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캘린더와 동기화되는 시계가 등장했다
재미있는 시계가 만들어졌다. 구글 캘린더에 등록된 일정을 불러와, 시계를 터치하면 다음 일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보여주는 시계다. 콘크리트와 나무로 만들어졌다. 디자이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의 박영우 교수팀.
'큐이토'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시계는, 미국 컴퓨터협회(ACM)가 주최하는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CHI 2017)'에서 논문상을 받은 제품이다. 아, 그러니까 시중에 판매되거나, 판매될 예정에 있는 제품은 아니라는 소리.
위 영상에 나타나듯, 움직임은 간단하다. 큐이토를 한번 누르면, 다음 일정에 등록된 시간으로 시곗바늘이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한다. 이런 표시 방법의 장점은 시간을 점이 아니라 '덩어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보인다면, 우리는 삶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일정이 등록되어 있어도 상관없다. 큐이토는 여러 개의 약속도 어릴 적 적었던 생활 계획표 마냥, 시계 테두리에 표시를 해준다. 연결은 와이파이를 이용하며, 평소에는 5분 간격으로 기록된 일정을 업데이트 하지만, 급할 때(?)는 시계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누르면 즉시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비록 정식 출시될 제품은 아니지만, 처음 이 제품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지난 2월 구글 재팬에서 소개했던 종이 잉크로 된 전자 달력 '매직 캘린더'가 떠오르면서, 사물 인터넷 시대 스마트 가전들이 어떤 쪽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하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 흔히 지르는 실수는 하나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 사시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라는, 만병통치 약장수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거꾸로 말하면, 이걸 어디에 써야 좋을지 모르겠으니 그건 네가 알아서 하세요-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사물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왜 이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지를 물어야 한다. 무엇이 왜 필요한 지를. 시계가 사물 인터넷과 연결된다면 왜 시계가 필요하고, 왜 연결하려 하는지.
어떤 시대가 오고 어떤 신기술이 등장해도, 결국 물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건 '도구'다. 기능이 사라진 디자인, 기능을 알 수 없는 제품이 잘 팔리는 날이 과연 올까? 왜 써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면, 사람들은 쓰지 않는다.
4차 혁명이고 나발이고(응?)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정말, 왜 무엇이 필요한가-뿐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 아이디어 제품을 만났다. 개량해야 할 부분은 보이지만, 큐이토, 참 재미있는 스마트 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