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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May 29. 2017

IoT 가전의 새로운 가능성, 큐이토

구글 캘린더와 동기화되는 시계가 등장했다

재미있는 시계가 만들어졌다. 구글 캘린더에 등록된 일정을 불러와, 시계를 터치하면 다음 일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보여주는 시계다. 콘크리트와 나무로 만들어졌다. 디자이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의 박영우 교수팀.

'큐이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시계는, 미국 컴퓨터협회(ACM)가 주최하는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CHI 2017)'에서 논문상을 받은 제품이다. 아, 그러니까 시중에 판매되거나, 판매될 예정에 있는 제품은 아니라는 소리.



위 영상에 나타나듯, 움직임은 간단하다. 큐이토를 한번 누르면, 다음 일정에 등록된 시간으로 시곗바늘이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한다. 이런 표시 방법의 장점은 시간을 점이 아니라 '덩어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보인다면, 우리는 삶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일정이 등록되어 있어도 상관없다. 큐이토는 여러 개의 약속도 어릴 적 적었던 생활 계획표 마냥, 시계 테두리에 표시를 해준다. 연결은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평소에는 5분 간격으로 기록된 일정을 업데이트 하지만, 급할 때(?)는 시계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즉시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큐이토. Quietto라 콰이엇투-로 읽어야 할 것도 같지만 


비록 정식 출시될 제품은 아니지만, 처음 이 제품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지난 2월 구글 재팬에서 소개했던 종이 잉크로 된 전자 달력 '매직 캘린더'가 떠오르면서, 사물 인터넷 시대 스마트 가전들이 어떤 쪽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하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흔히 지르는 실수는 하나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사시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라는, 만병통치 약장수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거꾸로 말하면, 이걸 어디에 써야 좋을지 모르겠으니 그건 네가 알아서 하세요-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


소니 매직 캘린더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사물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왜 이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지를 물어야 한다. 무엇이 왜 필요한 지를. 시계가 사물 인터넷과 연결된다면 왜 시계가 필요하고, 왜 연결하려 하는지. 


어떤 시대가 오고 어떤 신기술이 등장해도, 결국 물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건 '도구'다. 기능이 사라진 디자인, 기능을 알 수 없는 제품이 잘 팔리는 날이 과연 올까? 왜 써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면, 사람들은 쓰지 않는다. 


4차 혁명이고 나발이고(응?)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정말, 왜 무엇이 필요한가-뿐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 아이디어 제품을 만났다. 개량해야 할 부분은 보이지만, 큐이토, 참 재미있는 스마트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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