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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Dec 21. 2016

언제부터 였을까 '우연'

우연을 만들기 위한, 꾸준한 노력






빛이 차오르는 모습을 본 적 있어?
누군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
새벽에 말야,
 평소보다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말야
익숙한 길을 걸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밤새 나눈 만큼 쌓여있는,
누군가의 추억을 들춰볼 수 있는 곳
모든 낯선 것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길
그렇게, 낯설지만 정다운 마주침이 있는 곳






반복되는 일상, 정해진 것들이
대부분인 우리의 삶 속에서
정해지지 않은 우연을
만나기 위한 노력 하나쯤, 어떨까





2016년 겨울, 태국 파타야에서 묵었던 숙소의 노천 카페






브런치에 언제부터 였을까, 그때 그 찰나의 순간 이라는 매거진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반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졌다. 브런치와 함께한 시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꾸준히 발행한다는 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녹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씩, 그 어려움과 힘듦은 내게 무엇보다 큰, 넘지 못할 벽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다가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우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전까지 내게 우연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이름과 의미 그대로였고, 스스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지극히 수동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겨울, 평소보다 빨랐던 그날의 출근길






하지만 골목길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다 퇴근길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로 발을 내딛으며, 낯설지만 정겨운 만남을 갖게 되었고 그 골목의 끝에서 만난 어느 카페는 지금도 한 번씩 찾게 되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출근길로 인해, 매일 지나치지만 볼 수 없었던 눈부신 빛의 조각들을 볼 수 있었고, 길 곳곳에 빛이 차오르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지겨워 - 라는 생각으로, 조금더 오래 걸리지만 평소에 타던 좌석버스가 아닌 시내버스를 통해 철문을 거울 삼아 춤을 추고 있는 나무를 보기도 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골목길에서,
우연히 알게된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집어든 서점 한켠의 책에서





2016년 겨울, 익선동의 어느 골목길






이미 정해진 것들이라며 - 그 익숙함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늘 말하고 다녔던 내가,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익숙함을 낯설게, 다시 볼 수 있는지를 하나, 둘 깨닫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지만 그 중심에는 조금더 능동적인 '우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길이 빠르니, 출/퇴근 시간에 정해진 길로만 다니지 않는 것. 그렇게 자꾸 옆길로 새보는 것,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서, 약속 장소 근처를 한 번 둘러보는 것, 한 번씩은 미리 찾아보지 않고(알아보지 않고) 눈으로 훑어본 후 어딘가에 함께 들어가보는 것.






그렇게 하나, 둘
우연을 만나기 위한
나와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











처음엔, 노력으로 인해 만나게 되고 만들어지는 것들이 우연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부르기에 더더욱. 그럼에도 앞선 경험들의 끝에 내가 얻은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다면, 출발선을 조금 다르게 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길로 새는 것이 뜻밖의 존재를 만나게 되는 지름길은 아닐테고, 계속 가고 싶은 포근한 장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테며, 춤을 추는 나무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역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른 길로 발을 내딛는 것이
그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기에 -
내겐 또 다른 우연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나는 '우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출발점이자 시작점이 되어 여러 잔상들을 피어 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고정관념으로 둘러쌓여 있는 지금에 우연을 만나기 위한 노력들과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뜻밖의 존재들이 내게는 더없이 반갑기 때문이기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생각할수록 행복하기에 -
우연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과 함께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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