며, 유리 패널이 가늘고 불안정하게 매달린 것처럼 연약함을 나타내며, 그 밑의 흙으로 만든 막대들은 일시적인 모양들로 반복되어 있다. 이러한 반복, 연약함, 묵시적 일시적인 현상을 통해, 앞으로 가고 있는 불가피성에 항복하라는 메시지를 남았다. 즉, 쉽게 말해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는 때론 남과 똑같아보일 수도 있고 달라 보일 수도 있다. 강할 수도 있으며, 연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은 나아가야 하며, 우리는 삶의 고난과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바나의 작품은 그런 인간의 연약함, 때론 강해야만 하는 모습을 상대적으로 표현했다.



Green Moon Jar 2021, Joseph Turrin

조셉 튜린(Joseph Turrin)은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자기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조셉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일하면서도 조셉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일하면서 조셉이 화를 내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성품이 유순하고, 선하지만 결코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 조셉의 성품처럼 조셉의 작품은 천천히 만들어지고, 단순한 과정의 반족이지만 작품의 내구성과 크기는 단단하다. 조셉은 흙의 질감과 형태를 탐구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제공하며, 그는 그의 작품에서 이것을 강조한다. 그의 작품에서 관객들은 손의 반복 사용을 통한 특이한 질감을 볼 수 있다. 조셉은 아시아의 전통적인 보름달 모양의 항아리에서 도자기 역사에 대한 그의 애정을 작품에 나타내었으며, 그가 쓴 녹색 유약은 이러한 질감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Finite Energy 2021, Brigitte Podrasky

브리짓 포드라스키(Brigitte Podrasky)는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현재 인터렉티브 미디어와 조각을 대학에서 전공하고 있다. 브릿짓은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상태로 존재하는 변형의 순간에 관심이 있으며, 그것을 작품에 조각, 설치 미술 및 사운드 등으로 표현해내려고 노력한다.

브리짓은 그녀의 직관적인 감정의 끌림을 따르며, 제작 과정에서 그녀의 작품 형태는 유기적으로 나타난다. 공연과 음악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통해 움직임과 유동성을 통합하는 것은 항상 그녀의 예술 스타일과 철학의 중심이다. 그녀의 작품 유한 에너지(Finite Energy)는 약간 비뚤어지고 흔들리는 깨지기 쉬운 작품이다. 라쿠 기법에 사용되는 흙을 사용해서 수작업으로 형태를 만들어서 낮은 온도로 가마에 구웠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변형의 순간을 탐구하며, 유한 에너지의 골격과 같은 작품의 몸체는 건축 구조물에서의 돼지비계를 암시하는 동시에 썩어가는 폐허처럼 보인다.



Beheld, Bestilled 2020-2021, Annie Shin

심리학과 미술을 함께 전공한 애니 신(Annie Shin)은 대학에서 필자의 유일한 한국 친구이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엄청 똑똑한 그녀. 처음에는 한국 사람이 아닌줄 알고, 몇달을 인사만 하며 지냈었던 것 같다. 아티스트들 중에 가장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를 잘 써줘서 필자가 작품을 이해하기가 쉬웠었다. 애니의 스테이트먼트를 참조, 번역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나를 위한 예술'이라는 접근 방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미학적 선택과 정신 상태의 기초가 되는 심리적 과정을 작품에서 설명한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그녀 내면 속의 불안함, 응용 심리학의 함축성과 그것들로부터 태어난 자아의 파편에 대해 질문한다. 애니는 추상화, 물질의 특성, 콜라주 등을 탐구하여 회화, 조각, 설치 미술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공간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대화를 모방한다. 이러한 상호적인 영역은 그녀 자신의 발견을 아티스트로서 관객들과 공유하려는 그녀의 관심을 반영한다.


애니는 육체에 대한 은유로 흙을 사용해서 참가자들과 자신이 교류하는 것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점토를 통해 '촉감'의 흔적과 정서적, 정신적 휴식의 흔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혹시 무언가 피부에 차가운 것이 갑자기 확 닿았을 때, 기분이 나쁜 경험이 있는가? 애니는 이러한 이물질과 신체의 접촉이 반갑지 않고 불편한 상황에서 점토를 통해 사람의 신체를 단단하고 차분하게 감싸준다. 점토는 피부를 덮으면서 피부의 결을 그대로 취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피부의 열, 수분, 기름기 및 피부 세포를 감각적으로 흡수하며 단단해진다. 그것은 활동적인 상호 작용을 요구하는 생활의 일상과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조건에서 참가자를 방해하며, 중지시킨다. 즉, 흙이 피부 위에서 딱딱해지면 참가자는 더 이상 흙을 덮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애니는 점토와 피부가 맞닿는 그 순간을 감정적 유대로 표현하며, 스트레스를 느끼는 감각과 이물질에 의해 망쳐진 편안함 사이의 불협화음에서 형성되고 발생하는 순간을 작품에서 말한다. 그녀의 작업은 사회적 제약으로 업압된 감정과 생각을 이끌어냄으로써 일상에 부여되는 신체적 상호 작용과 그들의 정신적 영향의 경계를 드러낸다. 이 코로나 시대에 누군가를 편하게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참고로 참가자 중의 한명은 필자 자신이었고, 사진 속의 저 손은 필자의 손이다. 이 작품을 다시 필자가 큐레이팅하는 전시회에서 만나다니.. 왠지 더더욱 반갑다.



Brutus 2021, Elizabeth Lewis
Agrippina 2021, Elizabeth Lewis



Frog Pot 2021, Elizabeth Lewis

엘리자베스 르위스(Elizabeth Lewis)는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아티스트이다. 그녀는 도자기를 만들며, 주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탐구한다. 나와는 개인적으로 참 인연이 많은 친구이다.

함께 공부했고, 함께 일하고, 함께 몇 번이나 전시회를 함께 했던 친구. 내성적인 엘리자베스와 친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친해지고 나서는 세상에, 사람이 그렇게 러블리할 수가 없다. 정말 자신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여성스러운 은은한 파스텔톤이랑 똑같은 사람이다.


도자기의 촉감에 대한 호기심과 행복을 표현하는 불완전함을 불러일으키는 마치 설탕 같은 작품을 형성한다. 설탕, 왠지 사르르 녹아버릴 것만 같고 디저트가 떠오르는 그런 단맛 나는 작품들 말이다. 하지만 설탕은 몸에 나쁘지, 그래서 그것을 불완전함을 불러일으킨다고 엘리자베스는 표현한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손으로 도자기를 만들면서 주로 디지털 콜라주로 도자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필자가 엘리자베스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저 그림들, 다 모아놓으면 정말 너무 이뻐서 조만간 꼭 소장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작업의 기초를 형성하며, 실제 작품을 똑같이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엘리자베스의 작업은 콜라주와 물리적 도자기 연습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며, 그녀의 작업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녀는 이 작업 과정을 '결혼'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결혼을 통해 여러 평면에서 다양한 텍스처를 탐색하며 이 결혼을 통해 생긴 가족들의 성장으로 다양한 작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생한 색상과 질감을 통해 그녀는 이질적인 형태를 통해 자연주의를 뒤집는 극대주의적인 불완전성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Drinking Buddies 2021, Ella Tindal

엘라 틴달(Ella Tindal)은 도자기의 기능에 대한 탐색적 반응과 형태가 결합된 작업을 하는 도예가이다. 그녀는 시골에서 자랐으며, 시골 생활에서 자란 경험이 그녀의 작품에 영향을 준다. 우리 엘라는 키 크고, 금발 머리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졌음에도 마음까지 참 여리고 선한 사람이다. 정말 너무 좋은 사람.

엘라는 전통, 본질주의, 땅과의 연결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인내의 결합과 소중함을 보여준다. 도자기의 형체 및 유약 및 '기능'은 엘라의 작품에서 신중하게 고려된다.


이번 전시회를 위한 엘라의 작품은 그녀의 생활 속의 물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점토의 지속적인 특성, 질감에 대한 정서적 연결 및 의도적인 세세한 부분을 탐구하는 그녀의 작품 드링킹 버디(Drinking Buddies 마시는 친구들)는 전통적인 도자기의 기능과 형태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 작품은 물병 혹은 술병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적인 의미와는 대조적으로 모든 인간이 필요로 하는 필수 아이템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술을 담을 수도 있으며, 물을 담을 수도 있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뭘 담을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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