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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Sep 17. 2021

쉬고 싶은데, 못 쉬는 나

나는 항상 혼자 스스로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듯.. 이것도 팔자인가.

나의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계획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내게 최악은 아니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겼으며,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애초에 내려놓았다. 3달 가까이 친구를 만난 적도 없으며, 집 밖으로 5km를 가보지 못했다. 아, 속상해라.


필자의 집에서 정확히 13km 떨어져 있는 필자의 스튜디오에는 그동안 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미친 듯이 공부만 했으며, 지난 학기는 유독 더 힘이 들었던 것 같다. 필자는 집에서 공부를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다. 도서관에서 자리 잡고 공부하는 게 몃십배 집중도 잘되고, 결과도 좋았다라고나 할까. 근데, 도서관도 못 가고..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니.. 처음에는 화장실에다가 교자상을 갖다 놓고 공부를 해야 집중이 잘될까 싶을 정도로 매우 곤혹스러웠었다. 집에 남는 샤워공간에 책상을 갖다 놓고 도서실처럼 꾸밀 미친 생각까지 했었다. 물론, 그냥 미친 생각일 뿐이다. 정말 올해 공부는 멱살 잡고 억지로 끌고 온 것만 같은 기분이다. 솔직히 힘들었다 많이.


10년 만에 한국으로 갈 기회도 만들면서 교수님에게 추천서까지 다 받아놨건만.............

해외에서 사는   팔자려니 내려놓기 일보 직전이다. 사실 몇몇 분들을 겪으면서 과연 내가 한국에서  적응할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분들이 훨씬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제야 겨우 익숙해진 호주를 떠나서 또다시 적응할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기회를 만들면서 또다시   만에 "어차피  그거 안될 거야, 애초에 그냥 포기해"라는 말을 들었었다. 이런 말을 누가 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 나보고 공부해서 뭐하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던데 . 시기 질투라는 것을 너무나도  안다. 그녀들은 무언가를 할 '용기'도 없고 ''하니까. 이런  들을 때마다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왜냐면 이건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인생을 아주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말들이 솔직히 때로는 상처로 마음에 박히기도 하더라. 어쩌면 내가 교민 사회에서 들었던 비아냥 거린 말들에  내면 또한 나도 모르게 뒤틀려져서 여기까지    같다. 그분들께 오히려 감사해야  판이다...


근데.. 좀 쉬고 싶다. 4년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대학에서 나의 2년의 시간을 세이브해주었고, 많은 혜택들도 주었다. 최종 결과도 솔직히 기대 이상으로 받았다. 하지만 나는 왜 이리도 조급할까. 조금 여유가 주어진다면 영어도 보강하고 싶고, 내년쯤에 시작할 새로운 기나긴 공부를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 솔직히 여기까지 할 줄은 정말 정말 정말로 몰랐었다. 근데, 사람이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더라.


다시 또 학기가 시작되어서 이번 주말부터 또 공부를 미친 듯이 시작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한 학기만 내년에 좀 늦게 졸업하고 쉴까 말까.. 고민한다. 아, 근데 진짜 이번만 미친 듯이 열심히 하면 끝나는데.... 그 생각에 또 이번에도 못 쉴 것 같다.


아무래도 진짜 카운슬링받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아무도 강요 안 하고, 뭐라고 안 하는데.. 나는 항상 혼자 스스로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듯. 이게 나이 때문인가 싶어서 어제 비슷한 나이의 같이 공부하는 친구랑 대화했는데, 걔는 나를 정말 이해하더라.. 사람들 말대로 우리는 정말 너무 늦게 시작을 한 것일까. 그래서 더 빨리 학위를 끝내버리고 싶고,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압박감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만든 화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찰칵

올해 5개의 전시회를 하고.. 2개의 전시회에서 큐레이터로 일했고.. 2개의 아트 프라이즈에서 선정되었선만...

솔직히 나는 뭘 한 것 같지가 않다. 나는 막상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하지 못 했다. 이대로 2021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쉽다. 좀 쉬면서 차라리 작품을 하면서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 상반기에 학위를 끝내버리는 게 나을까. 고민스럽다..


그리고 뒤바뀐 세상에 대한 적응과 앞날에 대한 대처와 생각을 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이제 곧 시드니에 락다운이 풀린다지만 Who knows..? 그럼에도 내가 정말 복이 많은 게 무엇이냐면.. 밤에 잠도 푹 잘 자고.. 먹는 것도 정말 항상 맛있게 잘 먹는다는 것. 그럼 됐지 뭐!


역시 좀 쉬는게 맞는걸까. 아니면 조금만 더 힘낼까..

지금 이 락다운 기간이 쉴 수 있는 기회 같기도 한데..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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