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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Jan 24. 2021

어린 시절의 핑크빛 환상을 탐구하다, 애보니 러셀

호주의 여성 도예가, 애보니 러셀

큰 언니까지는 아니고.. 둘째 언니? 상냥하고 호탕한 사람. 애보니를 만나고 나서 내가 느낀 첫인상이다.

오늘은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개인적으로 필자가 참 좋아라 하는 친구인 애보니 러셀(Ebony Russell)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애보니는 시드니에 위치하고 있는 국립 미술 학교(National Aart School, NAS)에서 도예로 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그 학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Piped Dreams'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 소녀들의 추억에 관한 향수와 여성으로서의 욕망의 개념을 탐구한다.


그녀가 만든 도자기 작품들은 때론 사람들의 기억을 자극하며, 과거의 감각을 생성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 정체성 및 삶을 통해 성장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녀는 본인의 작품을 여성으로서의 개인적인 연결에 초점을 맞춘다. 즉, 애보니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의 이야기들과 감정들에 대한 '반응'이다.



어렸을 때 저는 장신구와 주름진 핑크색에 집착했습니다. 케이크 장식은 저의 특별한 열정이었으며, 매년 생일에는 화려한 장식이 있는 케이크를 원했어요. 이런 기억을 바탕으로 저는 제 작품에서 이런 예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성인으로서의 삶에서 어린 시절의 환상과 꿈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저는 여성이 전통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관행에 대해 작품으로 풀어내고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현재 제가 만드는 작품들의 구조는 케이크 파이핑 기법을 활용하여 도자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으로 내 상상력과 감정들은 작품으로 구체화됩니다.


애보니 러셀의 도자기 작품들은 전통적인 도자기의 개념과 모형을 무시하고, 도자기 작품 작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전한다. 그녀의 작품을 볼 때, 나는 그녀의 작품이 참 달콤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로맨틱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핑크빛 소녀들의 꿈과 낭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크 장식에 사용되는 파이핑에 생크림 대신 흙을 사용하며 실험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쌓아 올린다.



필자가 애보니의 스튜디오에 방문했던 어느 날, 애보니에게 왜 하필 파이핑 기법으로 작품을 하는지 물어봤다. 애보니는 할머니와 엄마가 케이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기억과 아이디어로 이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여성들의 역할과 가족을 위한 헌신적인 일들을 보면서 애보니는 예술에 대한 애정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정신적, 때로는 육체적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우리에게 새겨지는 정체성의 형성을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각 작품에서 역사와 진화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나이테를 지질 구조처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림으로써 자기 자신을 찾아갑니다. 이 작품들은 모여서 협곡을 형성하고 색상이 사라져 흰색이 될 때까지 장밋빛 분홍색으로 반복적으로 파이핑 됩니다. 저는 이 작품들이 제 성격과 인성,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며, 여성으로서 교육받은 어린 시절의 이상에서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있다.

과연 핑크라는 컬러는 오로지 소녀들만을 위한 컬러인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서는 핑크는 여자 아이, 파란색은 남자아이라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 이 색깔들은 성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색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애보니의 작품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성별을 수행해야 하는 여성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에 부여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그래서 애보니는 다른 한편으로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애보니는 과장적이고 찌그러진 꿈을 꾸는 듯한 이상적인 여성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녀는 작품을 만들면서 정체성에 얽힌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이해하며 작품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케이크 파이핑 기법으로 무겁게 장식되어 있으며, 금빛 눈물과 여성스러운 장미들의 사이에 균열을 숨기고 있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각 작품에는 그러한 인식에 대한 반항심과 내면의 충돌들이 숨겨져 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어린 시절의 꿈을 기억하도록 자극한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현실을 깨우쳐주며, 어린 시절의 꿈을 슬프게 기억하도록 하면서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이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자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애보니의 독특한 작품들은 복잡하고 깊이 있는 미학과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과 즐거움을 결합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스러운 관행을 탐구하고 파괴하며, 그녀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쌓아 올려 가고 있다.




애보니 러셀의 슬픈 생일(Sad Birthday)


생일이라는 단어에는 본질적으로 달콤함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 자신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 축하하고 황홀해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슬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이 누구였는지 혹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에 대한 상실감일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각성'(disenchantment)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축복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좋든 나쁘든 당신은 자유롭습니다. 이것은 감정의 이중성이며, 인생에서의 무거운 짐을 지는 동시에 인생에서의 크나큰 확장과 성장으로 함께 옵니다.

얼굴을 파이핑 하는 과정은 나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였습니다. 본질적인 딜레마에 대해 말하고, 결코 만족할 수는 없지만 장식하고 꾸미는 것에 대한 무언의 갈망에 빠져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들은 성인이 됨으로써 현실이 가져오는 실망과 인식에 의해 천천히 갈라지고 쪼개지고는 한다. 이 작품들은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다. 즉, 애보니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오는 현실적인 자각들에 슬퍼하지만.. 성장하는 자신을 축하함으로써 달콤하지만 슬픈 성장식을  "슬픈 생일" Sad Birthday를 통하여 받아들이고 축하한 것이다.






여담으로 필자는 까불다가 손가락을 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손가락 다치던 날, 애보니가 그 장소에 있다가 너무 놀래서 피가 나는 필자를 데리고 가서 진정시키고 약국에 데려가서 도와준 적이 있다.


필자는 애써 덤덤하게 괜찮다며 혼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애보니는 절대 필자를 혼자 보내지 않았다.

실랑이 끝에 병원 대신 근처 약국에 가기로 했다. 그녀는 가는 길에 내게 말했다.


"하나만 약속해줘. 나중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너도 똑같이 해줘. 우리 서로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는 거다?!"


비록 손가락은 몇 주 동안 엄청 불편했지만.. 필자에게는 엄청 감동적이었던 날.

그 뒤로 몇주동안 필자의 별명은 푸어핑키(Poor Pinky, 불쌍한 새끼 손가락)가 되었다.


애보니의 스튜디오에 갈 때마다 애보니가 선물해줬던 작은 핑크빛 꽃병들.

필자가 손으로 그린 까만 배경의 포도 그림들과 이 꽃병들이 너무 잘 어울려서..

필자 혼자만의 콜라보레이션을 해보았다.


애보니가 필자에게 콜라보레이션을 하자고 작년에 제의했건만..

게으른 필자는 오늘도 글이나 쓰고.. 뒹구르르 책이나 읽으면서 주말을 마무리한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


고마워, 애보니!

언젠가 내 고향 한국에서도 꼭 전시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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