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공감과 지금이라는 계절이 만든 캐릭터 소비 트렌드
1.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형 키링 유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전적인 인기 캐릭터 IP부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아이돌의 이미지를 따와서 만든 오리지널 인형까지 이제는 자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분위기다.
그 와중에 올해 유난히 눈에 띈 인형이 하나 있다. 바로 태닝 키티다.
2. 일본 캐릭터 회사 산리오의 간판 캐릭터인 헬로키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캐릭터계의 셀럽이다. 그 헬로키티의 변형 버전인 이 캐릭터는, 이름 그대로 햇볕에 잘 그을린 여름을 담은 건강미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원래는 하와이 등 일부 지역 한정판으로 판매하던 상품으로 알음알음 그 존재를 알려왔으나, 올해는 그야말로 반응이 폭발했다.
3.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태닝키티’ 키워드 검색량을 보면, 매년 여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올해에 들어 그 수치가 폭증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올리브영과 태닝 버전 산리오 캐릭터즈의 대대적인 콜라보가 큰 화제가 되었고, 일본에서는 태닝 피부, 루즈 삭스 등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후반 여고생의 유행 스타일인 헤이세이갸루(平成ギャル)와 같은 뉴트로 유행이 맞물려 한층 더 인기를 끌었다.
4. 클래식 키티의 과감한 변주.
태닝이라는 설정은 여름이라는 계절감을 직관적으로 표현해준다.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내추럴한 느낌조차 여름 감성 그 자체로, 조금은 꼬질하고 헬시한 분위기, 뜨거운 공기, 나른한 '감정'까지 담긴 듯 하다. 지금 이 '시간'밖에 즐길 수 없는 한정적인 희소성, 그리고 유행이 유행을 부르는 디토 소비까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키링에 담아,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소비가 된다.
5. 태닝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캐릭터 분야 전체의 유행으로 확산되어, 여름철 캐릭터 트렌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발 빠른 몇몇 아이돌 공식 인형들도 이미 태닝 버전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하나같이 킹받는 귀여움이다!)
6.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유행을 공유하는 느슨한 공감대라는 구조는, 다른 캐릭터들의 유행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라부부도 그렇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빤츄우사기 등은 모두 정석적인 예쁨보다는 감정적 반응에 중심을 둔 캐릭터다.
이 공식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음 유행을 상상하는 데에 꽤 괜찮은 기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