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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Feb 18. 2024

스타트업 지원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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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타트업에 참 관심 많습니다만

스타트업에서 채용 브랜딩 서비스와 콘텐츠 마케팅을 했던 나의 이력을 보고 종종 스타트업 취업과 이직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다. 연차별 가장 보편적인 질문은 이렇다.


"스타트업 서비스나 근무 조건이 다 좋아 보이는데, 신입인 제가 갈만한 곳이 있을까요?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은 회사 정보도 찾기 어려워서 어디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사회 초년생 Y


"경력 이직 생각하고 있는데요. 업무는 전문성을 발휘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있는 회사와 이직할 스타트업의 업무 스타일이나 문화가 너무 달라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 되요." - 대기업 경력 N년차 S


나는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보통 이렇게 조언한다. 본인이 가진 것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시간을 들여서 일반 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스타트업에 들어갔을 때 수용할 수 있는 근무 형태와 일하는 문화, 보상 등의 기준을 자세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오늘은 여기에 스타트업 지원 전 어떤 점을 구체적으로 봐야 할지,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클 수 있는 현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한 그 스타트업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타트업 서비스나 근무 조건이 다 좋아 보이는데, 신입인 제가 갈만한 곳이 있을까요?"


사회초년생 Y의 이 질문은 회사를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인 '성장성'과 '안정성'을 물어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사회초년생 대부분이 회사, 직무 경험이 많지 않고 업계에 회사 사정을 물어볼 인맥이 없기 때문에 채용 서비스나 커뮤니티에 의존해 회사를 선택한다. 깜깜이 지원을 하게 된다는 이다.


누구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시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스타트업 서비스나 근무 조건이 다 좋아 보인다'라는 부분이다. 미디어에서 핫하고 잘나가는 것처럼 조명되는 스타트업의 단면만 보고 입사했다가 회사가 몇 개월 뒤에 없어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아니 회사가 없어진다니, 그럴 수가 있나요?' 싶겠지만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중소, 중견, 대기업도 비즈니스 환경이 나빠져 파산하거나 인원을 감축하는 경우를 종종 뉴스를 통해 보지 않나. 스타트업에서는 그 빈도가 더 잦기 때문에, 사회초년생에게 큰 리스크인 것이다.


스타트업 생존율에 대한 진실은 객관적인 통계로 알 수 있다. 중기부가 발표한 국내 창업 기업 중 5년 후 생존율은 27%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10곳 중 3곳만 살아남는 것이다. 이는 OECD 국가의 창업기업 평균 생존율이 40.9%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10년 후의 생존율은 8%로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스타트업 지원 전 '설립연도 대비 생존율'이란 지표를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의 명암] 실낱같은 유니콘의 꿈, 폐업으로 사라지려나 (2019.8.14 투데이신문)



신입이 갈만한 스타트업을 찾기 어려운 이유

스타트업은 초기 창업 자본이 적고, 투자유치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태생적으로 빠르게 실행하고 작게 실패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해야 하는 구조다.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추구, 시장우위확보, 좋은 인재 영입과 비즈니스 확장에 필요한 투자유치를 위해 시장과 타겟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비즈니스 하나가 잘못되면 휘청이는 스타트업은 당장 일당백의 일을 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이 필요하다. 직무 전문성과 사회 경험이 적은 신입이 들어올 자리는 바늘의 구멍과도 같다. 좋은 학력, 스펙과 열정을 장착한 신입이라도 당장 1인분 이상의 일과 책임이 주어지는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경험 많은 사수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트레이닝 받는 미래를 상상한다면, 스타트업은 아니라고 말는 이유다.



경력 위주의 스타트업 채용 사이클

초기 스타트업의 팀 세팅은 주로 대표의 인맥, 지인 추천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잘나가는 유니콘 스타트업의 팀 세팅 또한 다르지 않다. 운 좋게 신규 서비스가 고객의 사랑을 받고 성장을 하기 시작하면 인사 담당자가 생긴다. 좋은 조건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채용 브랜딩에 신경 쓰게 된다. 이때 신입 채용의 길이 조금 열리지만, 중고 신입과 화려한 경력직 사이에서 신입이 설 자리는 여전히 미미하다.


미래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줄 연구, 개발 직군이나 시니어 인재 영입은 서치펌, 헤드헌터를 이용한다. 스타트업의 이런 채용 구조는 신입보다 경력직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력직의 경우 본인의 직무 전문성을 확실히 쌓으면서 SNS 채널, 링크드인, 업계 커뮤니티에 자기 PR을 잘해두면 좋은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신입이지만 치트키 사용 가능한 곳

지금까지 스타트업 채용에 경력이 유리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예 신입 채용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인턴쉽, 서포터즈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면 구글 캠퍼스나 스타트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해커톤*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업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본인의 매력과 열정,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준다면 실무자나 인사 담당자의 눈에 들어 스카우트될 확률이 높다. 꼭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성향, 문제해결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자신과 맞는지 확인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잃는 것 보다 얻는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해커톤(Hackathon).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프로그래머나 관련된 그래픽 디자이너,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자,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작업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 관련 이벤트(위키백과)



스타트업 Fit한 인재, 그게 당신일 수 있다

내 전공과 맞지 않더라도 나의 관심사, 경험, 스토리라인이 맞아떨어지면 신입, 경력 불문하고 입사 가능성이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내가 채용 브랜딩 서비스를 만드는 4년 동안 약 85개의 스타트업, 중소, 중견 기업을 담당하며 300명에 가까운 CEO&핵심 인재 인터뷰를 해본 결과, 비전공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성장한 케이스가 더 많았다. 그들이 스타트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이고 공통적인 요인은 학력, 스펙, 전공, 경력이 아닌 '내가 이 일에 얼마나 절실한가'였다.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 불확실성에 도전 의식을 느끼고, 처음 접하는 일에 일단 부딪혀 보 카멜레온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타트업 Fit하다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냉혹한 현실을 알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다른 건 몰라도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 성장 모멘텀 여부를 꼭 따져보자. 그리고 정말 당연한 거지만 묻지 지원은 절대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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