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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Sep 27. 2021

호주의 락다운, 이제 끝이 보인다.

모두가 예민해진 날들

락다운, 5km 이후로 나가본 적이 없던 지난 3개월. 

다들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재택근무, 혹은 일자리들을 잃었다. 


한인 커뮤니티나 단체 카톡방,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무척이나 예민하고.. 예민하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10월 11일 이후로 락다운이 좀 나아진다니까.. 기대해본다. 


유럽에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지?




앞의 글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특히 인간관계가 그 어이없는 말에 사실 확인 없이 끊겼다는 것에 대해 실망을 했다. 

그래, 그 사람도 그럴만하니깐 그랬겠지.. 사람들은 그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지. 

특히 남에 대한 부정적인 것들. 친구들 말로는 이번에 제대로 그 사람의 '진실된 색'(True Color)를 보았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내 삶에서 좀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이렇게 보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좀 쓰라리기는 했지만 뒤에서 바보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알고 아프고 빨리 극복하는 편이 훨씬 좋다 나는. 


어떤 분들이 보시기에 '그까짓 일' 혹은 그분과 '그까짓 4년', '겨우 4년'이겠지만.. 이 세계에서 나에게 의미가 나름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여튼, 그건 남의 일에 대해서 그냥 쉽게 생각하고 보시기에 하는 말이기에 패스.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잘라져 나가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나. 나는 그런 감정 없는 사이코가 아니다. 


왜 우스워보이는 이런 과정을 너는 왜 겪냐고 물어보셨는데.. 성장하려고 겪은 거다. 

아무것도 안 했다면 당연히 아무것도 안 겪었을 것이고, 삶은 조용하고 평온했을 것이다. 

나도 한량 놀이하면서 살면 마음 편할 것 같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삶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삶을 건드리고.. 삶을 개척해야만 하기에.. 이런 과정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에도 무언가를 많이 배우고 깨달은 과정이었다. 


대학원 수업에서 중국인 교수님께서 일 진행 과정을 여쭤보셔서.. 이런 일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좀 쇼크였다 말씀드렸는데, 고개를 도리도리 하시더라. 본인은 이 일 하면서 매번 전시회에서 겪는 일인데, 아주 지긋지긋하시다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이 세계에서 이보다 더한 일들도 많으리라... 

특히 이방인 동양 여자에게는 더더욱.


내가 한국인의 매운맛을 너네들에게 아주 제대로 보여주리라 ㅡ_ㅡ+

의지의 한국인. 이 동양 여자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가나 꼭 지켜보시기를. 

내가 악착같이 꼭 박사학위 딴다. 한국으로도 도망가려고 다 계획까지 했건만.. 나는 호주에서 계속 일하고 공부하고 살아갈 거다. 이 일 이후로 정말 결심했다. 


이틀 동안 스트레스받아서 뭘 못 먹고 시름시름하다가 엄마에게 부탁해서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었다. 

아주 맵게. 


역시 스트레스가 풀리는 맛. 



여러 가지 버전의 전시회 포스터들. 

웹사이트 디자인 나왔을 때, 엄청 충격받았었다. 


내가 권유했던 디자인.. 어디 갔지.. 


그나저나.. 아.. 어떡하지.. 망했다... 

작가들한테 미안해서 나 이제 고개를 어떻게 들고 다니지.. 뭐 이런 생각들.


내 슈퍼바이저는 개성이 아주 아주 아주 강한 분이시다. 그분을 아시는 분이라면 이 말을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매우 냉정하고 냉철하고 똑똑하신 분.. 근데, 핑크 앞에서는 냉정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웹사이트는 사실 처음에 모든 게 온통 핫핑크였다... 

엘레인은 핑크를 좋아하니까❤️


아... 나 핑크 이제 정말 너무너무 싫어할 것 같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슈퍼바이저가 친히 본인 고양이 프린세스를 보여주기까지.. 서로 조금 친해지기까지도 엄청 오래 걸렸는데.. 

이걸 어떻게 기분 안 나쁘게 말해야 하나... 앞이 까마득했다. 


개인적으로 친한 작가 한 명 붙잡아다가 이 일을 진지하게 상의했다... 아무래도 그녀도 크게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녀에게 피드백을 들으며 찬찬히 고쳐야 할 점들을 종이에 하나씩 썼다. 


기술력 같은 거 필요 없으니.. 그냥, 기본으로 가요.. 지루하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이고 무거운 분위기, 무채색을 좋아해요. 저 슬라이드 프레임 같은 거 없애주세요..라는 말은 이메일에서 다 지우고..


매우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찬찬히 내가 원하는 것들, 고쳐주기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이메일을 썼다.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수고했는지, 내가 얼마나 항상 감사한지에 대해서. 


Hi Elaine,

No worries. Your feedback is really important because it gives me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you want. So no hard feelings at all. I’ll make changes and send you links later. 

Cheers! 안녕, 엘레인.

걱정하지 마! 너의 피드백은 네가 뭘 원하는지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정말 중요해! 그래서 나는 힘든 감정이 전혀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변경하고 링크를 보내줄게! 

치어스!


아.. 진짜 같이 일하면서 너무 좋다. 주변 사람 안 힘들게 하고.. 너무 감사하다 정말. 

그저 처음에 일 시작하기 전이 너무 까탈스러웠을 뿐, 일 시작하고 나서는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그리고 따뜻하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 사람은 서로 추구하는 게 다르니까! 


웹사이트는 고쳐졌고, 이젠 괜찮아졌다. 내 생각에는. 



락다운 동안 취미로 그려본 마이센 화병. 

결혼할 예정인 오라버니나 사촌 동생 줄려고 그렸는데.. 주기가 싫네?

나야말로 지금 좋은 사람 없어서 시집 못 갔는데, 누가 누굴 챙겨줘. 



마음이 심란하고 어지러울 때마다 집에다가 만들어놓은 작업실에서 혼자 가진 이 시간들. 

이번 학기에 공부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어서 공부를 줄였는데, 그래도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젠 아치볼드 공모전 준비하기에 돌입하기로. 누굴 그릴 거냐고?


필자가 오너스 공부했을 때, 필자의 공부를 도와주고.. 선뜻 필자 공부의 슈퍼바이저가 되어주려고 하셨던 다이애나를 그려보려고 한다. 그녀의 아트 개념, 삶, 필자와의 인연.. 여자로서의 공감력. 조만간 브런치에 슬슬 써보려고 한다. 이미 어떻게 그림 그릴지는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그녀와 상의를 해보아야 할 듯. 


먼저 주말에 미니 사이즈로 그려보아야지. 



집에서 만들어서 먹은 쌍화차. 날달걀 톡톡 



아이스 문케이크. 이 시기 때만 먹을 수 있어서 1년에 딱 한번, 이거 살려고 중국 식품점에 간다. 필자는 두리안 맛을 정말 좋아하는데, 락다운이 된 필자의 동네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더라. 아쉬운 대로 녹두 맛을 먹었다. 



엄마가 회덮밥도 해줘서 정말 너무 맛나게 먹었었다. 



나의 작은 사치, 크램 드 마롱. 

프랑스에서 온 밤쨈. 빵에도 발라먹고, 따뜻한 우유에도 넣어서 밤 라테로 먹는다. 



오늘도 열 일하는 붓 받침대들. 



또 먹은 회덮밥들. 



락다운 동안 작업실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집에다가 간이 작업실을 만들어서 그림이라도 그리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글도 쓴다. 갤러리에서 필자에게 맡긴 글들이 있는데, 왜 나야?! 내가 거기서 영어 제일 못하는데.. 내가 왜왜왜... 글 리서치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지!!! 그래도 하라니깐 한다.. 


이미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글도 쓰고.. 잡지나 웹사이트에 발행되는 날이 기대도 된다. 

글..... 쓰는 거 힘든데, 재밌고 도움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꾹 참고 한다. 



가마 안에 눕혀서 구웠던 아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 칠했던 것 같다. 

컬러링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이거 그리면서도 그랬었다. 



어지러워진 책상. 



이 작품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대학교 친구들과 시간 맞춰서 저렇게 줌 미팅을 하면서 각자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저렇게 컴퓨터 켜놓고 수다도 떨고... 각자 일 하면서 4시간 정도 했던 것 같다. 정말.. 너무 고마운 친구들. 진짜 락다운 끝나고 우리 꼭 여행 가자. 



외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베트남 월남 빵 사서 공원에 가서 먹고.. 커피잔이랑 믹스 커피를 보온병에 챙겨가서 저렇게 기분을 내었었다. 



낮은 온도로 오래 구운 군고구마도 구워 먹고.. 



공원 가서 걷고, 노트북 들고 가서 글도 썼다. 



집에서 타코야 기도 해 먹고..



위빙이라는 것을 배워서 해보기도 했다. 



락다운이 풀리면.. 솔직히 그것도 좀 불안하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번 주도 잘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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