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그니 Apr 13. 2017

다마고치가 돌아왔다, 20년 만에

우리가 살 것은 제품이 아니라 추억이겠지만

어릴 적 다마고치란 제품이 있었다. 실물을 보지는 못했고, 게임 잡지에 실린 것만 봤다. 일본에서 엄청난 붐이 불고 있다고 했고,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그때가 1997년이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게임이 나왔다. 공룡 키우는 게임이었는데, 일주일 정도 해보고 시계로 전락했다. 그 기억 덕분에 막상 진짜 다마고치가 나왔을 때는 살 생각도 안 했다. 그러니 다마고치란 존재는 내게, 전설 속의 동물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전설 속의 다마고치가 돌아왔다. 20년 만에.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크기만 조금 작아진 채로. 어쩌면 우리 세대 최초의 사이버 펫이었던 이 생물이. 



한때 정말 대단한 붐이 불었던 제품이다. 제품이 품절되어 여고생들이 원조 교제를 하면서까지 구입한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나 올라갈 것 같은 소문도 들려왔다.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 기억이 강렬했던 탓일까. 그 후에도 다마고치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왔다. 컴퓨터로 키우는 다마고치, 스마트폰의 다마고치, 애플 워치 속의 다마고치, 잘 됐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아무튼 어쩌다 한 번씩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했던 짝퉁... 공룡 키우기 게임은 재미가 없었다. 알에서 괴생물이 튀어나오고, 밥 주고 똥 치워주면서 놀아줘야 한다. 사람들이 왜 이런 것에 그리 홀리듯 좋아했는지, 아마 좋아했던 사람도 잘 모를 것이다. 



사랑에 언제는 이유가 있었던가. 그냥 사랑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때론 우릴 애태우고, 어이없게 죽어서(... 개복치 게임의 선조 격이 다마고치라고 봐도 좋다.) 우릴 울게 만들고, 뭐가 태어날지 몰라서 맨날 맨날 지켜보던 그 다마고치. 


크기가 작아진 것을 빼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프로그램도 그대로라고 한다. 아직도 Z80 CPU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가격이 20년 전 그대로인 것을 보면, 이게 비싸진 건지 싸진 건지 아리 달쏭 하긴 하지만, 뭐, 나오니까 괜히 반갑고 그렇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됐다. 우리 세대도 이제, 늙었다(?)는 것을. 패미컴 복각판도 그렇고 다마고치도 그렇고, 향수를 자극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자꾸 나온다. 이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돈이 되니 슬슬 찍어내기 시작한다. 우린 이젠 적당히 돈을 버니 이 정도는 취미 생활로 사도 괜찮다. 


https://youtu.be/YV_24hXdbOU


그래도 좋다. 뭐, 옛날을 가끔 회상할 나이가 됐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뿐이니까. 각박한 인생 살이, 이렇게 애가 되어보는 것도 가끔은 좋지 않은가.... 매일 애처럼 노는 것 같아서 조금 내 인생이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 일본에서만 판다. 아마존 재팬(링크)에서 구입 가능하다. 글을 쓰는 지금은 재고도 있다고 한다. 나중에 일본에 가면 하나 사 와야겠다. 거참, 일본에 가면 사 와야 할 것이 요즘 너무 많아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오나시 저금통이 등장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