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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Mar 19. 2024

10년 차 이직러가 경험한 스카웃 제안 WORST 3

for. Headhunter

요즘은 화려한 커리어로 실무 면접을 통과한 후보자라도 지원한 회사의 조직 문화, 즉 컬처핏과 맞지 않아 임원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 악화로 성장보다 생존을 위한 효율적인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실력은 기본, 불확실한 상황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인재, 기존 구성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비즈니스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줄 인재가 더더욱 중요해졌다. (스타트업핏한 인재상은 이 시리즈의 1화를 참고하면 좋겠다)


이런 인재를 찾기 위해 아예 링크드인에 상주하며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컨텍하는 인하우스 리쿠르터가 늘어나고 있다. 포지션도 IT 개발자에 한정된 것이 아닌 거의 전 포지션이 오픈되어 있다. 채용에 진심인 회사는 인사팀 리더가 직접 커피챗을 진행하기도 한다. ‘커피챗’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국내 채용 시장에 정말 많은 변화가 생긴 듯하다.


링크드인은 리크루터와 헤드헌터는 물론이고 관심 회사의 C레벨이 활발히 활동하는 채널이다. 그래서 요즘 경력직 사이에서는 ‘인스타 하지 말고 링크드인 해’라는 말로 가입을 추천하며 플랫폼에 인재풀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위와 같은 인하우스 리쿠르터의 공격적인 채용 방식, 지인 추천 기반 채용 서비스의 활성화는 원래 채용 시장에서 이 역할을 했던 서치펌, 헤드헌터의 설자리를 빼앗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4개의 회사를 거치며 서치펌, 헤드헌터를 통한 스카웃 제안이 성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첫 인턴을 했던 곳은 내 대학교 졸업 전시를 보고 인턴쉽 제안을 준 타 대학 교수님의 벤처 회사였고, 첫 정규직으로 일했던 얼리 스타트업은 대표의 치맥 PT로 조인을 결정했다.


주니어 시절 종종 클라이언트사에 스카웃 제안을 받거나 지인 추천을 통해 이직할 기회가 있었지만, 비전과 미션,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커피챗 단계에서 불발됐다. 4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임팩트 있는 커리어 패스를 그리기 위해 유니콘 스타트업과 대기업에 지원했고, 평소 내가 돈을 쓰고 자주 들여다보는 브랜드를 리스트업해 그중 업계 탑티어 회사에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합격했다. 이때 지원한 회사는 10개 미만이었고, 90%는 면접을 갔다. 이 중에서도 정말 같이 일해보고 싶어서 별도의 전략 포트폴리오를 냈던 곳은 단 곳이었으며, 그게 토스와 교보문고였다.


나는 조직에 퇴사를 공식화한 시점부터 링크드인 프로필을 ‘Open to Work’로 전환했다.

프로필 전체 공개 후 본격적으로 한 일은 평소 좋아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던 회사를 팔로우하고 해당 회사의 관계자 분께 1촌을 신청하며 인맥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링크드인의 알고리즘이 나의 관심사와 커리어 패스에 부합하는 포지션을 추천할 수 있도록 관심 키워드는 무엇인지,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 프로필도 상세히 업데이트했다.


사실 올해 초 링크드인 프로필을 오픈하기 전부터 이미 관심 회사 관계자와 커피챗을 진행하고 지원까지 한 상황이었지만, 혹시 미처 보지 못한 기회가 있을까 싶어 다양한 채용 플랫폼에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스카웃 제안을 기다려봤다.


감사하게도 나의 프로필에 관심을 보인 많은 업계 관계자분들께 다양한 제안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마음에 드는 제안이 없었다. 찔러보기식 제안도 꽤 들어와서 중간에 프로필을 닫을까도 생각했지만, 인내하다 보면 나와 맞는 제안을 주는 헤드헌터를 만날 거라는 희망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직 목적뿐만 아니라 링크드인을 통해 연결된 귀한 인연이 너무 많고 글을 매개로 업계 인사이트를 주고받는 즐거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연결의 즐거움’이 내가 이 시리즈를 포기하지 않고 쓰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력 이직자가 있다면 안 좋은 스카웃 제안 사례는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궁금해할 것 같았다. 내가 경험했던 스카웃 제안 WORST 사례를 공유해 각자의 가치와 핏에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됐다.




스카웃 제안 WORST 1. 후보자 전문성과 맞지 않은 포지션 제안

서론이 길었으니 가장 최악의 경우부터 소개한다. 후보자의 기본 프로필 정보도 보지 않은 ‘찔러보기식 제안’은 정말 최악이라 생각한다. 업계 스페셜리스트를 발굴해 영입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해당 후보자가 오픈한 프로필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 사람의 커리어 패스와 매치 도메인, 포지션을 제안하는 게 기본 매너라고 생각한다.


도메인이 다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관심사도 아닌 HR 포지션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정말 할 말을 잃었다. 거의 모든 스카웃 제안이 대외비 사항이라 어디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의 프로필과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찔러보기 식의 제안을 주는 헤드헌터는 신뢰하기 힘들다.


스카웃 제안 WORST 2. 제한된 정보 제공, 처우의 모호함

서치펌, 헤드헌터를 쓴다는 것은 인하우스 리크루터로도 찾을 수 없었던 스페셜리스트를 구한다는 의미다. 이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기 때문에, 같은 직무라면 결국 비교 조건은 회사의 네임밸류, 근무조건, 연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받았던 스카웃 제안 메일에는 회사 정보, 지원 조건, 우대사항은 상세히 명시되어 있으나 해당 회사가 이 포지션을 오픈한 이유와 현재 비즈니스 상황 정보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연봉 정보 역시 100% ‘내규에 의거하여 협의’, 블라인드 제안이다.


얼리 스타트업에서 B2BC 채용 플랫폼을 만들었던 내 경험상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회사는 지원율 낮았. 채용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잘 드러내지 않은 회사는 입사 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내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거나(집단 퇴사 혹은 대규모 감축 이후 급하게 인원을 뽑았다던지 등), 연봉에 비해 주어지는 실제 업무 범위가 달라 금방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협상은 결국 정보력 싸움이다. 구글링만 해도 나오는 회사정보, 복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후보자가 헤드헌터의 스카웃 제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해당 회사의 속사정과 실제 처우 정보를 사전에 공유받아 지원 여부를 판단하고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고 싶어서다.


제한된 정보가 찜찜하지만 좋은 제안이라 생각해 헤드헌터의 말만 믿고 패스트 트랙으로 면접에 간다고 치자. 그런데 면접장에 헤드헌터가 같이 들어와 주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합류 할 팀의 구성과 현재 비즈니스 이슈 파악, 이에 상응하는 처우 협상은 결국 후보자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치열한 인재 영입 시장에서 성공적인 스카웃 제안을 하고 싶다면, 정말 후보자를 담당 클라이언트사와 연결해 주고 싶다면, 1차 검토의 기본이 되는 연봉 정보는 공유해줬으면 한다.


스카웃 제안 WORST 3. 파트너십의 부재

1,2번과 같은 제안을 준 곳이라도 나는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현재 지원한 회사와 희망 조건, 이직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을 상세히 회신했다. ‘제안 주신 포지션은 저와 부합하지 않지만, 이런 조건이면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고, 커피챗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요구한 조건이 부담스럽거나 너무 갭차이가 커서 그런지 답변을 준 곳은 없었다. 비록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제안 주겠다는 회신이 왔다면 인연을 이어갔을 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업계는 좁고, 인하우스 리크루터든 헤드헌터든 결국 어디선가 다시 만날 기회가 분명 온다. 때문에 나 역시 지금 커리어에 맞지 않은 제안을 준 곳이라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다음 기회를 만들기 위한 여지를 항상 남겨두려고 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후보자를 만났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 영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인연의 끈을 남기는 비즈니스 매너, 파트너십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좋은 관계를 맺은 곳은 내가 아니더라도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해 주고 싶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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