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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Aug 06. 2021

집콕

정말 이상하다. 걱정이 굉장히 많아야 하는 상황인데..

하나도 걱정되지가 않고, 마음이 평온하다.


책임감이 없어진 것인가. 솔직히 과제 때문에 좀 스트레스받지만.. 그 외에는 별로 생각도 없고.. 걱정도 되지 않으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보다는 그냥 안심하고 흘러가는 대로 삶을 나아가는 기분.

요즘 많이 했던 기도가 내 마음을 지켜달라는 기도였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어떤 일에서든지 내 마음이 무너질 때, 나는 삶에서 그때가 가장 힘들더라.


락다운. 코로나라는 이상한 바이러스 때문에 갑자기 확 바뀌어져 버린 세상.

뭐가 맞고 틀렸는지 알 수 없는 참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잘 지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인터넷에서 종종 보이는 예민해지고 미쳐버린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힘들고 답답한 거 이해한다. 그래도.. 그러지 않았으면 해.


어쨌든 요즘의 나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며.. 최대한..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덕분에 스튜디오 안 간 지 한 달 되었나. 작업해야 하는데.. 참 애매하다.


다음 학기에 대학원 한 학기만 쉴까 생각 중. 아니.. 절대 나는 못 그럴 것이라는 거 안다.

원래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만 하는 성격인지라... 우리 엄마는 그래서 나를 또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뭔가를 항상 시작할 때마다 오래도록 고민한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중간에 포기할 때도 있긴 있지만.. 포기할 때는 최대한 빨리 포기해버린다.  만약 공부 그만두거나  생각이었으면 올해 시작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진작 때려치웠겠지..


어제는 에세이 쓰다가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같은 X이 공부한다고 너무 나댔던 거 같아.. 나는 왜 돌대가리야? 엄마가 박장대소를 하더라.


진짜 미스터리이다.. 이 머리로 무슨 공부를 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기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기적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100%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만난 95%의 사람들이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었고.. 응원해주었다. 서로 모국어가 다르지만 기꺼이 나와 친구가 되어주었고.. 공부를 서로 도와주며 함께 나아갔던 게 내 가슴속에는 정말 너무 따뜻하게 남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그런 기도도 한다. 하나님, 이왕 할 공부 왜 더 어려서 빨리 시작하게 하지 않으셨어요?

이제 좀 알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이었고, 정말 이 사람들 만나려고 기다렸다가 공부했나 싶을 정도로 멋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내 인생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함께 있어주셔서 내가 할 수 있었구나.. 를 가장 최근에 알게 되었다.


절대 머리가 좋아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능이 많아서거나 엄청 인내심이 강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함께 있어주셔서.. 좋은 사람들을 자꾸 만났었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 외에는 납득도, 설명도 할 수 없는 내 인생의 기적이었다.


자, 그런 의미로.. 오늘도 남은 과제 열심히.. 해봅시다.



수비드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12시간 동안 57.5도로 풀을 먹고 자유롭게 자란 소의 스카치 필렛을 요리했다. 주변에 워낙 채식주의자 친구들이 많아서 나도 채식주의자가 되도록 노력해봐야지.. 하다가도 아, 난 고기 없이는 안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수비드 요리 개발 중.


수비드.. 정말 매력적인 조리법이다. 소고기는 앞으로 수비드 아니면 잘 안 해 먹을 것 같고..

가장 맛있었던 건 옥수수와 감자! 채소에 있는 물기만으로 익으니.. 정말 정말 정말 맛이 다르더라.

옥수수에 버터 넣고.. 소금 조금 넣고 1시간 30분 정도 90도로 익혀줬다. 내가 먹은 최고의 옥수수..

초당 옥수수 하나도 안 부럽더라.


다음번에는 문어로 수비드 해봐야지! 65도에서 4시간 하면 식감이 아주 환상이라던데.. 기대가 된다.



운동을 하러 다녔었는데, 락다운으로 온라인 클래스를 시작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속을 좀 썩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길래.. 페어트레이딩 갈 뻔했다.


해결은 했지만 기분은 몹시 불쾌했었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 당분간 집에서.



집에 있으면서 군것질이 많아진 요즘. 대만 과자 사치마..

롱 블랙이랑 마시면 좋다. 근데, 기름기 많아서 좀 질리는 맛.



원래 집에서는 모카포트로 커피 내려마셨었는데, 요즘은 드립 커피가 너무 좋다.

브레빌 커피 그라인더 기계를 샀었는데, 클래식한 수동으로 살걸 하고 후회 중.


커피 빈을 새로운 걸로 샀는데, 진짜 너무 별로였다. 아무리 유명해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듯. 도저히 커피 빈을 버릴 수가 없어서 건조 블루베리를 커피에 넣어서 향을 더했다. 블루베리의 효과인지.. 끝에 남는 산미와 함께 맛이 깔끔하게 떨어져서 나름 이젠 만족한다.



처음으로 구입한 오리고기도 부추랑 같이 먹었다. 엄마에게 대칭찬 받았다.

담에는 왕창 사서 냉동실에 쟁겨놔야지..



김밥도 해 먹었다. 오랜만에 집 김밥 먹으니 정말 좋더라.

오늘 하루도.. 어여쁘게 보내면 좋겠다. 스무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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