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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Oct 10. 2017

레고로 만든 이력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꽤 오래전 일이다. 친구가 이력서를 하나 보내달라고 했는데, 외국계 회사라 이력서 양식이 한국과는 달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우린 그냥 주어진 양식을 채워 넣으면 그만인데, 여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왔으며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나를 파는' 느낌으로 쭉- 적어야 한다.


... 게다가 그걸 영어로 적어야 했다!  


아무튼 눈에 띄는 이력서를 효과적으로 쓰기란 쉽지 않다. 남들이 쓴 것을 봐도 다 거기서 거기다. 입사 지원을 온라인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더욱 그렇게 변한 것 같다. 



그런 세상에, 진짜 엉뚱한 이력서를 만든 사람이 있다. 디자이너 앤디 모리스다. 이력서의 정체는 레고 인형이다. 진짜다. 그는 자신을 닮은 레고 인형 이력서를 만들어서 자신이 가고 싶은 회사들에 보냈다. 


선물 상자 박스 모양을 한 배송 상자에는 패키징 된 앤디 모리스 레고 인형이 들어 있고, 뒤에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면 그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명되어 있다. 


뭐랄까, 참, 기발하다.



이 레고 인형은 그냥 레고 인형이 아니다. 아마,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앤디가 '루의 여행'이란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연재했던 프로젝트(?)의 주인공 인형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앤디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했던 루


어떤 이는 '온라인으로 입사 지원서를 받는 세상에, 이런 인형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것을 표현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닐까. 


앤디는 크레이티브 아티스트로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고, 그것을 자기 프로젝트로 실제로 실현시켰다. 그 프로젝트와 함께한 레고 인형을 자기 분신처럼 만들어 이력서로 만들었다. 


이 레고 인형만큼 그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 존재도 흔치 않다.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이 인형 하나로 앤디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쌓인 이야기가 뒷 편에 보인다.


맞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을 실행하고 또 실행하는 일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 삶에 이야기가 쌓인다. 그때는 별 것 아니었던 작은 일들이, 어느 순간 나를 대신해 얘기해 줄만큼 자라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앤디의 레고 인형 이력서가, 그런 '살아감'에 대한 작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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