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를 보듬는 커다란 새싹
세상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을 때
미동 없이 서 있던 수양버들은
겨울바람에 시들어 겨우 하나 남은
소중한 잎사귀를 선뜻 내어주었다.
머리 위로 살포시 얹어진 잎사귀는
온몸을 뒤덮고도 남을 큰 사랑이라
하늘도 빛도 흔들리는 것도 없는
세상 속 또 다른 세상이 되었고
모두가 고립무원이라 여기는
어두컴컴한 잎사귀 안에서
하늘을 잃은 새싹은 우주를 느끼며
빛보다도 따뜻한 어둠을 먹으며 자라났다.
비록 하늘 아래는 안될지언정
잎사귀 아래에서 만큼은 떳떳하리라 다짐하며
머리 위의 소중한 잎사귀를 가슴에 녹이자
더 이상 세상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엄동설한에 잎사귀 하나 없이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굳건한 거목이라고 착각했던
작은 수양버들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와 보니 흔들렸던 것은
세상이 아닌 새싹과 나무뿐이었고
함께 흔들려 미동 없어 보였던 나무는
겨울과 봄의 사이에서 줄곧 괴로워하고 있었다.
현재의 봄을 창조할 수 없다는 씁쓸함 뒤에
미래의 봄을 창조할 수 있다는 달콤함
무능함과 시간 사이의 얄미운 간극에서 명확한 것은
그저 확신뿐이라는 사실에 새싹 또한 괴로워하지만
물을 먹지 못한다면 선인장이 되고
빛을 보지 못한다면 버섯이 되겠다는
추억으로 묻는다는 가슴 쓰린 말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굳은 의지를 다진다.
냉철한 뇌도
열정의 가슴도
이것이 묻어질 마음이 아님을
사랑임을 알기 때문에
새싹의 뿌리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바위마저 가볍게 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