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3 나와 결이 맞는 회사를 알아가는 진솔한 만남, 내부자 커피챗(Coffeechat)
일을 하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무엇인가?
나는 10년 동안 네 번의 이직을 하면서 대부분 리더십 문제로 퇴사를 결정했다. 일이 힘든 건 개인의 역량을 어떻게든 키워서 커버가 가능하지만, 직속 상사와 대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주변 지인들 역시 비슷한 문제로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고 회사를 떠났다.
2020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말 못 한 퇴사 사유 1위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었다. 이러한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의 66%가 이유를 숨긴 채 퇴사했다고 한다.
이런 갈등 요소는 실제 입사해서 직접 일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지원과정에서 아무리 회사에 대해 구글링을 해봐도 나오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채용 브랜딩에 신경 쓰는 회사의 경우 조직문화와 직무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핵심인재를 ‘선별’해서 해당 콘텐츠가 도달해야 하는 타겟(잠재 후보자) 맞춤형 ‘에디팅’이 들어간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지원하려는 회사가 나와 맞는지 아닌지는 ‘직접 일 해보면서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 내가 지원하는 팀과 조직의 이슈사항, 리더십이 어떤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내 경험상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내부자 커피챗’이다. 커피챗은 말 그대로 지원할 회사 사람과 대면으로 만나 캐주얼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만남이다.
나는 첫 정규직으로 일했던 스타트업 대표와의 첫 만남에 면접이 아닌 치맥자리를 가졌다.벌써 9년 전 일이지만, 치킨을 앞에 두고 아이패드를 꺼내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설명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 중인 IR 자료를 보여주던 대표의 열정적인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회사 규모, 근무환경, 처우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일단 직무는 나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였다.
무엇보다 대표 자신이 가진 비전이 확고하고 자신감 넘쳤던 스피치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제안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보다 당장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이후 이직한 회사에서도 내가 속한 팀의 팀원, 직속 상사, 대표와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라운드 룰에 맞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솔직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하는 일은 나에게 일상이었다. 아니다 싶은 일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고 팀의 성과를 만드는 일을 즐겼다. 그리고 이제 다섯 번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관심 회사의 내부자 커피챗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커피챗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망설여지거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께 약간의 팁을 드려보려고 한다.
Tip.1
지원하려는 회사의 내부 사정을 정말 알고 싶다면, 해당 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아닌 지원하려는 팀에 실제로 일하고 있는 팀원, 혹은 유관부서 재직자를 찾아보자. 그런 사람을 어떻게 찾느냐고? 링크드인에서 관심 회사를 팔로우하고 1촌, 2촌, 3촌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연결된다.
인스타그램은 본계/부계가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미지를 소비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마케터 직군이 개인 포트폴리오를 올리는 용도로 많이 쓴다. HR/R&D/IT개발/서비스PM/B2B 영업 등 보다 다양한 직군 커리어 커피챗이 필요할 경우링크드인 채널 오픈을 추천한다.
Tip.2
커피챗 신청은 정중하게, 비즈니스 매너를 갖춰서 하자.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이라면 먼저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고민을 솔직하게 오픈하고, 상대방이 편한 일정과 장소로 찾아가는 정성이 필요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약속 장소에 나가 커피를 대접하는 것도 좋다. 혹은 이야기를 마치고 커피챗에 응해준 상대방에게 작은 선물을 전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Tip.3
지원한 회사의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도움을 받았다면 나 역시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 시켜보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와 함께 ‘혹시 제가 가진 전문성 중 도움을 드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을 주셔도 좋다’고 말한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다.
주니어는 ‘커피챗을 통해 도움 받은 것을 발판 삼아 성장해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보여준다면 시니어와도 충분히 좋은 인연이 이어질 수 있다.
요즘은 지원 회사 이외에 링크드인을 통해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의 스페셜리스트와 연결되어 서로 영감과 응원을 주고받는 커피챗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가지만, 결국 일과 삶에 대한 고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 커피챗도 결이 맞는 분들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했던 회사의 스페셜리스트 분들과 커피챗하며 받은 선물들.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무언가가 한 번에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챗을 주고받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PS. 현재 지원한 곳의 커피챗 후기는 자세히 공유하기 어렵지만, 귀한 시간 내주시고 경험을 나눠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