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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Mar 02. 2017

등불에 머문 빛

흑빛 바닷속 검은 사람

찬란한 빛이 좋아

별에 머물던 푸른 별빛은

넘실거리는 물살이 미워

반디에게로 갔고


바다에 잠기는 석양이 좋아

태양에 머물던 붉은 햇빛도

바다로부터 멀어지는 노을이 미워

반디에게로 갔다.     


차가움을 뜨겁게 열망하는

반딧불이의 보랏빛은

붉은빛을 담지 못하는 현실이 미워

호롱불에게로 갔지만     


결코 가시지 않을 마음을

추억으로 묻으려는 호롱불마저도 미워

언제나 바다 곁을 묵묵히 지키는

미울 것 하나 없는 가로등에게로 갔다.     


석양이 되어 심연 속에 온기를 줄 수도

찬란한 별빛을 수놓을 수도 없겠지만

등불은 그대의 청춘을 밝히는 등대를 꿈꾸며 

은은한 주광을 낮에도 흩뿌리고 있다.     


가로등에 머문 빛들은 모두 그대만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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