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열두시 Nov 16. 2015

언제부터 였을까 '나만의 시간'

배우에서 감독이 되는, 나만의 시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맡겨진 시간을 되찾는 '순간'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학생 때는 학교에서의 시간이 그랬고, 일을 시작하고는 일을 하는 시간이 그랬다. 물론, 시간을 맡기는 대신 무언가를 보상으로 받게 되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쓰일 수 없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다른 곳에 맡겨진 시간을 되찾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데, 지금 나에겐 '퇴근'시간이 그렇다.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이자,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는 그 순간.




2015년 초, 서촌의 어느 골목길


 



다른 곳에 맡겨졌던 시간을 돌려받는 순간이자
낮이 밤으로 바뀌는 전환의 시간
그 순간 시작되는, 무엇을 해도 좋을 온전한 나만의 시간






매일 마주하게 되는 썰물의 '순간'


나의 시간은 늘, 썰물과 함께 시작된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스며든 빛들과 빛을 머금은 대상들이 서로의 존재 아쉬워하는 그때 썰물이 시작된다. 그 순간 빛은 마지막 힘을 다해 절정으로 치닫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맡겨졌던 시간은 밀물처럼 내게 흘러 들어온다. 동시에 나는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았던 어제의 시간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오늘의 시간을 그리기 시작한다. 어떤 시간으로 채우고 채워질까 기대하며.  



 

2014년 가을, 아파트 입구의 계단




밀물과 썰물이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이루 어지느냐에 따라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은 달라진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또 다른 단편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맡겨진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감독이기보다 배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애드리브는 허용되지만 큰 흐름 속에서 누군가와 합을 맞춰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시간은 나의 의지대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간의 합은 '우리'라는 감독이 만들어내는 단편영화로 이어진다.




2015년 7월 어느 호숫가의 풍차





점심 후, 산책을 하며 마주친 풍차의 모습이
퇴근 후, 슬레이트처럼 보였던 이유는
나의 의지가 반영된 시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오늘과 나의 내일이 만나는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 중, 밤 열 두시를 정말 사랑한다. 이 시간이 좋은 이유는 하루의 마무리와 시작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고 깊은 밤 피어오르는 각자의 사연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찰나의 순간 '낯선 실패' 중

후회와 아쉬움이 없는 일은 없다지만, 이 '만약에'라는 가정이 무서운 이유는 시작되는 순간 그 당시보다
더 큰 후회와 아쉬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맡겨진 시간도, 되찾은 시간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만약에'라는 덫에 빠져든다 하더라도 밤 열 두시가 지나며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하고, 라디오를 통해, 메신저를 통해 종일 참고 있었던 우리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뱉기 시작한다.




2015년, 양재동의 어느 카페





하루에 한 장씩, 마음에 드는 사진을 따로 모아두는데,
시간을 붙잡아 액자에 담아둘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오늘과 내일에 걸쳐진 밤 열 두시를 택할 것이다





스물아홉, 서른을 앞둔 시간들이기에 내게는 어느 때보다 소중한 '감독의 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을 조금 가치 있게 쓸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부터 였을까 '사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