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인 Aug 10. 2021

락다운의 소소한 일상

과제가 끝났지만 또 다른 과제가 왔다.

과제가 끝났지만 또 다른 과제가 왔다. 

과제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집중도 못하고 딴생각만 하고 있다. 


모처럼 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했건만.. 호주 시드니는 락다운이 되었다. 그래서 재택근무 중이다. 

오늘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가 360명이다. 아마 락다운이 연말까지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호주는 산불로도 수난을 겪더니.. 이젠 코로나 때문에 다들 너무 고생한다. 뉴스로는 모더나 백신이 이제 호주에서 허용된다고 하니.. 좀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재택근무의 일환으로 그동안 이메일로 호주의 여럿 아티스트 분들과 큐레이터 분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새로운 온라인 전시회를 기획했다. 원래는 '엄마'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하고 싶었는데, 나의 여러 가지 전시회 콘셉트들 중에서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기획을 내 슈퍼바이저가 선택을 했다. 그래서 마음에 두었던 몇몇 아티스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뭐야, 왜 이렇게 소심해졌어! 자부심을 가져 자부심!!! 코로나가 사람 여럿 움츠리게 만드나 보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배경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할 생각이다 혹은 이민자 예술가들. 이왕이면 그들이 나처럼 영어가 제2외국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민자로서, 이방인 예술가로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 일단, 작가들을 섭외하고.. 작품 사진을 받아서 슈퍼바이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홈페이지에 개시할 내가 일하는 갤러리의 역사에 관한 뭔가 흥미로운 글을 써야 한다. 이름인즉슨, 아카이브 프로젝트. 아카이브란 쉽게 말하자면 기억 저장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너네들보다 영어도 더럽게 못하는 나한테 맨날 글 쓰기나 시키고... 

나는 또.. 과제든.. 일이든.. 그걸 꾸역꾸역 하고 있고. 

그냥,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재밌으니까 한다. 문법 틀린 거야 고치면 되는 거고.. 밤이야 새우면 되는 거고. 


어제오늘 미친 듯이 에세이를 썼다. 호주의 예술법에 대해서 썼는데, 내가 선택한 주제는 호주의 빌 헨슨이라는 작가의 논란에 관련해서 예술에서 왜 윤리적과 도덕적 의식을 가지고 아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호주 법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따박따박 반박하는 글을 썼다. 개인적으로 절대 '법'은 공부하고 싶지가 않다. 이번 학기에 이 과목을 통해서 내 성격이 정말 더러워지는 것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3일 먼저 제출했는데, 자유가 아니다. 지금부터는 또 호주 NSW 미술관 지하에 있는 김수자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한다. 아놔.. 과제만 끝나면 브런치에 정리해서 올리리라.. 항상 다짐하면서도 과제만 끝나면 무슨 정신으로 썼을지도 모르는 그 글을 읽는 게 왜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던지.. 부끄럽더라.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무 생각이 없다.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또 편안해진다. 




새우를 듬뿍 넣고 투움바 파스타를 해 먹었다. 이젠 플레이팅도 귀찮더라. 

대충.. 그냥 나 해 먹었소 하고 사진도 귀찮다는 듯이 찰칵 찍고 말아 버린다. 



당면 넣고 닭볶음탕도 해 먹었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지, 무슨 다이어트를 하나 싶다가도..

요즘 더 살찐 거울 속 헤그리드 같은 내 모습을 보니.. 이제부터 쌀밥은 절대 먹지 말고.. 

귀리를 먹기로 결심했다. 



출출할 때는 소면 국수도 말아먹으며..

집에서 일하고.. 공부했다. 


올해 공부는 진짜 억지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다. 

힘내자. 석사 졸업이 얼마 안 남았다. 

잘할 수 있어. 글 쓰고 스트레스받으니.. 또 배고프다. 그리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

아무래도 그만 자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지금 누우면 나는 한심하게 유튜브나 웹툰을 보면서 깔깔거리면서 몇 시간을 허비하겠지..

그 모든 것들은 과제가 끝난 다음에 하자.. 다음 주면 과제들이 다 끝나고..

잠시 자유가 될 거야. 그땐 스튜디오 가서 또 9월 말에 있을 전시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고.............. 잘할 수 있어. 


공부와 일 외에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들에 대해서 걱정이 정말 많아야 하는데, 걱정이 안 된다.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지냈다. 감사합니다. 

락다운 기간에도 집중할 수 있는 할 일이 많아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집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