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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Feb 18. 2024

스타트업 열정과 냉정사이

Start with Why

당신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돈이라면

커리어 관련 모임을 나가다보면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대기업, 중소기업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통성명을 하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얼추 이야기 나누다 상대방과 관심사나 코드가 맞으면 나는 곧잘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가령, 이런거다.


“K님은 지금 계시는 곳에서 일하는 이유가 뭐예요?”


나는 일하는 이유가 중요한 사람이여서 이 질문이 자연스럽고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 99%가 ‘이게 뭔소리야? 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라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비슷한 대답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돈벌려고 일하죠. 다들 그렇지 않나요? 그나저나 L님, 요즘 국내에 유니콘 스타트업도 나오고 잘 나가는거 같던데 어때요?”


“아...그러시군요. 그런데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수가 적고, 수익실현 하려면 갈 길이 멀어요. 스톡옵션은 주식상장해야 실현 가능한데 그게 언제일지는 장담 못하죠. 돈 때문에 스타트업 이직 생각하는거면 다시 생각해 보심이...”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슬프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에 발을 내딛지만, 어느 순간 돈이 전부가 아닌 현실을 마주하게된다. 입사때의 긴장, 두근거림, 부푼 기대는 금방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칼퇴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서 최대한 길게 존버 하려면 업무든 조직문화든 뭐라도 나와 맞아야 가능한데,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둘다 격렬히 아닌것 같아서 불안해진다. 동창 친구 S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더니 스톡옵션도 받고 연봉인상률도 높고, 직급도 팀장 달았다던데 나는 조직에 고인물들이 많아 진급이 언제 될지도 모르겠다. 꼰대같은 상사 비위 맞추고 일 대신하는것도 지친다. 스펙도 아깝고 물경력 쌓느니 퇴사하고 창업 아니면 스타트업으로 경력 이직하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미안하지만 퇴근 시간, 월급날만 기다리며 뚜렷한 커리어 패스 계획없이 창업, 스타트업 이직을 한다면 둘다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나의 일에 의미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

나의 경험상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돈을 벌고 싶은 욕구+무언가가 더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UX/UI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해 AE 역할을 하게되면서 CEO, 개발자, 마케터, 인사 담당자 등 300명에 가까운 핵심인재를 취재하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다양했다.


세상에 없거나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도전정신, 정치가 아닌 일의 성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빠른 의사결정과 주도적인 프로젝트 경험, 수평적인 조직문화추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성장세가 눈에 띄는 곳에 합류해 커리어에 한 획을 그어보고 싶다는 생각 등.


지금 당장은 삼시세끼로 라면을 먹지만, 일단 원하는 것을 이뤄 놓으면 돈은 어떤 경로로든 보상(스톡옵션 실현, 전문성 레벨업, 더 좋은 조건으로 경력 이직 등)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 해보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주어진 일 이상의 업무를 하면서 일당백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모여들고 있었다.   



국내외 TOP급의 인재들이 일하는 곳

국내에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은 현재 약 10개(20.06 기준) 정도이다. 이들은 현재 매출이 아닌 기존의 판을 바꾸는 비즈니스를 실현하고 성장해온 히스토리와 미래가치 창출, 앞으로의 성장규모,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전과 사회적 가치를 어필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카카오톡이 지금의 카카오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로켓배송으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쿠팡의 성장세는 말할것도 없다.


하지막 아직까지 국내 스타트업 중 투자금액대비 성공적인 엑싯과 폭발적인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간 사례는 거의 0에 수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버금가는 근무조건과 비즈니스 성장세, 넥스트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에 국내외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때문에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예전처럼 대기업, 중소기업에서 몇년 일하다 쉽게 이직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스타트업은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찾을때까지 채용을 상시로 열어두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스펙을 기본으로 공채와 인적성을 잘 준비하면 입사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보다 지원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진지하게 생각해주길바래

대기업 퇴사 후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진 것은, 회사의 성장 과정에 무작정 희생 당하기 보다 개인의 커리어를 챙기며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만 벌고 싶어서’라면,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스타트업의 쿨하고 좋은 면만 보고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말해주고 싶다. 차라리 안정적인 조직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받으며 내가 일하는 이유, 커리어패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준비한 후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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