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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열두시 Apr 23. 2017

언제부터 였을까 '쉼'

우리와, 당신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어





2017년 봄, 의왕의 어느 카페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하나, 둘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는 시간을 더 잘게 쪼개어 활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하게 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중단되는 프로젝트도 여럿 있지만 개중에는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것들도 있기에,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만 했다. 물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


그렇게 또 하나의 일을 벌이려 지인에게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했는데, 좋아 - 좋다. 이거 정말 잘 될 것 같고,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도 바로 좋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었던 사람이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좋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에게도 그 이야기를 바로 전해주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근데 성규야, 넌 언제 쉬니?





2017년 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뭐?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나는 답장을 바로 보내지 못했고, 그 질문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를 생각해보고, 지난 주말을 생각해보고, 그동안을 다 불러왔지만 나는 어떻게 쉬고 있는지,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고 싶었고 재미있게 참여 중인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진행하는 게, 쉬어야지 - 라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기에 지금까지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방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요! 그 이후에는 잠드는 생각만 하니까! 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지인은 내가 오래전 브런치에 써놓은 글의 일부를 보내며, 그건 '쉼'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언제부터 였을까 '문' 중에서
하루의 마무리와 시작을 동시에 하며 생각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밤 열두 시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순간은 바로 '문'앞에 서는 때이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문의 역할이 스스로를 갈아입는, 하루 중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안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딸과 아들에서 학생이자 신입사원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각자의 또 다른 역할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를 갈아입는 문은
매일 같이 열고 닫으면서
왜 쉼이라는 시간으로 접어드는 문은
열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2017년 봄, 가평의 어느 건물






토요일 아침. 누군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날. 나는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 거실에 앉았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냈더니, 그게 퍽 우스웠는지 한참을 웃고는 푹 쉬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어제 다 쓰지 못했던 글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내일 써야지 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내일 만드려고 했던 기획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메모만 남겨놔야지 했지만 꼬리를 물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와 결국 노트북을 펼쳐 후다닥 내용을 정리했다. 그렇게 나의 쉬는 시간은 1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쉬는 게, 꼭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았다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늦잠을 자고
내일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못봤던
영화 한 편을 봐야지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어제 다 적지 못한 글과
편집하다만 사진이 떠올랐다





2017년 봄, 역삼의 어느 카페






'이것만, 여기까지만' 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하나에 다다르면 닿아야 할 무언가가 나타났고 다시 달려 도착하면 또 다른 것들이 내게 쉼 없이 들이닥쳤다. 적당한 때에 끊고, 이어달려야 했는데 그 '이음'의 과정을 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산책을 할 때면, 사진을 찍으며 이건 브런치 에세이를 쓸 때, 이건 운영 중인 페이지에, 이건 함께 만들고 있는 매거진에 써야지 - 그렇게 늘 무언가가 따라다녔던 것 같다. 그러니 내게 쉬는 시간은 늘 어렵게 느껴지고, 신경 쓰이는 시간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나,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어






안되겠다 싶어,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벅차다는 생각을 두려워하지 마
그럴 때면 지금 이 시간과,
오늘에서 잠시 멀어져도 좋아
그렇게 쉬는 거야 밀어 두고





2017년 봄, 회사의 카페 공간






그 뒤로 나는, 나만의 스위치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스위치가 책이 되었던 날도 있었고 영화가 되었던 날도 있었고 예능 한 편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깨어 있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을 구분 지어 주는, 그렇게 불을 끔과 동시에 잠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위치처럼 '쉼'을 위한 스위치를 하나씩 만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 외, 쉬는 시간을 조금씩 가질 수 있었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멀어질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닫으며 스스로의 역할을 몇 번씩 갈아입는 것처럼 성격이 다른 각각의 시간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된 또 하나의 사실은 '쉼'의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멀어진 상태로 온전히 그 순간들을 즐기는 것 말이다.







어느새 '쉼'이라는 시간의
주인이 되어 버리는 것
나와 우리를 위한 '쉼'이기에
그 주인은 우리여야만 한다












당신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쉼'을 즐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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