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엔의 행복, 일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이제리야

일본 전역에서 사랑받는 가성비 레스토랑의 의외로 치밀한 전략

by 아백

1. 일본에서 활동하는 K-POP 아티스트들이 가끔 예상 밖의 장소를 추천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샤이니의 멤버 키가 일본 이벤트에서 ‘사이제리야’에 들렀던 이야기를 하면서 “천 엔의 행복”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근데 일본어 토크력 진짜 대박이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 발언은, 사실 이 패밀리 레스토랑의 정체성과도 꽤 잘 맞아떨어진다.


https://x.com/1shin22/status/1881332167353258062


2. 사이제리야는 굳이 한국에 비유하자면 김밥천국 같은 느낌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찐 현지인들만 찾는 가게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종종 자주 이용하는데 (사실 이 글도 주말에 사이제리야에서 밥 먹다가 생각나서 쓰는 글이다) 1천 엔 아래로 저렴하면서도 무난한 이탈리안 요리와 음료를 즐길 수 있고,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간단한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활기와 소박한 인테리어가 주는 무심한 편안함. 이곳은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3. 근래 일본 비즈니스계에서 사이제리야는 ‘기획된 전략’으로 꾸준한 인기와 안정적인 실적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꽤 주목을 받았었다.
“매일 가치 있는 식사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심플한 철학 아래, 재배–가공–물류–매장 운영까지 직접 관리하는 일원화 구조를 갖췄다. 쉽게 말해, 식자재를 자사에서 직접 기획, 조달하고, 본사 공장에서 가공 및 조리 준비를 한 뒤, 각 매장으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품질 관리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는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가성비 중심의 일관된 가격 정책도 주목할 포인트다.
메뉴는 수익성이 검증된 것만 남기고, 신규 매장은 수익률 30%를 목표로 철저히 설계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메뉴의 가격대는 낮지만, 그 안에서도 자체 조달하는 와인, 올리브오일, 그리고 살짝 고급라인 메뉴이자 한때 일본 전역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키기도 한 이탈리아식 양꼬치 등 ‘가심비’를 자극하는 품목도 있다.
직영으로 통제하는 운영 시스템 덕분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끝없이 창렬해진 일본 외식 업계에서는 나름 혜자같은 존재다.


5.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요즘 일본 외식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 IP와의 콜라보를 하지 않는다. 반짝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경험이나 가격 등의 익숙함 덕분에, 특별한 계기 없이도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되는 브랜드. 이는 단순한 식당을 넘어 일상의 습관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이제리야는 브랜드에 있어 과장보다 일관성, 메시지보다 반복된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외국 아티스트가 자신의 공연에서 열띤 후기 썰을 풀어도 납득 될 정도로.


6. 잔뜩 칭찬하긴 했지만 ㅋㅋ
먼저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포지션이라고 언급했듯, 엄청난 맛집이라는 느낌은 아니다. 관광으로 오신 분들이 굳이 갈 필요는 없지만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할지도...? 개인적인 추천 메뉴는 당근 라페, 팝콘 새우, 와인이고, 메인 요리보다 애피타이저 종류를 다양하게 시켜서 먹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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