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기획자에게 ‘메모'와 ‘기록'은 빼놓을 수 없는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쓰고 관리하냐로,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다. 기획자로 일하며 다양한 노트를 생성하고, 주제에 따라 기록을 해왔지만 처음부터 쉽게 작성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습관적으로 새로운 노트를 만들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디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이 어려울 때가 많았고, 작성한 내용들 간 연결이 잘 되지 않아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역시 비슷했는데,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장한 콘텐츠는 정리하는 것보다 쌓이는 것이 더 많았다.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과 자료에 대한 욕심으로 그저 수많은 정보를 쌓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어떤 목적과 생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이미 수집한 자료를 정리, 생각까지 덧붙인 것을 잊은 채 동일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나를 보며 에버노트에서 노션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을 계기로 다시 한번 노트를 작성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나의 노트 작성 및 활용 방법의 가장 큰 문제는 주제 별 내용이 모두 흩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노션에 자주 쓰는 노트는 즐겨찾기로 설정해 바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내용을 통합하거나 새로운 노트를 작성했을 때 기존 내용과 함께 살펴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내가 작성하고 있는 노트를 하나의 페이지에 모두 모으기로 했다. 정리를 계속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꽤 많은 노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곳에 노트를 모두 모은 뒤, 일주일을 기준으로 자주 쓰는 노트와 그렇지 않은 노트를 구분했고, 중복되는 내용은 다시 한번 하나의 노트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글쓰기, 운영 채널, 공부, 기타 등 다섯 가지 구분과 자주 쓰는 순서에 따라 노트를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노트를 들어가지 않고도 어떤 내용이 작성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간단한 작성 목적과 공통 태그 등을 덧붙였다.
한 곳에서 모든 노트를 작성 목적과 구분에 따라 배치하니, 내가 지금 어떤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습관처럼 새로운 노트를 생성하지 않고, 기존 내용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자료를 저장할 때 노트 별 공통 태그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불필요한 태그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순히 ‘저장'하는 것으로는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누군가 볼 수 있는 채널에 꾸준히 글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자료나 아이디어를 구분에 따라 저장하고, 적합한 노트에 정리해 하나의 글이자 콘텐츠로 완성되는 과정을 시각화해놓는 것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주로 자료를 보게 되는 채널(뉴스레터, SNS, 뉴스 등)을 수집 경로로 가장 먼저 나열한 뒤, 자료를 1차로 저장하는 공간(포켓, 라이너 등)을 연결했다. 이어서 저장된 내용들을 기존에 만든 어떤 노트에 정리할 것인지 작성하고 콘텐츠를 발행하는 채널(브런치, 워드프레스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을 이어 붙였다. 노트와 채널 아래로는 어떤 내용이 작성되고, 발행되는지 덧붙여 시각화된 자료만 보더라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 자료를 통해 내가 얻은 또 하나의 이득은 작성 중인 노트(기록) 사이의 연결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을 때 우리가 '마인드 맵' 형태를 활용하는 이유 역시 연결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트 역시 작성이 끝이 아니라 연결되는 내용을 어떻게 함께 보고 더 좋은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작성과 연결이라는 과정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단순히 '기록과 정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출발점이 내겐 노트를 한 곳에 모으고, 노트에 내용이 담기기까지의 과정을 시각화한 일이었다.
태그의 중요성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태그의 순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나는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 포켓이라는 ‘나중에 읽기'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공유하기를 통해 쉽게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저장하는데 초점을 맞춰 태그를 소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노트의 성격과 콘텐츠 발행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태그를 붙여 저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격주로 한 번씩 발행하는 ‘모바일 앱 훑어보기'는 국내외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뉴스 등을 통해 투자를 받거나, 대표 인터뷰 등을 보면 #콘텐츠(훑어보기) #노트(문제 해결) #서비스 분야(핀테크 등) 세 가지 태그를 붙여 저장하는 식이다. 콘텐츠 내용을 요약하는 역할로 태그를 활용하면 연관성이 높은 노트를 확인하거나 저장한 목적 등을 빠르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대표 태그를 지정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태그가 많아지면 엇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초반에는 노트를 한 곳에 모아놓은 페이지 내 태그를 함께 입력해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스스로가 쉽게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는, 익숙한 표현으로 태그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익숙함으로 무장한 공통 태그를 활용하면 태그를 중심으로 기존에 작성된 내용과 추가된 내용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밑줄을 긋고 여백을 활용해 생각 등을 기록하는 건 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잊지 않기 위한, 나의 생각을 덧붙이며 공감하기 위한 목적에서 말이다.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 내용을 기록하는지,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면 좋을지 등 작성하는 사람의 의견을 덧붙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생각을 덧붙이는데, 하나는 새로 작성하는 노트의 처음에 쓰인다.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생성한 이유가 무엇인지 4-5줄 정도로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노트를 활용하는 의도를 잊지 않게 해 줌과 동시에 정말 필요한 노트인지를 초기에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또 하나는 나만의 코멘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노트에 담기는 내용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07. 자료 정리와 공유 시 생각 붙이기와 요약 습관 들이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 생각을 덧붙여 붙잡아 두지 않으면 단순 요약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운 점을 매일 기록하는 노트라면 특정 기능을 기획하면서 느낀 스스로의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 같은 경험을 하며 작성한 외부 글이 담길 수도 있다. 스스로 경험은 더 다양한 케이스를 고려하지 못한 상황, 외부 글은 나와 다른 방법을 택한 경험일 수 있기에 각각에 대한 코멘트를 간략하게라도 작성하지 않으면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생각을 덧붙이면, 특정 주제에 대한 내용을 큰 맥락에서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록은 다시 읽고, 활용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한 주간 작성한 기록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확인해보자. 정리한 내용과 함께 덧붙인 각자의 생각은 잊지 않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료나 아이디어 등을 기록하며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보는 시간에 떠오른 내용들을 더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기록한 내용보다 작성한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내용 간 연결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아이디어 역시 처음 떠올렸을 때 보다 시간차를 두고 입력한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며 조합, 의미 있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록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동적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옅어질 수밖에 없으며 나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작성한 노트를 언제든 쉽게 꺼내볼 수 있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이 글을 계기로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우리가 기획자는 물론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더없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23년 07월, 제 첫 도서가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10년 차 IT 기획자의 노트’입니다. 브런치 '기획자가 일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수 없이 일하는 어려움을 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분들이 덜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9개 노트(기록)를 바탕으로 기획과 PM의 주요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