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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gmaster May 07. 2017

언제부터 였을까 '나'

나로부터 시작되는 다채로운 고민과 생각들






나는, 우리는 정말 경쟁력 있는 사람일까?






2017년 봄, 역삼동의 어느 주차장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나'에게 할애했던 때는 군 복무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나는 그곳의 신병 교육대 조교로 2년간 생활을 하게 되었고, 4일에 한 번은 당직 근무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졸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밤 10시부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기상시간까지 긴긴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브런치는 물론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는 필명인 'Zagmaster'가 탄생했고,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수십 권의 노트에 별별 이야기들을 채워 넣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읽다, 글을 쓰다, 편지를 쓰다 한 번씩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책을 덮고, 펜을 내려놓은 채 나라는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맡겨진 시간을 되찾는 '순간'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학생 때는 학교에서의 시간이 그랬고, 일을 시작하고는 일을 하는 시간이 그랬다. 물론, 시간을 맡기는 대신 무언가를 보상으로 받게 되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쓰일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다른 곳에 맡겨진 시간을 되찾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데, 지금 나에겐 '퇴근'시간이 그렇다.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이자,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는 그 순간.

언제부터 였을까 '나만의 시간' 중






펜을 내려놓고, 책을 덮으며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나만의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장 소중한 순간







2017년 겨울, 역삼동의 어느 골목길






비록 군 시절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었지만, 그 뒤로도 나는 한 번씩 시간을 멈춰 나에게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서른한 살로 접어든 지금까지, 내게 가장 집중하면서도 엇갈렸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중 한 번은 창업을 했던 스물여섯 살이었고, 한 번은 바로 지금이다. 창업에 도전했던 스물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몰랐기에 모든 것을 빠르게 흡수하며 배울 수 있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기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지, 라는 고민을 매일 같이 했었다. 아무나 가 되기는 싫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도 싫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행지에서 한 번 마주친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고, 한 번 지나쳤던 장소를 스쳐가며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마주침은 한 번, 두 번, 세 번 횟수가 더해질수록 반가움의 깊이도 늘어나지만 어제 마주쳤던 실망스러운 나의 모습을 오늘도, 내일도 다시 보는 건 많이 괴로웠다. 창업이라는 선택을 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나만의 '각인'을 새겨도 같은 과정들이 반복되며 나를 괴롭혔다.






나의 지난 하루하루가 쌓이면 쌓일수록
어제까지,라고 생각해야 할 것들은
더욱 많아지기에 매일의 나는
점점 복잡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2017년 겨울, 역삼동의 어느 골목길






창업 이후로도 아슬아슬한, 나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광고를 전공했지만, 창업을 통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 나는 그 뒤로도 스타트업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다. 1인 다역을 해야 하고 맡은 바 업무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 역시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지인들을 만나 우리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된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경쟁력 있는 사람들일까, 우리는 정말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까'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정말 경쟁력 있는 사람일까?





기술의 변화도 주변 흐름도 워낙 빠르게 바뀌고, 주니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요즘이기에 '경쟁력'에 대한 질문은 함께 또는 스스로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로 인해 전체의 호흡이 흐트러질 수 있고, 나 때문에 모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만큼 열심히 달려왔는데 아직도 이 정도였어?라는 답이 나올 때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와 결과가 엇갈리는 것만큼 혼란스러운 것도 없으니 말이다. 


끈질기게 답을 찾으려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창업을 했던 이십대 중반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노력했지만, 지금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오랜만에 일과 프로젝트가 아닌 나의 고민을 말해버렸다.






내가 정말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기준도 불명확하고,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해






스물 아홉살이 끝나갈 무렵, 내게 그런 질문을 했었지?
서른살은 어떠냐고, 그때 내가 해줬던 말 기억나? 

나도, 서른은 처음이야.
나도, 서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이제 곧 서른 하나라는 또 다른 처음을 앞두고 있고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매일이 처음인데
당신의 처음을 내가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낯설다는 생각대신, 설렌다는 생각으로 
두렵다는 생각대신, 처음의 즐거움을 채워봐
그럼 괜찮은 서른과 서른하나가 되지 않을까?






2017년 봄, 가평의 어느 건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스다 미리의 <잠깐 저기까지만>에서 읽은 한 구절이 생각났다.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까지, 라는 의미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힘들었던 과정 중 하나였는데 나와 우리의 경쟁력에 대해 내일부터, 라는 의미를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옆의 그녀가 덧붙여준 또 다른 말.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항상 거기에 머무르기엔 피곤한 삶이 되지 않을까?

고민의 시작이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매력'이 무엇인지여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경쟁력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겠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될 것 같아. 나와 적당한 것으로 말야.






오늘도 나는 나를 생각하고
내일도 나는 나를 바라볼테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어떻게 끝내는지가 아닐까 싶다.





2017년 겨울, 을지로의 어느 카페






그러니, 앞으로도 잘 견뎌보려고 한다. 매일 새롭게 이어지는 나와의 만남을, 나만의 모습을 다시금 그려볼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며 잘 견뎌보려고 한다. 완성이자, 또 다른 시작이라는 어느 제품의 광고 문구처럼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나와의 '적당한' 것들을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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