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자주 들리는 그 노래와 데이터를 엮는 브랜딩
1. 지난번 태닝키티에 이어, 여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여름 노래 하나는 품고 있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과 해방감, 가슴을 뛰게하는 사운드까지. 더운 계절이 오면 그 음악을 다시 꺼내 들으며, 여름이라는 감정을 되살리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음악 차트를 보다보면, 특정 계절이 되면 순위가 오르는 곡들이 있다. 그러한 곡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시기의 감정을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2.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음악 시장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 음악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의 소니뮤직은 자체 데이터 해석 툴을 구축해, 리스너들의 청취 데이터나 SNS를 활용하는 히트메이킹 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특정 시점에 특정 곡의 재생 수가 증가하는 것을 포착하고, 그 작은 버즈를 더 큰 버즈로 확장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동선을 까는 것이다.
3. 최근 일본 Amazon도 FIRE TV 단말의 메인 광고를 통해, 유명 음악 페스티벌인 FUJI ROCK FESTIVAL '25의 플레이 리스트로 유도하는 등, 여름이라는 계절을 상기시키고 노출을 극대화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참고로 Amazon은 FUJI ROCK FESTIVAL '25의 생중계도 독점 중이다.
4.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THE FIRST TAKE 채널에 중견 밴드 ORANGE RANGE가 출연해 2007년 히트곡 ‘イケナイ太陽(이케나이 타이요)’를 다시 부른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제목을 직역하면 ‘못돼먹은 태양’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이 곡이 일본에서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트랙이라는 점이다.
ORANGE RANGE하면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여름 아티스트다. 히트곡도 여름 노래의 비중이 높고, 여름 페스티벌의 단골 출연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일본의 묵직하고 습기가 가득한 여름 공기와, 구릿빛 피부에 탈색모를 한 젊은 남녀들이 가득한 쇼난 지역의 바닷가가 떠오른다.)
5. THE FIRST TAKE는 가수들의 라이브를 원테이크로 촬영해서 그대로 내보내는 YouTube 채널로, 최근에는 에스파, 아이브 등 K-POP 아티스트들의 출연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이런 인기 채널에 무려 20년 전의 노래를 다시 소환하는 것은, 아티스트가 가진 독보적인 브랜드와, 레트로 유행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의 흐름 속에 배치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오래 전 내 청춘 속의 여름. 하지만 단순히 그 향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이를 의도적으로 촉진시키는 전략이다. 참고로 THE FIRST TAKE는 일본 소니뮤직에서 관리하는 채널이다.
5.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여름 노래들은 특히 시대를 넘어서 사랑받는 경우가 많다.
K-POP씬에서도 씨스타나 레드벨벳 등 여름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및 트랙들이 다수 존재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썸머퀸, 썸머킹을 표방하며 여름 컴백을 기획하는 이유도 단순한 시즌 활동을 넘어서, 여름이라는 계절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고자 하는 브랜딩 전략이다.
6. 브랜드는 결국 인식이 전부이다.
그리고 여름은 그 인식을 감정, 공간, 시간 속에 깊게 각인시킬 수 있는 계절이다.
다만, 치열한 썸머퀸, 썸머킹의 경쟁 속에서, 누가 더 정교하게 여름의 향수를 설계하고 촉진시키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