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에서 다룬 덕질의 효능 - 스트레스 감소부터 장수 효과까지
얼마 전, 일본 후지TV의 『혼마데카!?TV (ホンマでっか!?TV // 우리말로 바꾸면 진짜라카나!? 정도 되겠다)』에서 덕질의 건강 & 미용효과 특집이라는 테마를 다루었는데 꽤 재밌었던지라 일부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혼마데카!?TV』는 매주 수요일 밤에 방송하는 토크 버라이어티다로, 각 테마에 맞춰 게스트들의 토크와 약간의 전문 지식을 곁들인 내용들이 나온다. 이번 특집에서도 덕질에 과몰입하는 게스트들의 경험담이나 전문가적인 관점 등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평소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들과 일치하는 점도 많이 있었고)
어쨌든, 여러분들의 행복한 덕질 생활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방송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방송 예고편
https://x.com/fujitv_honma/status/1965740794700296448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상관없이, 덕질에 들이는 시간이나 최애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피로감이 줄어든다. (덕질 대상이 많을 수록 체력이 좋은 사람도 많은 이유인듯..)
덕질 중에는 뇌의 편도체 신호가 줄어들어 비판이 줄고 공감력이 높아져 온화해진다.
반면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전두엽 활동이 억제되므로 예를 들어 최애 팀이 지고 있으면 규칙을 일탈하는 행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두엽은 감정이 과도하게 고조될 때도 약해지므로, 팬미팅, 싸인회 등 최애를 마주할 때 평소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나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최애의 사진을 보기만 해도 뇌가 자극을 받아 인지 기능이나 주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
덕질 중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항노화 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로 인해 피부가 젊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항노화 호르몬은 장기 기억을 강화하는 작용이 있어, 기억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요즘 덕질의 주역은 시니어(장년-노년층). 덕질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걷지도 못했던 노인이 최애가 생긴 후 다시 걷고 계단을 오르게 된 사례가 있다.
또, 알츠하이머 의심 판정을 받았던 90대의 할머니는 한 해외 축구 선수의 팬이 된 뒤 마음을 전하고 싶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SNS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그 선수가 실제로 봐준 뒤에는, 선수의 이적을 따라 아랍어까지 익혔다. 주변도 깜짝 놀랐다고.
최애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9% 낮고, 5년간 수명이 평균 3.2개월 늘어난다는 결과도 있다. 덕질을 하면 호르몬이 활성화돼 세포 노화와 관련 있는 텔로미어 단축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져 우울증 예방이나 스트레스 해소에도 긍정적이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좋아하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더 긍정적으로 변한다.
덕질 대상의 이름을 호칭 없이 부르는 건 역사에 남는 사람의 증표라고 한다.
호칭 없이 부르는 것은 사람을 넘은 개념적인 존재로, 최애에게 이름을 ‘호칭 없이 (呼び捨て- OO씨, OO님과 같이 호칭을 붙이지 않고 그냥 OO로 부르는 것)’ 불리고 있는 사람은 팬들이 그 가치를 보증해주는 셈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일본에서는 ‘OO씨(~さん)’ ‘OO군(~くん)/짱(~ちゃん)’과 같이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게 인식하는 듯)
최애의 말과 행동은 팬에게도 영향을 미치므로, 시간이 지나면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
“사랑은 3년, 애착은 10년”이라고 하듯, 오랫동안 덕질하는 게 중요하다.
사랑을 어떻게 애착으로 바꿀지가 (덕질 대상의 연예계 생존에도) 핵심이다. 팬으로 하여금 “내가 키워주고 싶다”는 마음을 주는 게 바로 애착이다.
일본의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카프는 ‘죽어서도 덕질할 수 있는 관’을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장례식에서도 덕질 얘기로 모일 수 있다는 것.
SNS의 보급은 덕질의 행복도를 폭발적으로 높였다.
예를 들어, 최애가 방문한 장소에 팬도 직접 방문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은 시간차로 함께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이는 덕질의 열의를 키우고, 지속하는 힘이 된다.상대에게 보내는 DM도 일방통행 같지만, “읽어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덕분에, 팬은 상호소통이라 생각하게 된다.
일상 속에 최애의 굿즈를 들여놓으면 마치 그 세계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고, 행복감이 올라간다. 행복도가 올라가면 도파민이 분비돼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다시 덕질에 더 투자하게 된다.
덕질은 연애와 비슷한 감정 구조가 있어서, 요즘은 “연애보다 덕질”이라는 사람이 많아졌다. 20~39세 미혼 여성에게 “연애와 덕질, 어느 쪽이 우선?”을 물었더니, 49.1%가 덕질을 선택했다. 덕질의 장점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고, 다른 최애로 갈아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연애는 상대가 있어야 하지만, 덕질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특히 2D 캐릭터는 배신당할 걱정이 없기 때문에, 가상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다이어트를 응원해주는 최애 굿즈나 음성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
같은 말이라도 기계음으로 들으면 짜증 나지만, 최애의 목소리로 들으면 더 쉽게 받아들이며, 다이어트 성공률이 올라간다.
“주변을 보지 말고, 최애만 봐라”
주변의 덕메들과 비교하면서 경쟁하면 지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험이 있다.
덕질은 어디까지나 최애를 위한 것. 남과 비교하지 말고 최애만 바라보면 된다.
복수 최애를 추천한다. 최애가 한 명뿐이라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충격이 너무 크다.
비유하자면, 주식을 하나에만 몰빵하는 건 위험하고 분산투자가 안전한 것과 같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건강 효과: 피로감 감소,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젊어짐 호르몬 증가 → 피부·장수 효과
- 뇌 과학 측면: 공감력 증가, 비판성 감소, 인지·집중력 향상
- 시니어 기여: 덕질이 고령자의 건강·학습 능력 회복에 기여 (알츠하이머 개선 사례)
- 수명 효과: 사망률 29% 감소, 수명 3.2개월 연장
- 정체성 강화: 팬은 최애를 닮아가며, 자기 긍정 강화
- 사회적 파급: SNS 확산으로 팬덤 행복도 폭발적 증가
- 위험성: 팬끼리 비교·경쟁은 과소비 위험
- 예방책: ‘분산 투자형 덕질’이 안전.
물론 덕질에도 부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덕질이 우리 삶에 활력과 의미를 주는 특별한 장치임은 틀림없다.
나 역시 오랜 덕후이자 덕질 신봉자로서 말하고 싶다. 최애 하나 들이면 인생의 행복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