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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Jul 15. 2015

언제부터 였을까 '골목길'

골목길,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벌써 꺼내기 아쉬운,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될 '골목길'



언제부터 였을까 '창문' 


'언제부터 였을까' 시리즈의 번째 글이었던 '창문'을 통해 골목길에 대한 애정을 살짝 드러냈었다. 아직은 많이 옅고, 부족한 글이기에 몇몇 대상에 집중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오늘도 쉼 없이 걸었던 골목길을 곱씹다 보니 안되겠다 싶어 이렇게 세 번째 내용으로 골목길을 꺼내 들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의 오른손에 들린 스마트폰만큼 익숙한 것이 곧게 뻗고 잘 포장된 도로이기에 '골목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 요즘. 앞선 글에서 고백한 것처럼 어느 순간 골목길을 헤매는 즐거움에 빠져버렸다. 아니, 중독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2014년 가을, 이화동 벽화마을의 골목길



'변덕쟁이'


        ,     . 이화동 벽화마을에서의 내 자신도 그랬다.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어렵사리 고민을 하고는 바로 앞에서 만난 길로 옮겨지고 틀어지는 발걸음.


그래서 골목길의 매력이 뭔데?

같은 듯 다르다는 점이지
사이 사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들어가보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마주할 수 있거든
그래서, 더더욱 정해진 길을 가기 힘든 곳이기도 해


2015년 봄, 어느 골목길



'낯선 이들과의 마주침'


골목길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다. 빠르게 옆을 스쳐가는 트럭도 없고, 남 몰래 다가와 위협하는 날 선 경적 소리 또한 없다. 덕분에 주변을 아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골목길이다. 올 봄, 어느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만난 모습은 빈병뿐만 아니라 함께 쌓아 놓은 낯선 이들의 추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걸음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눈치 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밤새 나눈 만큼 쌓여있는,
누군가의 추억을 들춰볼 수 있는 곳
모든 낯선 것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길



2015년 봄,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멈춰진 시간'


올 봄, 2박 3일의 일정으로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헌 책들과 레코드판을 마음껏 볼 수 있었던 '보수동 책방골목'이었다. 거리를 좁혀보고 벌려보면서, 나란히 놓여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면서 조금씩 다르지만 겹겹이 쌓인 시간들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앞선 시간들 속에서 누군가의 가치가 더해졌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졌겠지만.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순간까지의 합으로 이뤄진, 잠시 멈춰진 시간을 만날 수 있는 곳



2015년 겨울, 전주 영화거리의 골목길




'감정의 흐름'


밤의 골목길은, 감정의 변화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 된다. 드문 드문 이어진 빛의 흔적들을 따라 걷다 보면 쓸쓸함이 포근함으로 바뀌기도 하고, 쓸쓸함이 아늑함으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 이가 있었던 것일까. 올 겨울 전주 영화거리의 한 골목길에서 만난 랜턴은 포근함이 다시 쓸쓸함으로 바뀌는 것이 싫었던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포근함과 아늑함을, 더 오랫동안 느낄 수 있는 작은 이정표를 만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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