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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Nov 01. 2016

언제부터 였을까 '우리만의 언어'

우리를 위한 사랑스럽고, 행복한 불편함






오늘,
달이 참 밝아요






그래서 더 반가웠던, 페이지






일본의 문학가 나츠메 소세키가 영어교사였던 시절, 학생이 'I Love You'를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직역하자 당시 사랑애라는 표현이 일본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달이 참 예쁘네요'라고 번역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해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질 거라고. 


후타바테이 시메이라는 소설가는 '짝사랑'이라는 러시아 단편소설을 번역하면서, 주인공이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를 거절하려 만났던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결심이 무너져 자기도 모르게 여자를 끌어안았을 때 여자가 'I Love You'라는, 러시아어를 말했는데 '이제 죽어도 좋아'라고 번역한 것이다.  


달이 참 예쁘네요, 이제 죽어도 좋아.

모두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조금씩 다르게 번역된 것들로, 위의 이야기들의 진위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그 표현과 방법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의 언어로
마음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것 -
이만한 낭만이 또 있을까!






달보러 가자, 친구야






10월 10일이, 입모양과 많이 닮았다며 금연을 시작한 지 어느새 20일. 오래전, 학교를 다닐 때 함께 흡연을 하던 친구는 잠들기 전 한 번씩 전화를 해서는 '달을 보러 가자'라고 말했다. 그 친구도, 나도 이제는 담배를 손에 들지 않지만 여전히 통화를 할 때면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밖으로 나와, 스윽 - 고개를 들어 달이 어디에 있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담배 한대 피자는 말이 아니라 달을 보자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었던 친구 덕분이 아니었을까.  






어제보다 이쁜 것 같지 않냐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툭, 한마디 내뱉고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철없는 소리를 던져보기도 했던 날들





2016년, 그날의 하늘






익숙한 진동이 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저장되어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임에도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진동을 통해 내게 전해진 내용은 아무런 내용도 없이 전해진, 하늘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사진 속 장소로 향했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하늘을 천천히 바라보던 그녀를 지켜보다, 조용히 곁에 다가가 그녀의 시선에 안겼고 -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그날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보고 싶다 - 는 말이었다
내가 이 곳에 있어 - 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날은, 그녀가 처음으로 내게 하늘을 보내준 날이었다
보고 싶다고, 와줬으면 한다고 -





보고싶다는 말 대신, 이곳에서 내가 우리의 지난날처럼 하늘을 보고 있어! (그러니 와 줄래?) 라는 의미의 사진 한장을 받는 것이 내게는 더 낭만적이었고, 담배를 피자는 말 대신, 달을 보러 가자는 엉뚱한 말을 꺼내는 친구의 전화가 더 즐거웠던 이유는 행복한 불편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덕분에 - 달을 한번 더 볼 수 있었고, 덕분에 - 그녀를 한번 더 볼 수 있었으니까. 서로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능하다면 내일도, 난 그녀에게 하늘 사진을 보내보려고 한다. 보고싶다고 -, 가능하다면 내일은, 친구에게 전활 걸어 오랜만에 달이나 볼까(담배는 빼고!)라며 전화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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